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프 크라이-261화 (261/347)

────────────────────────────────────

────────────────────────────────────

프리징 드래곤과 전설의 사나이의 등장

“느려.”

퍼억!

짧은 소리. 하지만 그 소리와 함께 베헤만의 두 손이 반대로 꺾여서 부러져 있었다.

“허!”

뭐야? 저거? 어떻게 한 거야? 내 무기도 조금씩 부수던 저 손을··· 내 마갑과 보호 마법의 방어력을 깎고 들어오던 저 손을··· 저렇게 간단하게 부러트려?

“강기라는 건 그렇게 다루는 게 아니라고. 기운을 극도로 압축한다고 다 좋은 줄 알아? 하여튼 간에 무공이라고는 익혀 본 적도 없는 것들이 게임 시스템 덕분에 무공을 사용하는 주제에 뭘 몰라도 한참을 몰라요.”

그럼 너는 무공을 실제로 익혀 보기라도 해봤냐?

그런 소리가 목구멍에서부터 나왔지만 참았다.

“강기라는 건 이렇게 사용하는 거야.”

콰콰콰콰콰콰콰!

믹서.

그것을 보고 떠오른 것이었다.

믹서에 사과나 기타 등등을 넣고 작동을 시작하면 안에 넣은 것들이 칼날에 무참히 잘려 나가 갈아진다.

지금 진다전의 손바닥 위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주변의 기운? 마나? 공기? 그런 것이 진다전의 손바닥 위에 모여들어서 구체를 형성하며 무서운 속도로 회전했다. 그 회전으로 인해 일어나는 소리가 무척이나 소름 끼쳤다.

“오늘은 다른 일 때문에 온 거니까 나중에 놀아줄게, 아저씨. 일단 이거 먹고 퇴장하라고.”

그리고 진다전은 간단하게, 장난하듯이 다시 달려드는 베헤만을 향해 그 극렬하게 회전하는 무언가를 던졌다.

퍽!

짧은 소리만이 틀렸다.

쓰아아아아아아아!

뒤이어 공기가 갈라지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에 귀를 막으며 베헤만을 보니 엄청난 사태가 벌어지고 있었다. 녀석의 왼쪽 어깨가 통째로 찢겨져 있었다. 마치 거대한 마수가 잡아 물어뜯은 듯이 너덜너덜한 상태로 몸의 일부가 사라졌다.

그 무식할 정도의 강함에 오싹하고 전율이 일었다.

뭐냐, 이 괴물은?

가상현실의 뒤 세계에서 그의 강함은 이미 전설이라는 것 정도는 안다. 하지만 이건 상상 이상의 강함이 아닌가?

유명한 가상현실 게임마다 비공식적이지만 절대고수의 자리에 오른 자.

그것이 바로 하렘왕 진다전이다.

게다가 진다전이라는 이름은 그의 본명. 그에게 원한을 가지고 현실에서 보복하려 한 자들도 있지만, 그들 대부분은 오히려 팔다리가 부러져서 되돌아왔다는 이야기도 유명하다.

“크아아아악! 물러서지 않아! 물러설 것 같아! 죽이겠어! 죽이겠어!”

“아따! 아저씨, 정말 귀찮게 하네. 나중에 만나서 죽이든 살리든 하자구.”

“크아앙!”

이제 거의 야수네.

그렇게 생각하며 지켜보고 있는데, 진다전이 혀를 차며 손을 뒤집었다. 그러자 그 손안에서 검은 무언가가 튀어나오더니 순식간에 베헤만을 집어삼켰다. 그리고는 일그러지며 슥! 하고 사라졌다.

“하?”

마술이냐? 그 사나운 베헤만이 갑자기 마술처럼 사라져 버렸어! 버그라도 사용하는 것 아냐, 이 인간?

“이거··· 처음 대면인데 너무 못 볼 걸 보여 드렸군요. 제가 좀 천재라서 잘하는 거니까, 너무 의욕을 꺾지는 않으셔도 됩니다. 뭐, 세상 살다 보면 이런 일도 있는 거고, 저런 일도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아하하하하!”

뭐냐, 이 인간? 지금 자기 보고 좌절하지 말라고 위로하는 거냐? 그런데 뭔 위로가 그따위야?

내 얼굴을 보더니 녀석이 겸연쩍은 표정으로 험험! 하고 헛기침을 해댔다.

그렇게 한다고 해도 이미 마음 상했거든요? 이제 와서 폼 잡아 봤자거든요?

“당신 이름은 들었습니다, 진다전.”

“신공절학으로요?”

“아뇨. 하렘왕으로.”

내 말에 그의 얼굴이 팍! 일그러졌다.

“쳇! 그런 소문은 좀 안 퍼지면 덧나나?”

“아내를 다섯이나 가지고 있으면서 그런 소문이 안 퍼지기를 기대한 겁니까?”

“하여튼 간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런 걸 너무 좋아한단 말이야. 여론 통제를 할 수도 없고.”

진다전이 인상을 찡그리며 투덜거렸다.

이 괴짜 고수 플레이어가 하렘왕으로 이름 높은 이유는 바로 이 진다전의 아내를 자처하는 여인이 무려 다섯이나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일부일처제인데, 아내를 자처하는 여인이 다섯이나 된다는 것은 수수께끼다. 아니, 이 인간에 대한 것 대부분이 수수께끼이기는 하지. 20년 전부터 활동했는데 지금도 저 얼굴인 것도 뭔가 수상하고······.

쿠아아아아아아!

아래에서 프리징 드래곤이 이그젝션 길드와 싸우는 게 보였다. 진다전은 찡그린 얼굴을 펴고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오늘은 저걸 해결하려고 왔습니다. 아는 사람의 부탁 때문이죠. 그리고 아리엔이라는 분도 구해야 하거든요.”

“아리엔을? 아는 사이입니까?”

“뭐, 아는 사이라면 아는 사이이기도 하고······. 아, 그러고 보니 그쪽 이름은 어떻게 되십니까?”

진다전이 능숙하게 말을 바꾸었다.

“라임이라고 합니다.”

“아? 음험한 학살자 라임?”

“그렇게 불리기도 하죠.”

“히야! 이거 유명한 유저 분을 만났네요. 전 신공절학 진다전입니다. 앞으로 종종 뵙죠.”

“유명하기는요. 진다전 님에 비하면······.”

“하하하! 제가 강한 거 말이죠? 흠··· 뭐, 그거야 저는 현실에서도 강하기 때문에 그런 겁니다. 원래 가상현실쯤 되면 현실의 실력도 크게 영향을 미치니까요. 게다가 이 게임은 현실을 그대로 옮겼으니, 현실에서 가능한 게 여기에서도 충분히 통하죠. 제가 알기로 총이랑 대포 만든 유저도 있죠.”

총이란 대포?

“아, 그러고 보니 랑고트 왕국에서 누가 영지물 판타지 흉내를 내서 랑고트 왕국의 국가 정책에 관여하고 있다고도 들었는데 말입니다. 그거 위험한 짓이에요. 그러다가 ‘라이프 크라이’ 내의 문명이 빠르게 발전해버릴 수도 있으니까. 나중에 핵무기도 나올 수 있다니까요? 에··· 뭐, 그래도 어떻게든 되려나?”

대책 없네, 이 사람.

“여하튼 뭐 그런 겁니다.”

“그래서 여긴 무슨 일로 온 겁니까?”

“친구가 부탁을 해서 확인할 게 있어서요. 그런데 정말 나와버렸네. 펜톤의 가디언이 여기에 저렇게 멀쩡하게 있다니 놀라운데. 흠··· 클라우드가 알면 꽤 기묘한 표정을 짓겠어. 그런데 여기가 허상의 세계라고는 해도 완전히 현실과 같고, 펜톤의 가디언도 있다면 어디······.”

화륵!

그의 손이 갑자기 뜨거운 불길에 휩싸였다. 그런데 그 불길이 피어오르자마자 내 몸이 반응했다.

오싹!

위험하다! 저 불길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얼레? 여기에서도 되잖아? 지금까지 안 써봐서 몰랐는데, 이걸로 확실해진 것 같은데.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진 허상 세계가 이렇게까지······. 흠··· 아니야. 어차피 그런 것은 충분히······.”

그는 한참을 혼자 중얼거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