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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을 요청하는 이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세계에서 외부로 나가는 것은 유저 외에는 불가능하다. 또한 아라한 컴퍼니가 허락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아라한 컴퍼니는 그 누구도 뚫을 수 없는 시스템적 보안에 의해 보호받고 있으니까. 그 어떤 해커도 아라한 컴퍼니의 방어벽을 돌파한 역사가 없다.
녀석들은 그런 구멍을 발견한 걸까? 아니면 아라한 컴퍼니의 의도인가? 모르겠군. 아무것도 모르겠어.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하다. 아리엔을 그대로 내버려 둘 수 없다는 것! 그것 하나만은 확실해!
“이유는 아리엔에게 듣지. 너희와는 제대로 된 이야기를 하기 어려운 것 같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참으로 공교로운 타이밍이로군. 내가 모든 준비를 완전히 갖춘 지금에 와서 이런 일이 발생하다니. 누군가의 의도인가? 하지만 왜?
“너희들도 갈 테냐?”
“우리도 가.”
“라임을 믿는다.”
“훗! 나를 얼마만큼 믿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쉬운 녀석이 아니라는 것은 보여 주지.”
출진이다! 아리엔을 구출해내고, 녀석들이 대체 뭘 꾸미는지 알아봐야겠어! 리셉티클로 다시 육체를 손에 넣고 싶다면 빨리빨리 할 것이지 왜 여기에서 꾸물대는지, 그리고 아리엔은 왜 납치했는지 알아볼 시간이야!
***
“진군.”
척! 척! 척! 척! 척! 척!
언데드의 군대가 진군한다.
스승님의 힘을 이용해 오크 언데드를 1만 기 받아냈다. 그리고 그 1만 기는 내 힘에 의해 개조되고, 강화되었다.
언데드 오크 워리어. 그것이 이것들의 이름.
생전 오크의 3배에 달하는 무지막지한 괴력에, 강철만큼 단단한 몸을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이것들이지.
자, 어떻게 하는지 볼까?
척! 척! 척! 척! 척! 척!
군대는 반쯤 무너진 거성 프로즌 쓰론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갔다. 눈 덮인 대지 위를 걸어 프로즌 쓰론에 점차 접근하는 동안 아무런 공격도, 도발도 없었다.
하지만 반드시 반응할 것이다. 이 군대가 성안에 그대로 난입하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크리에이트 길드의 녀석들이 1만 명이라지만, 그들 모두가 저 성에 있지는 않을 터.
우르릉! 우르릉!
그때 하늘에 먹구름이 꼈다.
“마법이군!”
저쪽도 내 쪽을 발견했다는 의미인가? 구름을 불러서 어떤 공격을 할 거냐?
콰르르릉!
번개가 내리꽂히고, 진군하는 군대의 일부를 태우며 폭발을 일으켰다.
호오! 번개의 소환인가! 강력한 마법이지! 하지만 겨우 그 정도로는 약해!
“마법 강화, 마력 증폭, 마력 부여, 마법 부여, 마법의 장벽!”
빠르게 마법을 조합해 하늘을 향해 펼쳤다. 콰르릉! 하고 떨어진 번개는 내가 펼친 거대한 마법의 장벽에 가로막혔다.
이것이 내가 만든 다섯 조합식 중에서 보호 마법에 특화된 2가지 조합식 중 마지막 하나이다.
‘거대 장벽’.
이름이 그런 것일 뿐이지만 말이야.
콰쾅! 콰쾅!
번개를 막아내며 결국 나의 군대가 프로즌 쓰론의 거성에 근접했다. 그리고 역시나 프로즌 쓰론의 무너진 성벽에서부터 줄줄이 사탕처럼 뭔가가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헤에?”
언데드잖아! 여기에 사령 마법사가 있는 걸까?
하기야 랑고트 왕국에 사령 마법사 조합이 생긴 후로 유저들이 사령 마법사로 들어서는 길이 쉬워졌으니, 사령 마법사가 된 녀석들도 상당히 많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니 사령 마법사가 없을 거라고는 볼 수 없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내 앞에서 언데드를 사용하다니······.
“정신줄을 놨군. 아니면 나에 대한 정보가 없거나.”
느긋하게 기다렸다. 녀석들의 언데드는 구울로 보였다. 사납게 치켜뜬 눈도 그렇고, 이빨을 드러내고 야수처럼 달려오는 모습만 봐도 구울이었다.
좀비는 생전의 절반 정도의 느린 움직임을 보이지만, 구울만 되어도 생전보다 최소 2배는 빠르게 움직이며, 몸은 강철 같고, 근력도 최소 2배 이상 늘어난다.
그런 구울이 우수수 쏟아지며 달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어차피 그래봤자다.
“나 강대한 죽음의 힘을 다루는 사자군주의 이름하에 명령한다! 복종해라!”
마력을 두 손에 모아 부딪치며 외쳤다. 그 외침은 나의 힘이 되고, 그것은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
달려들어서 막 내 군대를 공격하려던 구울들은 내 명에 몸을 납작 엎드렸다.
우수수수!
수천은 될 법한 구울은 도리어 나의 부하가 되었다.
하하하하! 내 앞에서 언데드는 무용. 오히려 나의 힘을 늘려 주는 꼴밖에 안 되지!
“공격.”
구울이 반전한다. 그대로 무너진 프로즌 쓰론의 성벽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그 뒤를 이어 언데드 오크 워리어도 안으로 들어섰다.
나는 아린과 아란을 이끌고 가장 늦게 걸음을 옮겼다.
“역시 라임이야.”
“사악하다, 라임.”
아린과 아란이 뭐라고 하든 나는 훗! 하고 웃으며 들어섰다. 그런데 안은 그야말로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라임의 언데드 지배력이 이렇게 강할 줄은!”
“제길! 마법을 써라!”
허헛! 나를 위해 준비한 함정이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져서야. 하기야 내 정보에 대해 제대로 몰랐으니 그럴 만도 하겠지.
어리석은 놈들이로세. 나에 대해 아는 것도 없이 나를 꺾을 함정을 준비했다는 건가? 이거 김이 다 새는군.
“이게 뭐요!”
“계약 사항과 다르잖아!”
개중에서는 NPC 용병으로 보이는 자들도 있었다. 아니, 그런 자들이 더 많았다.
하기야 유저··· 그것도 현실의 자신을 버린 녀석들이라면 까딱하면 죽을 수도 있는 일에 쉽게 참여하지는 않겠지.
NPC를 불러들여 일을 도모하는 쪽이 자신의 목숨도 안전하고, 효과적이다.
크앙!
그때, 언데드들이 NPC인지 실상을 버린 유저인지 모를 마법사에게 달려들었다. 마법사가 타오르는 불길과 방어 마법으로 스스로를 보호했지만, 밀려드는 언데드에 의해 방어 마법이 깨지고, 타오르는 불길을 무시한 채 달려들어 물어뜯는 언데드들의 이빨을 막지 못했다.
“으아악!”
곧 그 마법사는 구울에게 목과 전신의 살점이 뜯기며 죽어버렸다.
그르르르!
“씨발! 비켜!”
용병 복장을 한 전사가 바스타드 소드를 든 채 다른 동료들과 등을 맞대고 언데드와 맞서 싸웠지만, 그들의 수는 겨우 몇십 명 정도. 언데드의 수는 내 언데드 오크 워리어를 제외하고도 무려 수천이나 된다.
녀석들은 결국 몰려드는 언데드의 파도를 이기지 못하고 죽었다.
여기저기에서 수십 수백이 학살당해 쓰러졌다.
언데드의 수가 수천인데, 무너진 성벽 안의 녀석들은 겨우 수백밖에는 안 됐다.
그런 녀석들을 가지고 대체 무엇을 하겠다고.
고렘이라도 가져다놨으······.
콰쾅!
“생각하기 무섭게 등장하시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