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프 크라이-250화 (25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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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

칼츠에게 들었다. 결국 투쟁이란 누군가를 죽이고야 만다는 것을. 투쟁을 위한 나날의 결과로 녀석은 실제로 현실에서 몇몇을 죽였고, 원한도 맺었다는 것을.

그래서 녀석은 그 세계를 떠났다. 하지만 녀석의 마음속 투지는 사그라지지 않았고, 그러던 차에 가상현실이 나왔다. 그에 녀석은 여기에 뛰어들었다. 녀석이 좋아하는 싸움을 마음껏 하기 위해서. 그러면서도 그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을 수 있는 세상에 거주하기 위해서.

순수한 의미의 ‘즐긴다’에 가장 적합한 녀석이 아마 칼츠일 것이다.

이 세계의 사람들이 실제로 살아 있는 것과 같다는 사실을 알면 녀석은 어떻게 할까?

“갑갑하군.”

태양을 안 본 지 벌써 몇 달이군.

이 지하 공방에서 물건을 만들고, 조합식을 연구하는 데에 벌써 많은 시간이 지났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의 이리드는 빠르게 쌓이고 있다.

왜 그런지 이제는 안다.

운명 수치. 그게 이리드니까.

내가 한 행동의 파장이 얼마만큼 크게 퍼지느냐에 따라서 이리드가 증가한다.

나는 이미 이 랑고트 왕국은 물론, 젤펜다임마저 바꾸었다. 나라는 존재 하나로 인해 만들어진 파장은 계속 커질 것이다. 그리고 이리드는 계속해서 쌓이겠지.

그것은 마치 고리대금업의 복리 이자처럼 불어나, 이제는 내가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아도 늘어난다.

언젠가는 멈추겠지만 아직은 아니다.

“궁상은 이제 그만 떨까.”

자리에서 일어났다.

5개월간 만든 개량된 언데드 타이탄의 수는 총 20기. 어스 아미는 총 1만 기다.

어스 아미 하나하나가 오크 전사 다섯 정도는 상대할 수 있다. 오크 전사 하나가 일반 병사 다섯은 상대한다. 어스 아미 1만 기면 5만의 오크 전사를 상대할 수 있고, 일반 병사라면 10만도 상대 가능하다.

이는 단순한 계산으로 전쟁이란 변수가 여러 가지로 생겨날 수 있으니 확실하다고는 못하겠지만, 이것만으로도 나는 나라를 도모할 수 있을 정도의 전력을 가진 셈이지.

그리고 나 자신도 먼치킨이라고 할 수 있는 능력을 손에 넣었다.

“후우! 슬슬 햇빛이나 볼까.”

햇빛을 보겠다고 마음먹고 공간을 넘어 집에 돌아왔다. 레나를 비롯한 식구들은 또다시 먼 곳으로 호위를 나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흠··· 엘린이 제대로 하고 있나 보군. 하기야 내 이름 팔아서 장사하고 있고, 전력도 꽤 강력하게 갖추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겠지.

끼익-

“후우!”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니 차가운 날씨와 눈이 나를 반겼다.

시간이 흘러 다시금 겨울이 왔다.

이 나라에서만 1년이나 지났구나. 여기 왔을 때 겨울이었는데······.

현실의 시간으로 치면 약 2개월쯤 되겠지?

내가 여기 처박혀 있는 사이에도 다른 이들은 사냥이다 뭐다 하면서 강해지고 있겠지.

하지만 뭐 어떠랴? 이미 나는 현금으로 상당히 큰돈을 얻었다. 그 정도면 평생 놀고먹을 돈이다. 사실 게임을 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먹고사는 문제 때문이었으니까.

“으챠!”

눈 쌓인 정원에 나무 의자를 하나 가져다놓고 앉았다.

그나마 조금 따뜻한 태양빛을 받으며 그렇게 늘어져서는 눈을 만지작거렸다.

가끔은 이렇게 늘어져 있는 것도 좋구먼. 하기야 인생이라는 게 여유가 있어야 된다고 예전에 누군가가 말했었지.

쿵!

“아아!”

그렇지. 내가 쉬려는데 뭔가 일이 안 일어날 수가 없지.

그렇게 생각하며 옆을 보니 무언가가 내 저택의 정원에 떨어져 있었다.

“뭐야, 이거?”

그것은 검은 구슬이었다, 그것도 지름이 2미터쯤 되는.

그런데 그 구슬이 부르르 떨더니 흩어지며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익숙한 얼굴 둘이 나타났다.

“에?”

왜 이 녀석들이 여기에서 튀어나오는 거지?

“라임.”

한 명이 입을 열었다. 그리고 똑같은 얼굴을 한 다른 한 명이 이어서 입을 열었다.

“찾았다.”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둘. 내가 일전에 본 적이 있는 쌍둥이 소녀 아린과 아란이었다.

그 두 소녀는 한목소리로 말했다.

“도와줘.”

콰쾅!

두 소녀의 말과 함께 저택과 밖을 나누는 높다란 담장의 벽이 박살 나며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바로 12미터쯤 되어 보이는 거대한 고렘이었다.

***

“이건 또 무슨 일이야?”

고렘은 처음 보는 녀석이었다. 녀석은 나타나자마자 거대한 망치를 들고 공격하기 시작했다.

“라임!”

“피해라!”

너희들이 말 안 해도 피할 거라고!

“순간 이동!”

팟! 하고 공간을 넘어 피하며 ‘멸신의 손’을 불러냈다. 그러자 총 12개의 보이지 않는 손이 세상에 나타났다.

이 녀석 하나하나가 한 번에 5톤의 무게를 움직일 수 있는 무시무시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

콰쾅!

멸신의 손 12개로 망치를 든 녀석의 머리를 후려쳤다.

쾅! 쾅!

그리고 계속 두들겼다. 그러자 녀석의 장갑이 찌그러지는 게 보였다. 그 후, 푸쉭! 하고 연기를 내고는 드드드드! 소리를 내며 떨다가 멈추었다.

“쯧! 갑자기 남의 집 담장은 왜 부숴?”

담장을 대파하며 나타난 녀석이지만 간단하게 박살.

하지만 뭔가 어이없다. 아란과 아린은 왜 여기 나타난 거고, 그런 두 소녀를 왜 저런 녀석이 쫓고 있는 거지?

“라임.”

“고맙다.”

아린과 아란이 나에게 다가와서는 고개를 숙여 보였다. 한 치의 빈틈도 없이 똑같은 움직임이었다.

“너네 둘, 아리엔과 같이 있던 꼬맹이들이지? 여기는 무슨 일이지?”

“우리는 쫓기고 있었다.”

“조력자를 구하고 있었다.”

“라임이 이 근처에 산다는 것을 기억했지.”

“그래서 이곳으로 왔다.”

이 녀석들 왠지 말투가 딱딱하단 말이야. 마치 어렸을 적에 나랑 같이 연구소에 있던 다른 녀석들과······.

“설마 너희들······.”

“왜 그러지, 라임?”

“문제가 있나?”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 건 물어보면 실례겠지. 후우! 내 예감이 맞겠지. 아리엔과 같이 있는 것도 그렇고······.

아라한 컴퍼니에서는 공식적인 디자인 휴먼이 태어나고 있는 지금도 유전자 실험을 멈추지 않는 건가.

그놈들은 대체······.

“근데 저건 뭐냐.”

저거 분명 탑승형 고렘인데 탑승자가 아직도 안 기어 나오네. 기절했나? 아니면 죽은 건가?

“우리를 쫓는 적.”

“우리가 상대해야 할 자들.”

“흐음?”

니들이 그렇게 말하면 내가 뭔 수로 알겠냐?

파캉!

그때, 옆에서 뚜껑 열리는 소리가 들려서 돌아보니, 고렘의 앞 장갑을 열고 튀어나오는 놈이 있었다.

처음 보는 놈이었다.

“이그젝션의 꼬맹이들! 이 정도로··· 꾸악!”

나는 놈이 뭐라고 떠들기 전에 멸신의 손 중 3개를 이용해서 후려쳐 버렸다.

15톤의 충격이니 아마 뒤졌겠지.

“크··· 크윽······!”

어레? 안 죽었네?

“이그젝션 길드와 반목하는 녀석들이야?”

“크리에이트 길드의 사람.”

“우리와 반목하는 자의 하수인.”

크리에이트 길드는 또 뭐야? 이거 날 잡아서 현실에 가서 정보 수집 좀 해야겠군.

“그럼 생포해볼까. 마력의 포박!”

마법을 써서 녀석을 꽁꽁 묶었다.

곧 저 멀리로 병사들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이 놈을 병사들에게 심문하라고 하면 뭐라도 답이 나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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