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프 크라이-257화 (257/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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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과 실상

아직 얼음 탑은 언데드 타이탄만큼 높아지지는 않았어!

“부숴라!”

언데드 타이탄이 얼음 기둥을 향해 손을 뻗어 휘둘렀다.

“방해 마라!”

그때, 섀도우 워커라고 말했던 놈이 검은 그림자의 파도와 함께 나를 향해 달려드는 게 보였다. 그 옆으로 미친놈도 같이 공격해왔다.

이제 와서 나를 막으려고 하지 말란 말이다! 내가 개발한 조합식 중 하나를 선보여 주지!

“어둠의 손! 망자의 절규! 원한의 붙잡음! 달라붙는 원념! 피의 사슬! 마력의 속박! 마력 증폭! 마력 부여!”

8가지 마법이 순식간에 합쳐졌다.

조합식은 개수도 중요하지만 순서도 중요하지. 내가 만든 최강의 조합 마법 5개 중 하나! 절대 포박 마법을 맛봐라!

번쩍! 촤르르르르륵!

내 주변에서 검은 원이 생기고, 그것은 순식간에 수천 개의 선이 되어 쏘아져 나갔다.

“그림자의 삼천 칼날!”

“크크! 멸룡마수의 앞에서 장난질을 하는 거냐?”

섀도우 워커와 베헤만은 각자의 스킬을 사용하며, 내가 쏘아 보낸 수천 가닥의 어둠의 사슬을 부수려고 했다. 하지만 그건 오산이다.

퍼엉! 촤르르륵!

“아닛!”

콰직! 콰직!

땅을 뚫고, 사방에서 달려들었다. 이 검은 사슬 앞에서는 그 무엇도 도망칠 수 없지. 막는다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이잇!”

촤라라라락! 하는 소리가 울리며 녀석들의 사지에 결국 검은 사슬이 접촉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휘감으며 녀석들을 꼼짝 못하게 만들어버렸다.

“네놈! 과거와 똑같은 짓을 하는구나! 그래! 이러고서 나를 죽일 거냐? 죽여! 죽이라고! 크히히히히!”

“미친놈.”

그래. 상대의 몸을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게 바로 내 과거의 주특기 중 하나였지. ‘라이프 크라이’에서는 랜덤으로 사령 마법사가 걸리는 바람에 언데드 생산과 무기 제조에 주력했지만, 내 진짜 전투 방식은 이거다.

첫째, 상대를 묶는다.

둘째, 원거리 공격을 한다.

셋째, 최대한 나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무구나 마법, 스킬의 조합을 찾는다.

넷째, 이러고도 못 죽인 놈은 근접으로 끝장낸다.

심플하지?

원래 상대를 묶어놓는 기술이야말로 전투의 핵심. 그래서 과거부터 나는 여러 가지 아이템을 구비하고, 여러 가지 방법을 준비하고 다녔다. 그래서 상대를 함정에 몰아넣고, 꼼짝 못하게 된 녀석들을 사냥해서 죽여 버렸지.

그 결과 얻은 별명이 음험한 학살자 라임인 것이다.

콰쾅!

“헛?”

언데드 타이탄의 육탄 돌격에도 얼음 기둥은 부서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더욱 크게 올라가며 다른 땅도 갈라지기 시작했다.

“쳇!”

난 바로 하늘로 날아올랐다. 바닥이 박살 나고, 울퉁불퉁한 얼음 기둥이 솟구치니 별수 있나!

“돌아와라!”

그리고 빛과 함께 언데드 타이탄들이 아공간 주머니로 회수되었다.

아린과 아란은 어딨지? 없잖아! 잘 도망친 건가? 제길!

“이건······.”

구구구구구구구구구!

곧 프로즌 쓰론이라고 불렸던 거대한 낡은 고성이 무너졌다. 땅이 갈라지고, 그 틈으로 거대한 원뿔의 얼음 기둥이 튀어나오며 점점 높아져 갔다.

이게 무슨 변고람? 그리고 대체 아리엔은 어떤 상태에 빠져 있는 거야!

“이게 ‘죽음을 인도하는 지팡이’의 힘이란 건가? 그런데 이상하군. 내 서클릿과 반지가 공명하지 않고 있어. 그렇다면 이건······.”

지팡이의 힘이 아니다! 다른 무언가의 힘! 그게 대체 뭐지? 그리고 아리엔은 왜 납치해서 그 왕좌에 앉혀 놓은 거야?

쐐에에에게!

그렇게 생각하며 거대한 얼음의 산이 일어나는 것을 바라보고 있는데, 아래에서 무언가가 빠르게 쇄도해왔다.

“사자군주의 창!”

나는 수십 미터의 거대한 창을 만들어 쇄도해오는 것들을 향해 던졌다. 녀석들은 잽싸게 창을 피해냈고, 창은 아래로 떨어져 얼음 기둥에 부딪쳤다.

콰쾅!

“보지도 않고 공격인가? ME는 덕분에 죽을 뻔했다구.”

“의외의 인물이로군.”

나타난 자는 문라이트래빗. 월광토끼라고 스스로를 칭했던 바로 그자였다.

“이그젝션 길드에서도 본격적으로 나선 건가?”

“마스터가 납치되었다는 것은 ME의 길드의 치욕. 그것을 두고 볼 수는 없지.”

파팟! 파팟! 파팟! 파팟!

주변에 빛이 일어나며 몇 명의 사람이 나타났다. 아린, 아란도 있었다.

이그젝션 길드의 인물들이군!

“ME의 길드의 고수 둔저 공이 나섰다네! YOU의 도움과 조력··· 탱큐!”

월광토끼가 그렇게 말하는 사이, 옆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강대한 기파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옆을 힐긋 보니 둔저 공이라고 불린 자가 마치 거대한 태양처럼 힘을 모으는 것이 보였다. 그는 상당히 뚱뚱한 사내였는데, 온몸에서 태양과도 같은 힘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것은 점점 커지더니 지름이 거의 30여 미터쯤 되는 거대한 구체가 되었다.

“그럼 나는 뒷짐 지고 구경하도록 하겠다.”

“오케이!”

나는 뒤로 물러났다.

아린과 아란의 요청으로 아리엔을 구하러 왔고, 실패했다. 하지만 적의 세력을 거의 거덜 냈으니, 이 기괴한 사태만 해결한다면 아리엔을 구할 수 있을 터.

어차피 이그젝션 길드에서 사람이 왔으니 내가 더 이상 손쓸 일은 없겠지. 그리고 이번 일의 대가는 이그젝션 길드에게 받으면 된다.

“무거움은 끝이 없으니 그것을 운명이라고 한다!”

둔저라 불린 사내의 몸을 감싼 거대한 구체는 더더욱 크게 팽창해 지름이 수십여 미터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것은 커다란 외침과 함께 아래로 떨어졌다.

더더욱 거대하게 솟구쳐 오르는 얼음의 산에 떨어진 그것은 얼음들을 깨부수며 밑으로 떨어져 내렸다.

어떤 능력인 건가, 저건?

“중력이야.”

“둔저는 중력을 다룬다.”

아린과 아란이 내 옆에 와 섰다. 두 미소녀의 발에는 못 보던 신발이 신겨져 있었는데, 발목 부분에 날개가 달린 꽤 귀여운 신발이었다.

하늘을 날게 해주는 마법 무구로군.

“중력이라고?”

“그래.”

“중력의 마투사.”

“그것이 둔저의 별명.”

“길드의 최고수 삼 인 중 하나다.”

이그젝션 길드의 최고수라.

“다른 둘은 누군데?”

“스카이 워커 스카이.”

“마인 아크.”

둘 다 못 들어본 사람들이다. 그런데 스카이 워커 스카이는 어떤 사람이야? 이름이 스카이이고, 별명이 스카이 워커인가? 왠지 고전 명화 스타워즈가 생각나는데?

“마인 아크는 왜 마인이야?”

“별명이 그렇다.”

“이유는 불명.”

“다른 별명으로는 통조림의 추적자라는 특이한 별명을 가지고 있다.”

“통조림의 추적자는 또 뭐야?”

“어떤 집단이 아크를 그렇게 불러.”

“그 집단은 아크를 두려워해서 그렇게 불러.”

으음··· 대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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