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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돌의 순간 울리는 마음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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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정지!”
거의 70여 명이나 되는 고위의 사령 마법사들이 허공에서 마법을 난사했다. 사령 마법사들 개개인이 부리는 언데드 역시 전투에 참여했다.
크리에이트 길드의 인물들은 하나하나 모두 뛰어난 힘을 지닌 자들이지만, 집단전에 익숙하지 않았기에 하나 둘 죽거나 행동 불능에 빠졌다.
“제길! 제기이일!”
“빌어먹을! 모두 후퇴해! 빨리!”
섀도우 워커라고 불린 놈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난 상처 입고 울부짖는 녀석들의 감정과 외침을 무시하면서 전투를 이어나갔다.
쓰다.
녀석들이 살기 위해 이러고 있다는 것 정도는 나도 안다. 그런 그들을 내 손으로 완전히 죽인다는 건 쓰디쓴 느낌을 남긴다.
어떤 묵직함이 마음속에 차오르고 있기도 했다. 누군가의 죽음이 남기는 무게겠지. 그리고 이걸 이렇게 차분하게 생각하면서 마음속을 들여다보고 있는 나 자신의 모습은···
“괴물이겠지.”
크큭! 맞는 말이야. 나는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지.
그렇게 생각하며 뒤로 물러섰다. 내가 나서지 않아도 침입자들은 격퇴되고 포박되어 죽어갔다.
NPC들이 유저들을 죽였다. 유저들은 저대로 죽으면 끝이다.
NPC와 유저의 차이는 뭘까?
뒤틀어진 듯한 생각을 품고 전투를 지켜보았다. 그 순간, 어떤 힘이 유동하며 거대한 비틀림 같은 것이 하늘에서 생겨나는 게 느껴졌다.
위웅!
“저건.”
하늘 위로 거대한 공간의 문이 생겨났다.
뭐지? 라는 의문을 가지는 사이에 그 공간의 문으로 수백이나 되는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사람들이 쏟아져 나옴과 동시에 그 공간의 문은 더더욱 커졌다. 그리고 그 사이로 거대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위웅!
“비··· 비공선!”
직경 100미터 정도의 거대한 크기의 타원형 금속 물체. 양옆으로 날렵하게 생긴 날개가 달렸고, 타원형의 아래쪽에는 배의 갑판처럼 보이는 게 매달려 있다.
이 라이프 크라이에서도 귀물 중의 귀물로 취급받는 마도 병기인 비공선.
저딴 걸 소유하고 있었단 말이야? 국가에서도 몇 개 가지지 못한 결전용 병기인데?
쏴쏴쏴쏴!
수백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하늘에서부터 쏟아져 내려오며 각각의 스킬과 마법을 퍼붓기 시작했다.
“피해랏!”
사령 마법사들이 급히 공간을 넘어 뒤로 물러서는 것을 보며 나 역시 이를 악물었다.
섀도우 워커는 그저 탐색을 위한 거였나? 이제 본격적으로 날뛴다, 이거지?
하지만 너희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얼마 없어. 여기가 어디인지 잊은 건가?
랑고트 왕국의 수도에 비공선을 띄우다니, 제정신이 아니로군?
“결계 작동!”
위우우우우웅!
집의 결계 마법과 담장의 마법이 둘 다 반응하여, 담장을 경계로 거대한 결계가 생성되어 저택 전체를 감쌌다. 그와 동시에 사령 마법사들이 모두 내 뒤로 내려섰다.
“참모장님!”
“어? 데글 님이 오셨습니까?”
내려선 자들 중 하나가 나에게 와서 말을 걸었다. 나를 참모장이라고 부르는 사내. 오크와의 대전에서 날 보좌했던 바로 그다.
“참모장님의 일인데 제가 빠질 수는 없지요.”
부참모장이었던 사령 마법사 데글의 말에 나는 피식 웃어주었다.
“이 수도에서 비공선을 소환하다니.”
“지금쯤 왕궁에서 난리가 났을 겁니다.”
“조합에서도 정예가 직접 오고 있을 겁니다. 그나저나··· 저건!”
맨 처음 습격했던 57명은 이미 후퇴한 지 오래. 하늘에서 쏟아진 수백 명의 스킬과 마법들이 결계를 두드리고 있었지만 결계는 부서지지 않고 있었다.
그러던 중 데글이 무언가를 보고 놀란 얼굴을 했다. 고개를 돌려 보니 비공선 하단의 갑판처럼 생긴 부분에서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콰쾅!
그리고 그것이 폭음을 내며 불길을 토해냈다. 쐐에에엑! 소리를 내며 그 무언가가 날아와 결계에 부딪쳤다.
쾅!
그것은 지름이 약 50센티미터쯤 되어 보이는 꽤나 무식하게 큰 철구였다. 겉면에 이런저런 마법적 문양이 새겨져 있는 그것은 강력한 물리력을 가지고서 결계에 충돌했다.
‘뭐지?’라고 생각한 순간, 결계에 충돌한 상태로 그것이 빛을 내며 폭발해버렸다.
콰아아아앙!
우르르르릉!
“우왓!”
지진이 일어난 듯한 엄청난 위력. 보편적인 마력포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내 특제 결계가 아니었다면 단번에 박살이 났을 터.
으직!
“음?”
결계는 무사하다. 하지만 결계를 지탱하는 담장에 금이 가 있는 게 보였다.
저 녀석들··· 어떻게 저런 걸······!
‘하하하! 제가 강한 거 말이죠? 흠··· 뭐, 그거야 저는 현실에서도 강하기 때문에 그런 겁니다. 원래 가상현실쯤 되면 현실의 실력도 크게 영향을 미치니까요. 게다가 이 게임은 현실을 그대로 옮겨 놨으니, 현실에서 가능한 게 여기에서도 충분히 가능하거든요. 제가 알기로 총이랑 대포 만든 유저도 있죠.’
‘아, 그러고 보니 랑고트 왕국에서 누가 영지물 판타지 흉내를 내서 랑고트 왕국의 국가 정책에 관여하고 있다고도 들었는데 말입니다. 그거 위험한 짓이에요. 그러다가 ‘라이프 크라이’ 내의 문명이 빠르게 발전해버릴 수도 있으니까. 나중에 핵무기도 나올 수 있다니까요? 에··· 뭐, 그래도 어떻게든 되려나?’
프리징 쓰론에서 프리징 드래곤을 상대할 때 하렘왕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퍼뜩 떠오른다.
설마 대포랑 총을 만들었다는 게 크리에이트 길드였던 거냐? 라이프 크라이 내의 문명 발전이 빨라진다는 이야기는 이런 거냐?
저 대포의 포탄은 분명 마법의 산물. 마법과 기초적인 과학 지식을 응용해서 저런 무기를 만들었다고 말하고 싶은 거냐, 지금?
“라임! 죽기 싫다면 아리엔을 넘겨라!”
녀석들의 최후통첩과 함께 포탄의 비가 내렸다.
@격돌의 순간 울리는 마음의 소리
살고자 하는 사람의 감정 앞에는
선악의 유무는 존재치 않는다.
-누군가의 말-
“쳇!”
또 저택을 버리고 도주해야 하나? 하지만 조금만 더 버티면 랑고트 왕국의 근위대가 움직일 것이다.
“모두 담장의 복구에 주력! 결계를 유지하는 데 최선을 다하며 시간을 버세요!”
“예!”
내 말에 따라 모두가 담장에 달라붙었다.
“물건 수복!”
“사물 강화!”
“견고함의 증가!”
나 역시 사령 마법사들과 함께 달라붙어 담장의 수리를 시작했다.
“물건 수복!”
으직! 하고 금이 간 담장이 빠르게 고쳐졌다. 그러면 그 위로 포탄이 떨어지며 큰 진동이 일고, 다시 담장이 박살 나는 일이 반복되었다.
“물건 수복! 물건 수복! 물건 수복! 물건 수복! 물건 수복!”
연속으로 물건 수복이다! 어떠냐!
쿠르르릉!
폭음과 함께 담장의 일부가 펑! 하고 터지며 아예 가루가 되었다.
“제길!”
고쳐도 고쳐도 포탄의 비는 끝이 없군! 이대로 가다가는 결계가 무너지겠는데! 제길! 담장을 고친 지 몇 분 정도 된 거야? 2분쯤 지났나?
콰쾅!
“참모장님! 결계의 축이 무너졌습니다! 삼십 초 후면 결계가 붕괴합니다!”
“쳇!”
담장을 매개체로 결계를 강화한다는 발상은 좋았지만, 결계를 지탱하는 축인 담장의 강도에 대해서는 미처 신경 쓰지 못한 건 내 실수군.
이렇게 되면 언데드 타이탄을 모두 소환해서 언데드 브레스 일제 포격으로 비공선을 떨어트릴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