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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격자들
“아리엔은 벌써 며칠째 정신을 차리고 있지 않아. 아무래도 녀석들이 어떤 수를 쓴 모양인데, 그에 대해서는 정보가 없어. 너희들이 알까 싶어서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었어.”
“좋은 판단이다.”
“아리엔의 현재 상태는, 이 세계에서 사용되는 정신계 마법에 의한 강제 수면 상태다.”
정신계 마법? 하지만 그건 유저에게는 그저 육신만을 제압하는 유의 마법으로 알려져 있는데?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정신계 마법은, 유저의 경우 육체의 통제권을 빼앗는 능력밖에는 사용할 수 없다.”
“그건 유저의 정신에 직접적으로 간섭하지 못하게 하려는 프로텍트에 의해 그 힘이 반감되기 때문이다.”
“그건 나도 알아.”
정신계 마법이라는 게 있다. NPC를 세뇌하거나, 기억을 삭제하거나 하는 등의 마법인데, 그 마법을 사용하면 공적으로 낙인찍힌다.
네크로맨서보다도 더 질이 안 좋은, 말 그대로 천하의 대악당으로 몰리는 마법인데, 상대의 정신을 조종하는 마법이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
만약 유저의 정신을 지배하게 된다면, 그가 현실에서 자살을 하거나, 세뇌를 당해 별의별 일들을 다 일으킬 것 아닌가?
그를 위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유저들에게는 정신계 마법의 진정한 힘인 정신 세뇌나 정신 조종 같은 효과는 없다. 다만, 육체의 지배권을 빼앗기게 된다랄까?
“그런데 그게 왜 아리엔을 이렇게 만들었느냐는 거지.”
“아리엔의 능력 때문이다.”
“그리고 현실에서도 사용되는 최면술을 사용한 것으로 짐작된다.”
“최면?”
“그렇다.”
“최면술은 확실한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병행할 시에 상당한 효과를 가져온다. 그것과 정신계 마법을 병용하여 아리엔을 잠재운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꽤 자세히 아는데?”
“길드의 정보력.”
아린과 아란은 그렇게 말하고서는 아리엔의 좌우에 자세를 바로 하고 섰다.
“어떻게 하려는 거야?”
“아리엔을 깨운다.”
“정신을 깨우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한다.”
“어이, 그 전에 말이야, 아리엔의 능력이라는 게 뭐지?”
내 질문에 둘은 하려던 행동을 멈추고는 그 무감정한 눈동자를 내 얼굴에 고정했다.
“라임은 들을 자격이 있다.”
“설명하지.”
뭔가 비밀이라도 있는 건가?
“라임은 디자인 휴먼의 개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지?”
“아라한 컴퍼니에서 ‘개발’하고 있는 디자인 휴먼의 경우, 모두 고유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나?”
쿵! 하고 마음속에 돌이 얹어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군. 그렇게 된 거였군.
“알고 있지.”
그래, 알고 있지. 디자인 휴먼 계획. 그게 뭔지 나만큼 잘 아는 이가 있을까? 하지만 20년 전부터 ‘생산’되기 시작한 ‘디자인 휴먼’을 보며 그 계획의 일부 중 하나인 능력 개발은 폐기된 거라고 생각했는데······.
“계속되고 있었군, 능력 개발이.”
내 말에 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둘의 긍정은 나에게 고통으로 다가왔다.
“빌어먹을 것들이 계속 그 짓을 하고 있었단 말이지. 그래서? 아리엔의 능력은 뭐지?”
“라임은 퍼스트 디자인 휴먼이라고 들었어.”
“어떤 능력을 가졌지?”
“나?”
그 물에 나는 쓰게 웃었다. 과거의 기억이 난다. 실험을 통해서 죽어가던 친구들··· 살아남은 나··· 그리고 복수와 탈출.
마치 드라마 같은 과거다. 처참하고, 고통스럽고, 또한 지옥을 가져다 놓은 듯한 그러한 과거.
그 과거를 떠올리자 입이 쓰다. 심장이 조금씩 저려 온다. 하지만 나는 입을 열었다. 그리고 무거운 무언가를 토해내듯 열린 입으로 말을 내뱉었다.
“전자 세계의 구축, 그것이 내 능력이다.”
말을 내뱉음과 함께 저택의 결계를 뒤흔드는 거대한 폭발음이 들려왔다.
@습격자들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그중 습격은 좋은 수단 중 하나이다.
-병법가-
“쳇! 습격자인가. 내가 처리하지. 너희들은 아리엔을 깨우는 데에 주력하도록 해.”
“알겠다.”
“라임에게 맡긴다.”
“그럼 조금 있다가 이야기를 계속하지.”
방에서 바로 빠져나오며 마법 ‘순간 이동’을 사용했다. 바로 근거리의 공간을 넘어 저택 앞의 정원에 도착한 나는 담장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야밤에 습격이라니. 하지만 저렇게 시끄러워서야 얼마 후면 왕궁 수비대가 도착할 텐데, 멍청한 놈들이군.”
그러고 보면 내 저택을 습격한 게 벌써 세 번째인가? 하지만 정말 멍청한 놈들이군. 내가 세 번째에도 똑같이 당할 줄 알았나?
이번에 준비한 결계는 보통의 결계가 아니라서 제대로 부수려면 힘 좀 들 거다.
콰쾅!
결계가 흔들린다. 하지만 부서지지는 않았다. 그것을 바라보면서 난 느긋하게 아공간에서 수하들을 꺼냈다.
처척. 처척. 처척.
어스 아미가 정원에 정렬했다.
내가 모든 준비를 끝냈음에도 녀석들은 결계를 부수지 못하고 있었다.
저런 머저리들. 그렇다면······.
“해제.”
팟! 하고 결계가 열렸다.
폭음과 함께 일부가 담장을 넘고, 대문을 박살내며 들이닥쳤다.
훗. 걸렸다.
“작동.”
위웅! 하고 결계가 다시 생성되었다. 안으로 들어오다가 결계에 낀 놈은 비명과 함께 피떡이 되어 즉사했고, 들어오려던 녀석들은 결계에 부딪혔다.
안으로 들어온 놈들은 22명. 적은 숫자다.
물론 저 중에 초강자가 있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내 결계 하나 부수지 못하는 것을 보면 그렇게 센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뭐야!”
“막혔어!”
“놈이 결계를 다시 썼다!”
밖에서 놈들이 시끄럽게 떠들어댔고, 안으로 들어온 녀석들은 주춤거리며 무기를 뽑아들었다. 이제 너희들이 죽을 시간이다.
“공격!”
척! 척! 척! 척! 척!
어스 아미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들어선 22명의 안색이 딱딱하게 변했다.
“제길! 죽기 싫다구!”
“방어 진형!”
“젠트림이시여, 저희를 보호해주소서!”
22명이 방어 진형을 취했다.
성직자, 마법사, 전사, 궁수 골고루 들어왔군. 이 녀석들 모두 크리에이트 길드 소속인가?
“화염 폭발!”
후왁! 하고 큰 불덩이가 빠르게 다가가는 어스 아미를 뒤덮었다. 하지만 그 정도 폭발력과 열기로는 어스 아미를 부술 수 없다.
카가각! 카가강!
어스 아미가 도달해 검을 휘둘렀다. 성직자가 만든 보호막을 갉으며 부수자, 성직자의 안색이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다.
신성력이 부족한가 보군.
“비켜서라.”
처척! 하고 내 앞의 어스 아미가 모두 비켜섰다.
“사자군주의 창!”
수십 미터의 거대한 마법 창이 생성되어 쏘아졌다. 쾅! 하고 단번에 보호막은 박살! 그리고 그 여파로 22명이 다 튕겨져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