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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
그런 것을 몇 번 쓰니 20만의 오크 군대도 지리멸렬하고 퇴각하고야 말았다.
랑고트 측도 큰 피해를 당했지만, 아득바득 쫓아가며 추가 피해를 입혀 살아서 돌아간 오크는 겨우 4만도 되지 않는다고 했다.
언데드 워커의 뒤를 따라온 언데드 어보미네이션도 전투에서 큰 활약을 펼쳤다.
나는 언데드 타이탄을 회수하고, 전쟁이 끝나는 것을 지켜보았다.
이 전쟁은 듀로탄이라고 스스로를 칭한 그의 말에 의하면 나를 죽이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녀석은 물렀어. 병력으로 몰아치고, 나를 지치게 해서 죽였어야 했다. 하지만 녀석은 나와 일대일로 맞붙었고, 결국 죽임을 당했다.
어리석은 놈. 하지만 녀석을 죽였더니 내 마음이 찝찝하다. 꽤 기개가 있던 녀석이었는데.
그렇게 생각하며 길을 걸었다.
왕도는 오랜만의 활기로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그 모습을 멍하니 보면서 걷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 집에 도착해 있었다.
“어? 라임 왔어?”
“어레?”
집의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레나가 거실의 소파에 앉아서 부츠를 벗고 있었다. 가죽 부츠의 끈을 풀면서 벗어 내리는 녀석은 땀을 흘리고 있었는데, 여기저기 더러워져 있음에도 묘하게 색기가 넘쳤다.
“뭐야? 호송 끝난 거야?”
“오늘 막 끝났어.”
“다른 사람들은?”
“지금 위에서 씻는 중일걸? 나는 엘린이랑 뒤처리 좀 하느라고 방금 들어왔거든. 그런데 넌 어디 다녀오는 거야?”
“그 전쟁.”
“끝내고 온 거야?”
레나의 동그란 보라색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응, 끝났지.”
“그런데 너······.”
“왜?”
레나의 표정이 뭔가 이상했다.
“표정이 왜 그래?”
“표정?”
레나의 말에 깨달았다. 내가 죽을상을 하고 있다는 걸.
마음이 씁쓸하다지만 그걸 얼굴에 써 붙이고 다니고 있었나? 정신이 나갔군.
“그냥 좀 지쳐서.”
레나는 그런 나를 그저 바라만 보았다. 그러더니 맨발로 나를 향해 다가와 나를 꼬옥 안아주었다.
“힘내.”
“응.”
따뜻함을 느끼며 나 역시 힘주어 레나를 안았다.
왠지 쉬고 싶다.
@휴식
사람은 살면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지쳐 쓰러지니까.
-휴식론-
전쟁은 끝났다. 아이바크 영토의 약 30퍼센트를 얻은 랑고트 왕국은 종전 협상을 진행했다.
오크와 전쟁을 하지 않았다면 랑고트는 아이바크를 완전히 먹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전쟁을 할 여력이 랑고트에는 없었다. 아이바크 역시 마찬가지였고, 헬펜과 듀란은 쳐들어오기가 껄끄러운 상태다. 오크 언데드를 전선에 배치한 까닭이다.
타국에서 많은 비난 여론이 일었지만, 실제적으로 쳐들어오는 나라는 없었다. 신성 왕국은 저 멀리 남부에 있어서 이곳까지 힘을 미치지는 못했다.
신전의 세력이 외교적 압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야만의 나라라고 불리는 이 랑고트에는 신전과 신관의 수 역시 다른 나라에 비해 극히 적어 그들의 입김 역시 약하다.
랑고트에서 가장 큰 신전 세력은 시간과 얼음의 신 펜톤인데, 펜톤은 죽음과 생명, 허무의 신 타나타스크의 형제로 알려져 있다.
신화에 의하면 시공간의 신인 크로노스가 펜톤과 타나타스크, 그리고 몇몇 신을 창조했다고 한다지?
여하튼 그런 펜톤 교단은 사령 마법사에게 적대적이지 않다. 그들은 언데드에 대해서도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
펜톤 교단이 나서는 것은 그들의 신의 권역인 시간에 문제가 생겼을 때뿐이라고 한다. 아마 가장 외부 활동이 없는 교단이 바로 펜톤 교단일 것이다.
“후우······.”
전쟁이 끝나고 벌써 몇 개월 동안이나 집에 처박혀서 물건만 만들었다.
수백 개가 넘는 마법의 조합을 연구하고, 유용하게 사용할 조합식을 5개 만들었다. 그리고 내가 가진 마법 무구를 업그레이드하고, 언데드 타이탄을 더더욱 강력하게 변화시키는 한편, 마력 합금을 양산하여 어스 솔저를 개량 발전시킨 어스 아미를 만들었다.
또한 아라한 신전에 들러 모든 이리드를 개인적 무력 강화에 쏟아 부었다. 그것은 오히려 간단했다.
‘죽은 자의 육체’, ‘망혼의 이끌림’, ‘생명의 진원’, ‘피의 마력’. 이것들은 사령 마법사가 사용할 수 있는 패시브 스킬들이다.
‘죽은 자의 육체’는 육체 자체의 방어력을 높여 준다. 3단계 이상은 업그레이드를 시키지 못하는 것이 흠이지만, 3단계만으로 구울과 같은 단단한 몸을 가질 수 있다. 구울의 몸은 강철만큼 단단한데, 그런 몸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망혼의 이끌림’은 이미 전쟁에서 내가 써먹었던 ‘원령 흡수’와 같은 능력이다. 자동으로 주변의 망혼을 집어삼켜 내 마력과 체력을 회복한다.
물론 패시브이기 때문에 ‘원령 흡수’에 비하면 그 힘이 4분지 1 정도밖에 안 된다. 하지만 ‘원령 흡수’와 중복되고, 자동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그 뒤의 것들도 마찬가지다. ‘생명의 진원’은 상대와 접전 시 상대의 기력을 빼앗아 사용하는 것이고, ‘피의 마력’은 내 피부에 닿은 피를 흡수하여 체력을 회복한다.
그 외에도 몸의 속도를 빨라지게 만드는 ‘원령의 바람’이라든가, 힘을 증가시키는 ‘살인마의 괴력’ 같은 패시브 스킬들도 고루고루 올렸다.
우선 내가 살고 봐야 하지 않나?
수백 가지의 마법을 뒤져 일일이 조합해보고, 그중 가장 알맞은 조합식 다섯 중 둘 역시 나를 보호하고, 내 신체와 마법적 능력을 보조하는 것이다.
그와 함께 일격필살의 필살기로 삼을 스킬을 골라 이리드를 투자했다.
바로 유령의 손에서 진화한 ‘강마의 손’. 모든 이리드를 투자한 끝에 ‘멸신의 손’이라는 것으로 진화했다.
무려 열 번이나 레벨을 올린 결과였다. ‘멸신의 손’이 마지막으로 더 이상은 업그레이드가 안 된다.
남은 이리드는 모두 ‘강마사악의 창’에 쏟아 부었다. 그리고 그것은 ‘사자군주의 창’이 되었다.
결국 새로 얻은 것은 이렇다.
‘사자군주의 창’, ‘멸신의 손’, ‘조합식 다섯’.
아, 고루고루 올린 패시브 스킬들도 있군.
몇억이 넘는 이리드가 모두 이것들에 투자되었고, 나는 강해졌다.
그럼 많이 강해진 셈이지. 이제는 정말로 먼치킨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야.
물론 나만큼 강한 자들도 있겠지. 그 미친 베헤만이나 검왕 칼츠 같은 놈들 말이야.
녀석들도 사실 미친놈이다. 베헤만은 현실의 스트레스를 이 세계에서 아주 저열하게 푸는 것을 즐기는 미친놈이고, 검왕 칼츠는 현실에서 불가능한 것을 이 세계에서 하려는 미친놈이다.
현실에서는 아무리 검술이 잘나봤자 결국 그것을 써먹을 데가 없다. 세계는 완전히 통합되었고, 칼츠가 그 검술 실력을 제대로 보이기 위해서는 결국 어두운 세계를 전전할 수밖에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