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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과 실상
공중에서 방심하던 녀석은 땅바닥에 그대로 패대기쳐졌다. 그리고 그 타이밍에 맞추어서···
“사자군주의 창!”
먹어랏!
콰르르르릉! 하고 거대한 구덩이가 또 생겼다. 하지만 녀석은 개구리처럼 펄쩍 뛰면서 사자군주의 창을 피해냈다.
무려 수십 미터짜리 창을 소환해 던지는 기술이다. 아무리 녀석이라고 해도 막을 수는 없기에 피한 것이겠지.
“라임, 강해졌군?”
“그럼 놀고 앉아 있었겠냐!”
점프. 녀석에게 날아가 본 액스를 휘둘렀다.
쾅! 쾅! 쾅!
순식간에 수십 번이나 녀석의 손과 내 본 액스가 충돌했다. 그 여파가 나와 녀석의 몸에 와서 부딪쳤지만, 녀석은 그 검붉은 기운으로 몸을 보호하고, 나는 내 몸에 걸린 보호 마법에 의해 보호되었다.
“파룡장!”
“큭!”
순간, 녀석이 내 공격의 사이로 손을 비집고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 손이 복부로 다가와 나를 후려쳤다.
콰쾅! 하고 큰 충격음이 들리고 몸이 흔들렸다. 하지만 몸만 흔들렸을 뿐, 아픔과 고통은 없었다.
내 보호 마법을 우습게보지 말라고!
“이건 또 뭐야?”
“보호 마법 모르냐! 확실한 치명타!”
녀석의 어깨를 본 액스로 후려쳤다. 그러자 녀석의 검붉은 기운이 조금 갈라지며 어깨를 찍어낼 수 있었다.
아싸!
“크아악!”
녀석이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섰다. 눈에 핏발이 서는 게 보였다.
아차! 너무 몰아붙였나! 저 녀석이 저렇게 맛이 가면 위험한데.
“아파! 크히히히히! 아프다고!”
녀석이 짐승처럼 달려들었다. 스킬을 사용하지도 않고 손을 갈퀴처럼 휘둘렀다. 그것을 피하자 녀석의 손이 쾅! 하고 바닥을 때렸는데, 바닥이 쩌억 갈라져 버렸다. 그리고 녀석은 그 반동으로 튕겨 오르더니 반대쪽 손을 뻗어내고 있었다.
엄청난 속도로군! 하지만 그래봤자야.
“회전!”
콰콰콰!
멸신의 손 12개가 내 주위에서 원을 그리며 무시무시한 속도로 회전하면서 다가오는 모든 것을 분쇄했다.
녀석의 몸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콰콰콰! 하는 소리와 함께 뒤로 튕겨져 나갔다.
“크아아!”
그런데 피를 철철 흘리면서 녀석이 다시금 달려들었다. 그리고는 거의 내 멸신의 손이 움직이는 곳에 다다르자마자 소리를 질렀다.
“멸룡마수!”
녀석의 두 손이 시뻘겋게 물들었다. 그냥 물들었다기보다는 아예 붉은 광채가 되면서 내밀어졌다.
멸신의 손이 그것에 부딪히자 폭음이 일었다. 하지만 녀석의 손은 도리어 멸신의 손을 소멸시키며 나에게 내밀어졌다.
위험!
“순간 이동!”
팟! 하고 이동하고 나서 녀석을 바라보니, 눈에서 아예 붉은 광채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흐흐! 도망가는 거야, 라임?”
안 그래도 미친놈이 더 미쳤군. 저건 또 뭐 하는 스킬이야? 저 붉은 광채를 뿜어내는 손은 보통이 아닌 것 같은데.
“이 손은 말이지··· 찢는 데 아주 좋아. 사람의 몸이란 것은 의외로 질기고 단단하잖아? 하지만 이 손이면 종이 찢듯이 쫙쫙 찢을 수 있지. 재미있지 않아? 그렇게 찢길 때 이곳의 사람들은··· 소리를 지르더군.”
“미친놈.”
구역질이 난다.
“크하하하! 여기는 우리를 위해서 만들어진 세계야! 살인도! 강간도! 뭐든지 가능해! 인육을 먹어보는 건 어떨까?”
“꺼져라! 언데드 브레스!”
천장을 부수고 가만히 서 있던 언데드 타이탄은 내 명령에 즉각 반응했다. 쿠왕! 하고 녀석을 향해 검은 광선이 내리꽂히고, 녀석은 그것을 재빠르게 피해냈다.
이미 피할 줄 알았다. 그 피하는 궤적으로 나는 마법을 시전했다.
“사자군주의 창!”
쿠릉! 하고 거대한 창이 찔러갔다. 하지만 녀석은 기괴하게 웃으며 오히려 사자군주의 창에 맞서는 게 아닌가?
“크하하하! 멸룡마수의 앞에 모든 것은 부서진다!”
콰쾅!
“쓰발!”
진짜 부서지잖아? 사자군주의 창이 부서지다니? 엄청난 힘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쫄 것 같냐? 어차피 내 목적은 네놈을 죽이는 게 아니거든.
“순간 이동! 순간 이동!”
연달아 순간 이동을 펼쳤다. 공간이 접히며 나는 순식간에 녀석에게서 벗어났고, 바로 얼음 왕좌의 옆에 서 있었다.
“아리엔은 내가 데려가지! 아린! 아란! 탈출해라!”
녀석에게 소멸당한 멸신의 손은 총 8개. 그러나 아직 4개의 멸신의 손이 남았다. 그 손 중 하나로 아리엔의 몸을 부여잡았다.
파지지지직!
“이건?”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아리엔을 잡으려는 순간 그녀의 몸에서 무시무시한 한기가 흘러나오더니, 무형의 존재인 멸신의 손을 그대로 얼려 버렸다.
영혼의 힘으로 만들어진 것을 얼려 버리다니! 이건!
“큭!”
바로 몸을 날려 한기를 피했다. 아리엔이 앉은 얼음 왕좌가 엄청난 한기와 함께 점차 커져 가는 것이 보였다.
“크히히히히히히히! 쉽게 될 줄 알았나, 라임?”
뒤에서 베헤만 녀석이 성큼 다가와 있었다.
“이 새끼··· 뭐 한 거냐?”
“얼음 왕좌는 보통의 왕좌가 아니다. 어떤 특별한 퀘스트를 위한 구조물이란 말씀이야.”
“제길!”
그렇다면 아리엔을 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크큭! 그리고 말이지, 아리엔이라는 녀석은··· 이미 정신적으로 제압되었다. 현실에서도, 여기에서도 떠나지 못한 채로 갇힌 거지. 이제야 내 소원이 이루어지는 거야.”
“니 소원이 뭔데?”
“진짜 사람을 죽여 보는 거다!”
녀석이 덮쳐 왔다.
이 새끼 정말 미쳤구나! 이렇게 사람 죽이기를 좋아하는 놈이 또 있을까? 나도 사람 몇 죽여 봤지만, 이놈은 정말 이해할 수가 없어!
“죽어랏!”
“사자군주의 창!”
녀석의 손이 빛을 내며 사자군주의 창에 대항했다. 동시에 나 역시 뛰어올라 무기를 들어 내려쳤다. 그러자 콰쾅! 하고 큰 폭음과 고통이 일었다. 그리고 그 순간 갑자기 땅에서부터 얼음의 창이 불쑥 튀어나왔다.
콰직!
“뭐야, 이건 또!”
“크하하하하! 시작된다! 저주받은 왕의 유물이 깨어나는 거다! ‘죽음을 인도하는 지팡이’의 부활이다!”
“이런, 씨부럴! 얼음 왕좌에 있던 게 육신기 중 하나인 ‘죽음을 인도하는 지팡이’였나!”
구구구구구구! 하는 소리와 함께 얼음 바닥이 갈라졌다. 그리고 얼음 기둥이 바닥에서 솟구치며 얼음 왕좌가 하늘 높이 치솟았다. 당연하게도 아리엔을 데리고 간 채였다.
“빌어먹을!”
“크하하하! 많은 사람이 죽을 거야! 그리고 그 비명을 듣는 거지! 짜릿하지 않나?”
“이 미친놈아! 닥쳐!”
쿠구구구!
내 앞에서 얼음의 탑은 끝없이 높아지고 있었다.
이래서는 안 된다!
“나와랏!”
쿠구궁! 하고 언데드 타이탄이 모두 나타났다. 총 20기가 나타나자 땅이 갈라지며 여기저기가 박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