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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푸학!
살아 있던 오크의 피부가 분해되며 피를 뿌렸다. 피와 피부는 그대로 지옥문으로 빨려 들어가고, 오크는 피부가 벗겨진 흉측한 모습이 되었다.
푸확!
다시금 소리가 나고, 오크의 살과 근육이 부서지며 흩어졌다. 그리고 그것은 지옥문으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푸확!
오크의 뼈와 내장이 부서졌다. 그것 역시 그대로 지옥문으로 빨려 들어가 사라졌다.
지금 이 모습은 지옥의 한 장면이었다. 검은 대지 위에 있던 모든 산 자의 육신이 그렇게 부서지고 분해되어 지옥문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으아아아!”
몇몇 오크가 붉은 기운을 두르고 그 힘에 대항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오크들은 지옥문 안으로 부서져 빨려 들어가 사라졌다.
영혼과 원념조차도 지옥문의 흡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모든 것은 지옥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취이이익! 멈춰라아!”
오크들의 태반이 빨려 들어가며 비명을 토하는 것을 바라보고 있는데, 천둥 같은 음성이 들리며 거대한 번개가 하늘에서부터 떨어졌다.
뭐야, 저거?
콰쾅!
“허?”
지옥문이 박살 났다. 그리고 동시에 검게 변한 대지가 사라져 버렸다. 번개가 떨어진 자리에는 내가 일전에 봤던 바로 그자가 있었다.
클랜 로드 블레이드 마스터!
“취이익! 사악한! 그런 마법으로 전사의 영혼을 우롱하려 하는 거냐!”
“우롱하든 말든.”
녀석의 눈이 불타오르는 듯한 광채를 뿜으며 나를 노려보았다. 나는 손을 들었다. 그러자 다가오던 나의 군대가 모두 걸음을 멈추었다.
“네가 오크들의 클랜 로드 블레이드 마스터로군. 이름이 뭐냐?”
“이름? 취이이익! 이름이 중요한가?”
“왜? 가르쳐 주기 싫냐?”
“취이익! 그렇다면 네놈의 이름은 뭐냐? 취이익! 음험한 학살자 라임? 아니면··· 퍼스트 디자인 휴먼 라임?”
그 말에 나는 놀라 도끼를 뽑아들었다.
“네놈, 오크가 아니구나.”
이 새끼··· 어쩐지 특이하고 강하다 했다. NPC가 아니었어. 유저다!
“취하아아! 나는 오크다! 너는 인간이지! 세계의 파멸을 불러오는 자 라임이여, 너는 이 세계에서 죽어야 한다!”
동시에 녀석의 몸이 4미터라는 거대한 거구에는 절대로 어울리지 않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나를 향해 쇄도해왔다.
이런, 빌어먹을! 진짜 현실에서의 습격은 사양이라고!
@삶이란···
삶이란 이렇듯 따뜻하며 차갑고,
삶이란 이렇듯 흔들리며 멍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삶의 한가운데를 계속 걷는다.
-누군가의 이상한 생각-
“취이이익! 도망치지 마라!”
오크임에도 인간과 비슷한 골격과 체형을 가진 오크가 내 뒤를 쫓았다.
녀석은 염주를 목에 두르고 있었고, 몸은 날렵한 근육으로 꽉 차 있었다. 또한 3미터나 되는 거대한 외날의 거도를 쥔 녀석은 4미터나 되는 큰 몸을 가지고 있고, 두 발 밑으로는 무언가 특이한 구슬 같은 것이 회전하며 기류를 만들고 있었다.
“도망치는 걸로 보이냐?”
나는 손에 들린 2개의 도끼를 휘두르며 앞을 막아서는 오크 전사들을 후려갈겼다.
지금의 나는 전사로서도 상급의 캐릭터! 겨우 이 정도 놈들이 나를 죽일 수는 없다!
“서라!”
“너 같으면 설 것 같냐? 강마사악의 창!”
저주받은 왕의 서클릿의 지식으로 얻은 사령 마법 중 내가 사용 가능한 보호 마법 5가지를 모두 내 몸에 걸어놓았다. 그 다섯 마법이 내 몸을 맴돌며 나를 보호했다.
나의 보호 마법, 그리고 나의 힘을 계속해서 채우는 원령 흡수의 마법이 있는 한 나는 웬만해서는 지지 않는다!
콰쾅!
“쿠아악!”
여기는 오크의 본대 속. 나는 오크의 내부 진영에서 마법을 난사하며 날뛰고 있다. 그리고 그런 내 뒤를 4미터나 되는 거대한, 오크들의 우두머리 블레이드 마스터가 쫓고 있었다.
저놈은 왜 나를 못 죽여서 안달이야!
“확실한 치명타!”
쾅! 하고 근처 오크 놈의 머리를 부수고 바로 몸을 옆으로 날렸다. 그때 내가 있던 자리로 3미터짜리 거도가 떨어져 내리며 내가 죽인 오크의 몸을 갈랐다.
“취이이익! 네노오옴!”
오오! 화났냐? 화났냐? 어? 잠깐, 오싹한 느낌이······.
“피의 창이여, 적을 꿰뚫어라! 취이이익!”
옆에서 오싹한 느낌이 든 순간 바로 도끼를 들었다.
본능이 외친다. 피할 수 없어! 그렇다면 막는다!
부오오오!
내 몸에 걸린 5가지 보호 마법에 마력을 불어 넣어 강화한 순간, 붉은 무언가가 나에게 와서 부딪쳤다.
콰쾅!
큭! 강력한 위력! 몸이 튕겨져 나간다!
펑!
“큭······.”
뒤로 튕겨져 버렸잖아!
쾅! 쾅! 쾅!
“제길!”
주변의 오크들이 무기를 들고 내 보호 마법을 두드리고 있었다.
과연 여기는 적의 진영이라, 이거냐?
하지만 내가 이렇게 이쪽을 휘저은 덕분에 다시 진군을 시작하여 전투를 수행하는 언데드 타이탄과 어스 솔저, 그리고 내 휘하의 사령 마법사들이 오크들의 뒤쪽에서 확실하게 승기를 잡고 있는 게 보였다.
“취이익! 물러서라!”
거구인데도 발소리 없이 블레이드 마스터가 다가왔다. 오크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며 내 주변에 원을 만들었다.
후! 이거 완전 사로잡힌 쥐 꼴이군. 일부러 이런 거긴 하지만.
“그래. 나를 쫓은 이유가 뭐냐, 블레이드 마스터. 아니, 이런 질문은 아까 네 녀석이 한 말에 이미 답이 있으니 의미가 없는 건가?”
“취이이익!”
녀석이 무서운 눈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내가 왜 이 세계, ‘라이프 크라이’에 파멸을 불러온다는 거냐? 내가 퍼스트 디자인 휴먼이라는 사실은 어떻게 알았지? 너도 사우전드소드처럼 아라한 컴퍼니에 뭔가 당해버린 거냐?”
“취이이이이익! 나는 오크다! 나는 전사다! 나는 나 자신으로서 나를 선택한다!”
“그거 멋진 말이기는 한데, 전혀 이해할 수 없거든? 뭔가 설명이라도 해주고 죽이면 안 될까?”
“너에게 설명할 시간을 할애하는 것도 아깝다! 취이익!”
말이 끝나자마자 녀석의 도가 짓쳐 들었다.
거대한 도가 엄청난 속도로 떨어져 내리니, 아무리 다섯 보호 마법에 의해 보호받는 나라고 할지라도 맞으면 큰 타격을 입을 것이 분명했다.
콰쾅!
몸을 날려 도를 피하고, 손을 뻗으며 마법을 쏘아 보냈다. 콰릉! 하고 검은 번개가 녀석의 몸을 후려쳤지만 녀석은 끄떡도 하지 않고, 땅에 처박힌 검을 사선으로 올려 그었다.
제길! 나 허공에 있어서 피하기 어려운데!
부오오오오!
순간적으로 마력을 보호 마법에 들이부어 보호막을 강화했다. 녀석의 도가 내 보호 마법들을 후려치자, 나는 무시무시한 충격과 함께 뒤로 날아가 땅에 처박혔다.
쾅!
“큭! 아프잖아!”
하지만 그렇게 큰 상처는 입지 않았군. 하기야 5가지의 보호 마법이 중복된 방어력은 가히 철벽과도 비견될 수 있지.
“취이익! 사령 마법에 보호받는다 해서 내 도를 막아낼 거라 생각하나!”
말 잘하는군?
“취아아아아!”
녀석이 기이한 포효를 내지르자, 녀석의 전신으로 붉은 기운이 몰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