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프 크라이-247화 (247/347)

────────────────────────────────────

────────────────────────────────────

삶이란…

“꿀걱! 꿀걱!”

그리고 포션을 꺼내 먹으며 주변을 돌아봤다.

주변을 둘러싼 오크들은 아직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요새 쪽에서의 전투는 더더욱 뜨거워지고, 뒤쪽의 교란도 이제는 끝나가고 있었음에도 이 주변의 오크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내 어스 솔저가 거의 부서져 있는 게 보였다. 언데드 타이탄만이 여기저기 조금씩 부서진 상태로 오크들을 짓뭉개며 언데드 브레스를 쓰고 있었다.

“후!”

박병석이라는 녀석도 사우전드소드와 같은 경우인가?

그런데 왜 내가 이 세계를 파멸로 이끈다는 헛소리를 하는 거지? 내가 모르는 곳에서 대체 나와 관계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쯧! 알아봐야겠군.”

더 이상은 방관자로서 진행할 수 없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일어섰다. 그런데 검은 불꽃에 휘말려 죽은 오크들이 일어서고 있었다.

“호! 즉석에서 언데드가 되는 건가?”

괜찮은 기능이군.

그때 붉은 불꽃이 언데드 브레스가 폭발한 장소의 중심지에서 피어올랐다.

퍼엉!

오크 언데드가 단번에 박살 나 흩어졌다. 그리고 그 중심에 여기저기 피를 흘리면서 붉은 기운을 휘감은 녀석이 서 있었다.

“빌어먹을 새끼!”

안 죽었냐? 제길! 어쩐지 오크 녀석들이 움직이지 않는다 했어. 그렇다면 나도 이제는 정말 전력을 다해주마!

파팟! 파팟! 파팟!

다섯 보호 마법을 둘러치고 왼손을 들었다.

“변환!”

번쩍! 하고 레나에게 만들어준 것보다 좀 더 개량된 마갑이 소환되어 몸에 들러붙었다. 그에 원령 흡수의 마법을 펼치고, 내가 알고 있는 모든 보조 마법을 일일이 시전하며 걸었다.

우직우직!

근력 증가, 마력 강화, 마력 증폭, 민첩성 향상, 시력 증가, 청력 증폭, 저항력 증가, 회복력 증가 기타 등등의 모든 것을 천천히 걸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녀석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멍청하게 서서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 녀석, 왜 저러지?

알고 있는 보조 마법만 해도 총 30여 가지. 그 모든 것을 거는 데 걸린 시간도 꽤 길다. 그걸 모두 걸고 한참을 기다려도 녀석은 움직이지 않았다.

문제가 생긴 건가?

그렇게 생각하며 언데드 타이탄 중 하나에게 녀석을 향해 언데드 브레스를 뿜어내게 했다.

쾅!

강력한 폭발이 일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있는 녀석은 아까보다 더 강렬한 붉은 기운에 휘감겨서 그대로 서 있었다.

“취익!”

그때 녀석이 드디어 고개를 돌렸다.

요새의 전투는 점점 치열해졌다. 성벽의 일부가 무너지고, 무너진 곳을 통해 밀고 들어오려는 오크들과 그런 녀석들을 막으려는 자들의 전투가 이어졌다.

스승님의 언데드 워커는 아직 도착하지 않은 건가? 대질량이기 때문에 공간 이동을 하지 못하고 걸어오고 있다고 하던데.

파직파직!

원념과 부정, 사념이 내 안으로 들어찼다. 광기와 절망도 내 안으로 들어차 내 주위에 검은 마나가 되어 나를 휘감았다.

하지만 저 녀석을 이긴다고 볼 수 없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곧 녀석이 나를 향해 고개를 완전히 돌리고는 걸어왔다.

“취익! 오크 현자 바바쿠 말했다. 취익! 오크는 오크니까 오크다.”

그게 뭔 개소리냐?

“수수께끼냐? 아니면 그냥 너절한 헛소리냐?”

“취익! 너는 모른다, 나 오크 전사 듀로탄을.”

“당연히 나는 너를 모르지. 그래서 너는 나를 아냐?”

나는 사령 마법사다. 그러니까 마법사다운 전투를 하기는 해야겠지.

“이봐, 너는 분명 현실의 너를 버렸다고 했지. 현실의 너를 죽여서 말이야. 그래서 여기서 죽는다면 너는 정말로 죽는 거다. 그렇지 않나?”

“취이익! 맞다.”

“그렇다면 내가 너를 죽이면 그건 살인이 되는 거지. 이런 일이 일전에도 있었어. 사우전드소드라는 녀석 말이지.”

그때 내가 어떻게 했는지 이 녀석은 알까?

“나는 현실이건, 여기에서건 내가 살아남기 위해 누군가를 죽인다는 것에 마음이 약해질 정도로 물렁하지 않아.”

연구소를 탈출할 때 죽인 자만 열여덟. 이미 내 손은 피로 물들어서 새삼스러울 것 따윈 없다.

여하튼 이 어깨를 어떻게 해야 할 텐데 말이야.

떨어진 어깨를 재생하려면 강력한 재생의 비약을 마셔야 한다. 재생의 비약을 마시더라도 약 1시간 정도의 시간이 걸리지.

한 팔이 없다라··· 페널티인데. 하지만 나는 지지 않을 거다.

“그런데 죽이기 전에 물어보자. 너 왜 현실을 버린 거냐?”

내 말에 녀석의 두 눈이 붉게 변했다.

화난 건가? 정곡이군.

“왕따냐? 아니면 집이 못사냐? 그것도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뒤졌냐? 뭐가 불만인데 현실을 버린 거냐? 나도 현실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이렇게 가상공간에 적을 두고 사는 놈인데 말이야. 그렇다고 너처럼 극단적이지는 않거든.”

내 말투가 참 얄밉겠다. 그 때문인지 녀석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지고 있었다.

“아, 오해할까 봐 말해두는데, 너를 비난하려고 묻는 건 아니다.”

자세를 잡고 마법을 준비했다. 유령의 손이 내 주위에 포진하고, 내 모든 능력을 사용하기 위해서 언데드 타이탄을 불러들였다.

“그냥 궁금하니까 묻는 거야.”

“취이이이이익!”

녀석의 몸이 폭발했다. 그리고 나를 향해 번개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도를 내리쳤다.

콰릉!

2라운드 시작이군!

***

“부끄러운 울림 소리!”

“터져라, 원념의 통곡!”

빌어먹을! 무슨 놈의 스킬 이름이 다 그따위야?

녀석이 쓰는 스킬 이름은 그야말로 괴상망측, 엉망진창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위력은 경천동지할 만큼 강력한 것. 문제는 어떤 스킬인지 전혀 모른다는 점이다. 이름만으로는 어떤 방식의 공격인지 알 수 없었다.

그나마 다섯의 보호 마법이 강력하게 가동되고 있고, 내 마갑의 방어 능력이 월등하여 녀석의 공격을 적절히 막을 뿐이었다.

“쳐라!”

구웅! 하고 거대한 언데드 타이탄의 주먹이 뻗어 내려와 녀석이 있는 자리를 내리쳤다.

“바람의 걸음!”

그러자 팟! 하고 녀석의 발 옆에 푸른 구슬 같은 것이 생기더니,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뛰어서 언데드 타이탄의 주먹을 피해냈다.

“치명적인 일격!”

“확실한 치명타!”

쾅! 하고 무기가 부딪쳤다. 녀석의 거구에서 나오는 힘은 상상 불허. 다섯의 보호 마법과 마갑의 힘이 아니었다면 진즉 죽었을 정도로 녀석은 강했다.

“취이이익! 위대한 오크의 칼은 모든 것을 자른다!”

젠장! 또 그거냐? 무엇이든 잘라버리는 일격? 그거 사기라고! 우왓!

그그그그가가가각!

“큭!”

언데드 타이탄의 허리가 베어져 버렸다.

저거 사정거리가 얼마나 되는 거냐?

쿠긍!

“취이이익! 라임! 비겁한 짓은 멈춰라! 겨우 그 정도인가! 취이익!”

큭!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