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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돌의 순간 울리는 마음의 소리
“제길! 준비한 수 중 하나인 석상도 못 썼구먼.”
난 정원에 설치한 석상을 흘긋 바라보며 내달렸다.
“모두 나를 따라오십시오! 결계 관련 마법을 아는 사람은?”
“저 겔산이 결계 마법을 잘 압니다!”
“저 두르손 역시!”
“두 명은 저택의 좌우로 가서 모든 방법을 동원해 결계 마법을 저택에 씌우도록 하십시오! 저택 역시 결계 마법을 작동시킬 수 있으니 그 위에 결계를 추가로 덮어씌우는 겁니다.”
“예!”
“나머지는 두 명의 마력을 보충! 알겠습니까?”
“예!”
콰쾅!
그렇게 내달리는 사이에 결국 담장을 매개체로 한 결계가 박살이 나며 폭발력이 나와 사령 마법사들을 덮쳐 왔다.
“우왓!”
그 충격에 모두가 땅에 나뒹굴었다.
빨리 움직여야 한다. 곧 2차 폭격이 있을 거야!
“순간 이동!”
파팟! 하고 공간을 넘었다. 사령 마법사들도 나와 같이 공간을 넘어 바로 진형을 갖추었다. 모두가 머뭇거림이 없고 정확히 행동했다.
과연 베테랑들이로군.
“결계 작동!”
위웅! 하고 저택을 매개체로 한 결계가 시동되었다.
“오라, 죽음의 원혼아! 그 원한! 그 원념! 여기에 머물며 이 대지를 지켜라! 원혼의 보호 방벽!”
“사령의 힘이 여기에 있으니! 모든 것은 이곳을 통과할 수 없으리라! 영사(靈死)의 권역!”
두 사령 마법사의 결계 마법이 발동했다. 그러자 저택의 결계 위로 또 다른 결계 마법이 펼쳐지고, 수십의 사령 마법사들의 마력이 합쳐져 그 위력을 배가시켰다.
“나와랏!”
그 광경을 지켜본 난 결계의 밖에 언데드 타이탄을 꺼냈다.
저번 전쟁 후에 보충을 해서 언데드 타이탄의 숫자는 지금 모두 10기! 이 정도 전력을 너희가 상대할 수 있을까?
“쏴라!”
부오오오오오!
언데드 브레스가 하늘로 쏘아졌다. 그러자 떨어져 내리던 포탄이 허공에서 폭발하고, 언데드 브레스가 비공선을 직격했다.
콰쾅!
“보호막!”
제길! 저놈의 비공선에도 보호 결계가 있잖아! 하긴 저렇게 느리게 나는 녀석이 보호 결계가 없다면 병기로서의 가치가 없겠지.
콰르릉!
떨어지는 포탄의 수가 줄어들었다. 결계가 흔들리고 있지만 아직 견딜 만은 하다. 언데드 타이탄 몇 기가 박살이 나 쓰러져 있는게 보였다.
비공선도 언데드 브레스를 피하기 위해서인지 움직이고 있어서, 포탄은 내 저택이 아닌 다른 지역에도 떨어지고 있었다.
비공선이 나타난 지 이제 5분. 그럼에도 왕궁은 움직이지 않는 건가?
위우우우웅!
“왔군!”
하늘에 공간의 문 수십여 개가 생겨나 그곳에서 많은 자들이 뛰어나왔다. 랑고트 왕국의 근위군이 직접 움직인 것이다.
그와 동시에 거대한 공간의 문이 또 열리며 랑고트 왕국 직속 전투 결전 비공선 ‘프리징 해머’가 3대나 나타났다.
“왕도에 침입한 역도들을 처단해라!”
수백 명의 근위군 기사들은 모두 비행할 수 있는 마법 도구를 착용한 듯 빠르게 하늘을 질주했다. 크리에이트 길드의 유저들이 그런 NPC들의 돌격을 보며 소리를 질러댔다.
“빌어먹을 NPC들 따위가!”
그리고 벌어지는 전투는 화려하다 못해 처절한 아름다움까지 보여 줬다.
“모두 잘 버텨 주었습니다. 나머지는 근위군과 조합의 선배들이 처리하도록 맡겨 두죠.”
내 말에 사령 마법사들은 땀을 닦으며 미소를 지었다.
하늘에서 벌어지는 전투는 이미 우리가 손댈 수 없는 영역이다.
나도 딱히 저기에 끼어들고 싶은 생각은 없다. 지금 내겐 지켜야 할 사람이 있으니까.
“라임! 이게 무슨 난리야?”
벌컥! 저택의 정문이 열리며 레나가 뛰어나왔다.
“아리엔을 노리고 온 녀석들이야.”
“우와앗! 저게 뭐야?”
레나의 시선이 하늘에 고정되었다. 나는 놀란 얼굴을 한 레나에게 사정을 설명해주었다.
“그럼 지금은 안전한 거야?”
“그렇게 된 거지.”
“그런데 저기 누군가 떨어져 내리고 있는데?”
“뭐?”
레나의 말해 고개를 급히 돌려 바라보니, 무언가가 저택의 결계를 향해 빠르게 떨어져 내리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정령왕이여, 이곳에 임하소서!”
떨어져 내리던 녀석은 웬 커다란 덩치의 거한이었다. 그런데 조금 기괴한 게, 인디언들이나 할 법한 깃털을 머리에 꽂고 이상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그런 녀석이 떨어져 내리며 정령왕을 불러냈다.
“제길!”
정령왕이라고? 그거 거의 드래곤급의 소환체잖아!
저번에 본 적이 있다. 이 서클릿을 얻은 그 사건 때 혈기사에 대항해 정령사들이 정령왕을 소환하는 것을.
하지만 그건 그들 스스로의 생명을 대가로 바치고서 소환한 것이다. 즉, 희생 스킬이라고 할까? 그런데 저 자식은 멀쩡하잖아!
-누가 나 불의 왕 자멘 롤을 부르는가!
거대한 불의 거인이 허공에 생겨났다.
제길! 정령들은 모두 나를 싫어하는데!
-죽음의 추종자는 태고의 맹약에 따라 제거해야 한다! 계약자여! 너는 당장 저자를 공격하는 나의 의지에 동참하라! 그리하지 않는다면 계약자와의 계약은 파기된다!
“정령 합신!”
녀석이 아주 고루고루 하고 있었다.
이 결계는 말 그대로 차단 벽이라, 나도 안에서 밖으로 공격할 수는 없다. 결계의 주인인 나는 물리적으로 결계를 통과할 수는 있지만, 마법적 공격은 결계 안에 있는 나로서도 불가능.
하지만 나에게 언데드 타이탄이 있지!
“언데드 타이탄, 공격해!”
그어어어! 소리를 내며 언데드 타이탄이 녀석의 몸을 후려치려고 했다. 그런데 그 순간, 거대한 불의 파도가 일어나 번져 나가며 도리어 언데드 타이탄을 밀어내는 게 아닌가?
제길! 합체 순간은 방해하지 못한다는 거냐? 두고 보기만 해야 하는 건가.
“결계 강화에 주력!”
“예!”
부오오오오오오오!
거대한 이명이 울리며 거한이 불의 정령왕과 하나가 되었다. 녀석은 곧 불의 거인으로 화했고, 그 크기는 더욱 커졌다. 거의 20여 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불의 거인이 된 녀석이 주먹을 내려쳤다.
콰앙!
강렬한 폭발이 일어났다. 그와 함께 녀석의 몸이 둥그런 구체가 되더니 그대로 결계를 내리찍었다.
콰르르르르르르르릉!
우르르르르르르르릉!
저택 전체가 흔들리며 결계의 일부가 깨지는 게 내 눈에 보였다.
-뒤를 부탁한다! 불의 분노!
콰르릉! 하고 정령왕과 합체한 놈이 최후로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그로 인해 결계가 쾅! 하고 박살 남과 동시에 하늘에서부터 크리에이트 길드 녀석들로 보이는 자들이 지붕을 부수며 집 안으로 침입해 들어갔다.
“제길!”
양동작전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거라고!
“레나! 가족들과 같이 거실에 모여서 진을 쳐! 엘린에게 함정 사용하라고 말해두고! 나는 아리엔을 보호하러 간다!”
“알았어!”
“그대들은 레나를 보호하며 저택 내에서 그들을 처리하세요!”
“예!”
사령 마법사들에게도 지시를 내리고서 나는 바로 저택 안으로 뛰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