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프 크라이-267화 (267/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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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격자들

3명의 공격이 절묘하게 내 앞의 방위를 모두 막았다.

어리석은 놈들!

콰쾅!

“헛!”

“뭐야!”

그들의 공격은 내 보호 마법을 두들기고는 그대로 튕겨져 나갔다. 난 놀란 놈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빈틈으로 도끼를 움직였다.

퍼억!

거한의 늑골을 잘라 부수고, 창을 든 녀석의 어깨를 박살 내 끊어놓았다.

“으악!”

이 녀석들도 나처럼 싱크로를 높인 듯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며 나가떨어졌다.

난 곧바로 몸을 회전시켜 횡으로 도끼를 날려 채찍을 든 여성의 목을 쳐 나갔다.

“꺄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죽음에 성큼 다가간 그녀는 뒤에서 날아온 검은 그림자에 묶여 뒤로 당겨져 내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쯧! 섀도우 워커 짓이로군.

“이··· 이 악마!”

“하아?”

갑자기 한 놈이 나를 보며 부들부들 떨더니 악마라고 외쳤다.

“아파! 아파아아! 으아아악!”

그리고 어깨가 날아간 놈은 얼빠진 놈처럼 땅을 뒹굴며 사라진 어깨를 붙잡고 눈물 콧물을 쏟아내면서 뒹굴었다.

뭐야, 이거?

“왜 그러냐? 내 집에 쳐들어와서 이게 뭐 하는 거냐? 싱크로율을 높여 놓고서 아프다고 징징대는 꼴은 또 처음 보는군. 다크 게이머 중에 그런 놈들은 생초짜뿐인 걸로 아는데.”

콰쾅! 콰쾅!

내 외침과 전투 소리가 묘하게 어우러졌다.

이제 슬슬 시간이 되었군. 일전에 습격을 받은 후에 미리 손을 써놓은 게 슬슬 힘을 발휘할 때가 되었어.

“멈춰라.”

처척! 하고 날뛰며 발을 구르던 언데드 타이탄과 육탄 돌격을 해대던 어스 아미가 멈추어 섰다. 그리고는 내 뒤로 물러서서 도열했다.

“스킬들이 꽤 강하기는 하군. 하지만 전투 경험이 적어. 초짜들이냐?”

“닥쳐, 개자식아아아!”

어깨를 잃은 놈이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한 채로 벌떡 일어섰다. 그런 녀석의 곁으로 흰 사제복을 입은 여성이 달려들어 신성의 빛을 쏘아주었다.

“으윽!”

“내가 개자식 소리를 들을 건 없는데 말이지. 내 집에 침입한 너희들이 개자식 아니냐?”

“닥쳐, 개새끼야! 데칸을 죽여 놓고도 그런 소릴 하다니, 네가 사람이냐!”

죽여? 아아, 그렇군.

“그렇군. 너희들은··· 여기서 죽으면 완전히 죽는 게 돼버리는 거였지.”

가상 세계의 유령. 크리에이트 길드는 그런 자들의 모임이다. 하지만 이들은 다크 게이머가 아니기에 강하지 않지. 그래서 그렇게 쉽게 내 공격에 죽은 거라는 이야기인가.

“하지만 그래서?”

내 말에 소리치던 녀석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런다고 너희들이 하는 짓이 정당화되나? 너희들은 지금 다시 살아나고 싶어서 아리엔의 희생을 원하고 있는 거 아닌가? 나도 자세히 듣지는 못해서 잘 모르지만, 아리엔이 깨어나지 않는 이유가 최면술과 정신 마법이 그녀의 정신을 제어하고 있기 때문이라던데 말이야.”

무심하고, 무정하게, 그리고 가벼운 경멸을 담아서 나는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런데도 지금 너희들 중 하나가 죽었다는 것 때문에 나를 악마 따위로 모는 거냐?”

웃기는 이야기지.

내가 사람을 거리낌 없이 죽인다는 건 맞는 말이야. 사람을 죽이는 걸 즐기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지만, 어쩔 수 없다면 가차 없이 죽인다.

나는 그렇게 연구소를 탈출했다. 그 지옥을 탈출하기 위해서 그렇게 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내가 다른 선택을 할 거 같아? 이미 나는 태생부터 더러운 지옥이었단 말이다!

“이 새끼야! 네가 데칸을 아느냐! 전신 마비로 십 년을··· 십 년을 고생한 그 녀석의 마음을 알아!”

“내가 왜 알아줘야 하지? 그럼 너희들은 아리엔의 마음을 아나? 그녀가 너희들을 위해 희생당해야만 한다는 거냐? 그녀 하나를 희생해서 너희 모두 잘 살면 그걸로 그만이냐?”

아니, 그런 건 내가 인정하지 않는다.

“나는 타인의 아픔은 모른다. 누군가를 적극적으로 돕는 성격도 아니야. 하지만 내가 아는 친인이 다치는 것만큼은 참을 수 없어.”

그래서 레나를 도와주었다. 그래서 헬라를, 엘린을, 이론드를, 베나를, 아이린을, 하이네를 구해주었다.

아린과 아란의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에 바로 응하여 아리엔을 구출했다.

왜? 나의 친구니까.

극단적으로 말해서, 그들이 내 친구가 아니었다면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았겠지. 크리에이트 길드 녀석들을 바로 죽여 버렸듯이.

“그러니까 너희들의 아픔 따위, 인생 따위 내 알 바 아니다. 만약 너희들이 아리엔의 희생을 강요하지 않고 그저 살고 싶다고, 도와달라고 말했다면 너희를 도왔을 수도 있지.”

그래, 그저 도와달라고 말했다면,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하지 않았다면, 아리엔을 압박하지 않았다면··· 나는 도왔을 테지.

“하지만 글렀어. 너희들은 타인을 희생시켜서라도 살아남으려 하고 있다. 그런 녀석들에게 베풀어줄 온정 따위는 나에게 없어.”

이런 너희와 실험을 통해 나를 태어나게 만든 아라한 컴퍼니가 뭐가 다르지? 그런 상태로 지금 내 행동에 분노를 토하는 거냐?

“썩어빠진 것들! 세상 살기 싫다면 그냥 얌전하게 뒤져! 스스로 살아나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고, 타인의 생명을 빼앗으려 하는 주제에 말이 많아!”

“젠장! 그럼 순순히 죽어야겠냐! 나는 살고 싶어! 두 다리로 걸어본 적이 없어! 지금 이 순간 걷고 있는 내 모습을 가지고 싶단 말이다!”

창을 든 놈이 몸을 날려 왔다. 사제의 치료로 날아간 팔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그 뒤를 따라 다른 녀석들도 딱딱하게 굳은 안색으로 나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너희들의 입장은 알겠지만, 그렇다고 나에게 동의를 얻으려 하지 마라! 나 역시 살기 위해서 연구소의 연구원들을 죽였지만, 그렇다고 너희들처럼 자기 합리화 따위는 하지 않는단 말이다!

“공격!”

내 외침에 언데드 타이탄이 움직였다. 어스 아미가 파도가 되어 놈들을 향해 들이닥쳤다.

그 순간 폭음이 일고, 동시에 하늘에서 빛이 일며 수십의 마법사들이 나타나는 게 보였다. 그들은 모두 사령 마법사들이었다.

“데스나크람 님의 제자를 공격하는 저 역도들을 잡아라!”

이게 내 노림수! 나는 데스나크람 스승님의 제자거든! 그런 지위를 이용해 저택에 일이 생길 시, 마법사들을 파견하라고 미리 손을 써두었지.

“쳐라!”

마법사들이 달려들고, 크리에이트 길드 녀석들과 내 어스 아미와 언데드 타이탄의 공격이 시작되며 폭발이 일어났다.

삶을 건 그 폭발은 씁쓸한 감정을 내게 남긴다. 하지만 그런 감정은 묻어둔 채 나 역시 그 사이에 끼어들어 무정한 몸짓으로 도끼를 내리치며 마법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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