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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돌의 순간 울리는 마음의 소리
“그렇다. 저쪽도 나름 유명한 다크 게이머다. 하반신 마비 때문에 일상적인 생활을 못했지. 아라한의 의술로도 고치지 못할 만큼 심각했다. 지금 리셉티클의 기술이 나왔고, 나노머신의 활용을 통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니 십 년, 혹은 이십 년 후면 고칠 수도 있겠지만······.”
아사크의 말을 끊으며 내가 말했다.
“그 시간은 지옥이겠군.”
“잘 아는군.”
“그래서 죽음을 택하고, 부활을 위해 뛰고 있단 말인데······. 하하하하! 그래, 참 불쌍한 놈들만 모였구나.”
“크리에이트 길드가 단지 부활을 위한 집단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우리는 다시 살아나기 위해 전 재산을 걸었다. 그리고··· 우리들 중에는 재벌의 자손들도 있지.”
아사크의 말에 난 속으로 신음을 삼켰다. 재벌의 자손들? 그렇다면 재벌들이 자손을 되살리기 위해 엄청난 돈을 쏟아 부을 것이다. 현역의 다크 게이머 대부분을 고용할 것이고, 그들 스스로가 관리하는 여러 게임 산업의 프로 게이머들을 끌어 모을 터.
검왕 칼츠와 광살자 베헤만에 버금가는 녀석들만 해도 열셋이 있다. 나까지 포함해서 다크 게이머와 프로 게이머를 합쳐 16인의 아크 게이머라고 부르고 있는 실정이다.
그중 몇 명만 참여해도 전세는 뒤바뀐다. 거기다가 하렘왕 진다전처럼 숨은 고수까지 합한다면······.
“이상하군. 이렇게 일이 커지고 있는데도 왜 외부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지? 라이프 크라이는 엄청나게 인기 있는 게임이다. 이런 사태가 일어났다면 외부 채널에 알려져야 정상인데.”
“크크크큭! 글쎄, 왜일까? 왜 그런다고 생각하나, 라임? 뭔가 이유가 있는 걸까?”
베헤만이 낄낄거렸다.
음모의 냄새가 난다. 무언가 위험한 이유가 있는 거다. 그리고 녀석은 그걸 알고 있다.
“알고 있는 게 있냐?”
“크큭! 여흥으로 남겨 두자고. 네가 우리에게서 살아남는다면 가르쳐 주지. 어때?”
“젠장 할 것들. 좋아! 붙어보자, 이거지?”
대화는 끝이로군.
“잠깐. 싸우기 전에 할 말이 남았다.”
아사크의 말에 모두가 멈칫했다.
“더 이상의 대화가 필요한가, 아사크?”
섀도우 워커의 말에 아사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라임을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의 과거를 내가 알기 때문이지. 그렇지 않은가, 퍼스트 디자인 휴먼 라임.”
제길! 내 비밀을 아는 놈이 왜 이렇게 많아!
***
오래전의 일이다. 아라한 컴퍼니는 사람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시험관 아기, 유전자 조작, 그리고 불치병의 치료법과 유전병의 치료법을 연구했다. SF소설에나 나올 법한 것들이 연구되기 시작한 것이다.
겨우 가상현실 게임을 만들어 성공한 게임 개발 회사가 어느새 성장하여 그런 연구를 한다는 것은 아무도 모르는 사실이었다.
그것을 위해서 다방면에 걸친 사업과 연구가 시작되었고, 중화학, 중금속, 기계공학, 물리학, 생명공학 등으로 그 범위가 확대되었다.
많은 경쟁사들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아라한 컴퍼니는 거대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하여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자리에까지 오르게 되었다.
무기에서 자원, 일상 용품에서 게임까지 만들어내는 거대한 회사. 이미 회사라기보다는 하나의 제국이라 부를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그들의 목적은 바로 SF소설에나 나올 법한 것들을 만들어내는 데에 있었다. 그것을 위해 기업을 성장시켰고, 기술을 개발해나갔다.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낸 아라한 컴퍼니의 과학자가 노벨 물리학상 같은 것을 수상하기도 했다. 세상은 이제 아라한 컴퍼니를 떼어놓고는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그와 더불어 한국의 위상은 덩달아 높아져서, 세계에서도 가장 강한 국가가 되었다. 중국의 영토였던 만주 지방을 넘겨받을 수 있었고, 국토는 몇 배나 늘어나게 됐다.
그런 사회의 변화를 주도하면서도 아라한 컴퍼니는 내부에서 계속해서 무언가를 연구해나갔다.
그리고 나 역시 바로 그 일환이다.
디자인 휴먼 프로젝트.
한 인간의 탄생은 불확정성 속에서 이루어진다. 두 남녀의 유전자가 섹스를 통해 합쳐지고, 불확실한 운동에 따라서 아이가 태어난다.
그 부부가 두 번째 아이를 낳아도 첫 번째 아이와 정확하게 유전 정보가 일치할 수는 없다.
디자인 휴먼 계획은 바로 그런 점을 해소하고, 인류의 능력을 더욱 끌어올리기 위해 시작되었다.
유전자 정보와 인간의 탄생에 대해 연구한 결과, 인간이 인간을 창조하게 되는 것이다.
디자인 휴먼 계획은 많은 불치병과 난치병의 치료를 가능하게 하고, 인간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데에 기여한다. 그뿐만 아니라, 인간의 몸에 맞는 동식물의 창조 역시 가능하게 되었다.
인류는 빠르게 변해갔고, 결국 20년 전부터는 공식적으로 인류가 유전자 공학의 혜택을 입게 되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는 더 음험한 실험도 진행되고 있었다.
능력의 개발!
인간 중 특별한 몇몇 개체는 초능력을 가지고 태어난다. 염력, 공간 이동, 투시와 같은 능력에서부터 발화, 물체 변화 같은 능력까지.
아라한 컴퍼니는 최초로 탄생한 디자인 휴먼들을 가지고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능력을 각성시키려고 했다. 그 과정에서 성공한 이들도 있었고, 실패한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성공과 실패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성공을 하든 실패를 하든 다음 실험은 계속됐고, 결국 하나 둘 생명을 소모하고 죽었으니까.
지옥이 있다면 그와 같을까?
눈앞에서 염력 실험을 하다가 죽어간 친구를 보고서 나는 울부짖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능력을 통해 연구소의 데이터를 날려 버리고, 아라한 컴퍼니의 본사 일부를 박살 내고, 연구소의 연구원들을 몽땅 죽여 버렸다.
나를 비롯한 연구소의 최초의 디자인 휴먼들은 주민등록증과 같은 것도 없다. 인권을 가진 인간이 아닌 부품으로써 취급되었고, 불법적으로 만들어진 생명이니까.
그런 내 과거를 아는 척한단 말이냐?
“하! 웃기는 일이군. 내 과거를 안다고? 알아? 정말 알고 있나?”
안다고? 정말 웃기는군! 코미디가 따로 없어!
“헛소리는 그만 하시지. 사람이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개소리야.”
“그럴까? 한 가지 이야기를 해주지, 라임. 아라한 컴퍼니는 단지 디자인 휴먼과 같은 생명공학 쪽 연구만 한 것이 아니다. 물리학적인 기계장치, 프로그램 등의 연구도 계속 진행해왔지. 그리고 너와 같은 디자인 휴먼처럼, 태어나기 전부터 조정을 가하는 것 외에도 인체 개조를 행하는 프로젝트 역시 진행했다.”
새로운 이야기이지만 그리 놀랄 것은 없었다. 이미 그 정도는 안다. 인체를 인공물로 개조하거나, 인공적인 물체를 부착해 힘을 강화하는 것. 국방부와 같이 추진했다고 알려진 파워 아머 계획도 그에 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