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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징 드래곤과 전설의 사나이의 등장
“크악!”
형체를 이루지 않은, 바람과 같은 그 힘의 파장은 그대로 나를 후려쳤다.
나뿐만이 아니다. 모든 것을 후려쳤다.
하지만 나는 방어 마법과 마갑에 의해 보호받아 그런대로 멀쩡했다.
“크흐! 프리징 드래곤이 완전히 각성하려나 보군. 그 전에 너는 죽겠지만 말이야.”
“예전에도 그런 말 한 적 있지 않았냐?”
“이번에는··· 다를 거야!”
녀석의 몸이 마치 소설에나 나오는 이형환위처럼 잔상을 남기며 돌진해왔다.
이런 씨발라마 같은 놈! 엄청 빠르잖아!
“흐랍!”
스킬을 쓸 틈도 없어서 마력을 뿜어내며 본 액스를 앞으로 휘둘렀다. 그러자 녀석의 두 손과 부딪치며 쩌억! 하고 금이 갔다.
“크히하!”
녀석이 몸을 뒤집으며 맹수처럼 얼굴을 내밀었다. 나는 입을 한껏 벌린 녀석의 얼굴이 무서워 몸을 뒤로 뺐다.
딱!
이 새끼! 나를 물어뜯으려고 했어! 이 개 같은 새끼!
“죽엇!”
쐐에엑! 퍼억! 하는 소리와 함께 녀석의 몸이 날아갔다.
몇 개 안 남은 멸신의 손의 공격이 어떠셔?
오싹!
뭐냐! 이 오싹한 느낌은? 녀석은 튕겨 나갔는데? 아래인가!
“순간 이동!”
기운을 느끼자마자 바로 공간을 넘었다. 하지만 약간 늦었다. 저 아래에서부터 거대한 푸른빛의 기둥이 내가 사라지기 직전 내 몸을 뒤덮었다.
“으아아아악!”
몸이 얼어붙고, 엄청난 고통이 느껴졌다. 마치 수천 개의 집게로 세포 하나하나를 집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나는 공간을 겨우 넘을 수 있었다.
“크··· 크윽······!”
이··· 이거 뭐야? 대체 무슨······.
“저놈이······.”
아래를 보니 프리징 드래곤이 입을 쩌억 벌리고 있었다. 이그젝션 길드의 사람들과 싸우고 있던 녀석이 입을 벌려 브레스를 뿜어낸 것이다.
프리징 브레스!
“뭐야? 재미없잖아?”
으득!
“베헤만 너······.”
“쳇! 이게 뭐지, 라임? 나와의 싸움에서··· 겨우 저런 파란 얼음 덩어리의 공격에 뒤통수나 맞고 말이야! 재미없어! 재미없단 말이야!”
“썩을! 누군 재미있는 줄 아냐?”
베헤만이 일그러진 얼굴로 내 앞에 서 있었다.
녀석은 내 공격에 튕겨 나가 그 브레스의 권역을 벗어났기에 무사했나 보다.
제길! 재수가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가! 이런 데서 죽는 것은 싫은데······.
크윽! 몸을 까딱하기 어렵군. 마갑과 보호 마법이 아니었으면 즉사했을 것이다.
“회복할 시간을 주지.”
“하아?”
“이런 건 재미없다고. 그러니까 회복할 시간을 주겠단 말이야. 크하하하! 나는 정말 내가 생각해봐도 미친놈이라니까?”
“내가 이런 상황에서 이런 말 하긴 좀 그렇기는 한데, 너 정말 미쳤구나.”
“크히! 내 마음 변하기 전에 회복해라. 그리고 싸우는 거야!”
“네가 그렇게 원한다면 그래주마.”
제길! 여기가 전장이었다면 내가 이렇게 당할 일도 없는데. 죽은 사기와 원념이 가득한 곳에서는 보정 보너스를 엄청나게 받으니, 여기는 사실 내 힘을 최고로 낼 수 있는 곳은 아니지.
그 정도 페널티는 어쩔 수 없는 거겠지. 여하튼 저 미친놈이 나에게 기회를 줬으니 그걸 살릴 수밖에.
꿀꺽꿀꺽!
아공간 주머니에서 강력 치유 물약을 꺼내 먹었다. 그리고 몇 가지 연금술로 만들어낸 사기의 결정을 꺼내 집어삼켰다.
치이이익!
몸의 얼음이 녹는다. 힘이 회복되어 간다.
45퍼센트··· 68퍼센트··· 82퍼센트··· 94퍼센트··· 100퍼센트······.
“됐냐?”
“그래, 됐다.”
“그럼 다시 붙어보자구!”
“씨발것!”
사마력을 모두 끌어올렸다! 사용할 마법들을 모두 정했다! 제대로 붙어볼까!
붉은 유성처럼 몸을 던져 오는 녀석을 향해 나 역시 몸을 던졌다. 일단 부딪쳐서 충격파를 만들고, 그 여파로 튕겨져 나온 다음, 녀석을 물리치기 위해 갖가지 마법을 늘어놓아 싸우······!
그 순간, 나와 녀석의 사이로 황적색의 무언가가 끼어들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이건 또 뭐야?
쿠르르르르릉!
나, 베헤만, 그리고 의문의 황적색의 기운이 부딪쳐 폭발했다. 충격파에 대비했지만 충격파는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모든 폭발이 황적색의 기운에게 빨려 들어가듯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닌가?
“히야! 아는 사람이 부탁해서 와봤는데, 이거 심각하잖아?”
그리고 그곳에는 처음 보는 사내가 서 있었다. 복장은 평범했다. 나이는 스물 초반 정도로 보였고, 얼굴도 조금 말라 보인다는 것을 빼면 평범한 인상이었다.
하지만 그래서 이질적이다.
‘라이프 크라이’의 세계에서 어떻게 저런 평범한 복장을 하고 있는 거지? 나이기표 운동화라니! 낡은 청바지라니! 저 시장표 반팔 티는 또 어떻고!
물론 현실의 길가에서 만나면 평범해 보이겠지. 하지만 여기에서는 절대로 평범한 모습이 아니란 말이야!
“아, 처음 뵙겠습니다. 진다전이라고 합니다. 남들은 신공절학 진다전이라고도 하죠.”
그가 자기소개를 했다. 나는 사내의 말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진다전? 설마 전설의 사나이 진다전이란 말이야?
이런 놀람은 베헤만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녀석이 바로 전설의 사나이의 유명한 별명을 외쳤으니까.
“하렘왕? 네놈이 왜 여기에 있는 거냐!”
그래. 하렘왕. 그것이 바로 저 진다전의 진짜 별명.
그는 가상현실 게임계의 명실공히 천하제일 최강자다.
물론 그는 공식 대회에 참가한 적은 없어서 일반인들은 그를 모른다. 하지만 다크 게이머나 게임의 뒤 세계에서 살아가는 자들은 대부분 그를 안다. 그를 만나본 자들은 극소수이지만 대부분 그를 알고 있다.
나는 그를 처음 본다. 하지만 그의 이름만으로도 몸을 긴장시켰다.
왜냐고?
그는 절대무적이라고 칭함을 받는 자이다.
가상현실 게임계에 저자가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년 전이다. 그리고 저자는 그 20년 전부터 뒤 세계의 알 만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절대무적지존으로 불렸다.
하렘왕 진다전! 그것이 그의 별명이다.
듣자하니 검왕 칼츠가 저 평범해 보이는 청년의 얼굴을 한 자에게 수십 번이나 도전했다가 번번이 깨졌다고 했다.
“어? 뭐야? 베헤만 아저씨잖아? 아하! 크리에이트 길드에 고용된 건가?”
진다전이라는 사내는 베헤만을 돌아보며 아는 척을 했다.
둘이 면식이 있나 보군. 하기야 베헤만은 미친놈이니 싸우자고 덤볐을지도 모르지.
“이노오오옴!”
그런데 어째 반기는 얼굴은 아니구나. 베헤만이 저렇게 열 받아 있는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헐! 아저씨 좀 흥분한 것 같네. 우황청심환 먹는 게 어때? 아, 그거 요새는 안 나오지. 오십 년 전에 판매가 끝났으니까. 이것 참, 세월이 무상하다니까. 후속작으로 나온 진우황청심환을 먹는 게 어때?”
“죽엇!”
베헤만이 달려들었다. 그리고 붉은 광채로 물든 손이 진다전에게 가 닿기 직전 진다전이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