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프 크라이-280화 (28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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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도전

“그런데 네가 길드를 만든 거랑 아까 내 질문이랑 어떤 관계야?”

내 말에 아리엔은 또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피한다. 어지간히 창피한가 보다.

말하기도 전에 부끄러워하네?

“말 안 해도 돼.”

궁금하긴 하지만, 사실 몰라도 별 관계는 없지. 여하튼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

“그··· 그건······.”

아리엔이 더듬더듬거리는 것을 보며 난 생각을 계속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아라한 컴퍼니의 꿍꿍이다.

놈들은 대체 뭘 원하고 있는 걸까? 그게 문제점이다. 이제 현실에서 녀석들을 두드려 보는 수밖에 없다.

아라한 컴퍼니 본사로 침입해 외부에서의 해킹이 아닌 내부에서 자료를 얻어내야만 한다는 게 되겠지.

진실을 알기 위해서는 그렇게까지 해야 한다. 하지만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내가 비록 꽤 능력을 가졌다고는 해도 말이야.

아리엔과 이그젝션 길드의 일당들이 현실에서 뭔가를 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다. 일전에 해킹한 자료들을 통해서 어느 정도 내막은 알 수 있었다. 크리에이트 길드 녀석들이 취하려고 하는 수단도 눈치 챘다. 이그젝션 길드는 그걸 잘 막아낼 거다.

문제는, 아무리 추론해도 아라한 컴퍼니가 대체 뭘 노리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는 점이다.

지금 아리엔이 나와 같이 있는 것은 그녀가 직접 요청한 일이다. 현실이 게임보다 안전하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아리엔은 게임에 들어와 있고, 내 곁에 있는 것은 길드에서 세운 어떤 계획 때문이라고 말했다.

무슨 계획인지는 안 가르쳐 주기에 나도 자세히 묻지 않고 이렇게 같이 사냥을 왔다.

나는 나대로 계획을 추진해야지. 크리에이트 녀석들의 행동은 현재 2가지니까.

그들은 현실에서도 아리엔을 찾아내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그리고 그걸 이그젝션 길드의 똘기 충만한 천재들이 막아내고 있다.

원래 디자인 휴먼 자체가 자연적으로 태어난 사람에 비해 몇 배나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빈부 격차가 점차 벌어지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계속 일어나고 있지만, 내가 보기에 앞으로 몇십 년 후에는 새로 태어나는 모든 아이는 모두 디자인 휴먼이 될 것이다. 이런 건 시대의 흐름과도 같으니까.

“에··· 또······.”

아리엔은 아직도 대답을 못하고 있다.

“흥! 안 들어도 돼. 어차피 뻔한 이야기잖아.”

레나가 옆에서 한마디 한다.

근데 나도 모르는 이야기를 네가 알아챘어? 놀라운데!

“뭔데?”

“반응만 봐도 알잖아. 그건 분명······.”

그 순간, 위웅! 소리와 함께 우르르릉! 하고 마굴 전체가 뒤흔들렸다.

“전투 준비!

처척!

미리 정해놓은 포지션에 맞추어 자리를 잡았다. 나와 레나, 그리고 헬라 양이 선두에 일렬로 서고, 그 뒤로 베나, 이론드, 하이네, 아리엔이 섰다.

“아리엔은 처음 손발을 맞추어보는 거지만, 궁수니까 별로 어려움은 없을 거야. 모두 조심하는 것 잊지 말고. 알았지?”

모두가 알았다고 대답하자 나는 바로 진동이 시작된 앞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까 하던 이야기는 전투가 끝난 후에 다시 해야지.

우선은 이쪽에서 아리엔을 보호할 정도의 힘을 보유하는 것이 먼저다. 이 전투는 바로 그런 힘을 얻기 위해서다.

“내가 다시 왔다, 젠트르만 로드!”

허공에서 염력파를 쏘아대며 일단의 무리를 쳐 죽이고 있는 젠트르만 로드를 향해 난 소리를 버럭 질렀다.

***

“휘루루루!”

녀석은 예전과 변함이 없었다. 수정 지팡이를 한 손에 들고, 여전히 기괴한 몰골을 하고 있는 녀석은 강력한 염력을 몸에 두르고서 허공에 둥둥 떠 있었다.

파아앙!

녀석의 지팡이가 가리킨 지점으로 염력파가 쏘아졌다. 그러자 그곳에 있던, 유저로 보이는 녀석들이 그 폭발의 여파로 날아갔다.

“내가 다시 왔다, 젠트르만 로드!”

난 크게 외치며 바로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멸신의 손은 지금 더 이상 업그레이드할 수 없는 마스터 수준이지! 나를 전과 같이 생각하지 마라!

“뭐야, 저거!”

“지금이 기회다! 튀어!”

“제길! 몇 명이나 죽었는데 그냥 튀어야 하냐!”

“그럼 싸울래! 아이템이나 빨랑 주워!”

젠트르만 로드와 싸우고 있던 녀석들이 뭐라고 떠들면서 떨어진 아이템을 모두 쓸어 담고는 빛과 함께 사라졌다.

공간 이동 스크롤 같은 거라도 사용한 모양이군.

“휘루루루! 이게 누구야? 오랜만에 보는군, 인간.”

“기억하고는 있냐?”

“기억하고말고. 그때는 재미있었어. 너만큼 나를 재미있게 해준 인간이 꽤 되었지만 말이야. 휘루루.”

다른 젠트르만에 비해 좀 긴 얼굴에다가 덩치도 더 크다. 여전히 거미 다리가 달린 하체를 가지고 있고, 손가락도 길고 가늘어서 뭔가 해괴한 모습을 한 젠트르만 로드를 보니 감회가 새롭다.

그때는 이놈에게서 도망쳤었지. 하지만 오늘은 다를 거다. 내 전력의 강화를 위해서도 이 녀석은 반드시 필요하다.

“오늘은 그때와 다를 거다.”

“휘루루! 그럴까?”

녀석의 빈손이 딱! 하고 튕겨진다. 그러자 그와 동시에 거대한 공동 여기저기에 뚫린 통로로 몬스터들이 우르르 나타났다.

젠트르만. 정신 능력을 가진 몬스터. 정신 지배와 염력이 주 무기이고, 정신 지배로 몬스터들을 지배하는 상위의 몬스터다.

사실 지성이 인간만큼이나 뛰어나서 몬스터라기보다는 종족이라고 봐야 하지만, 그 문화와 문명에 대해서는 수수께끼에 싸여 있다. 어떻게 번식하는지도 알 수 없는 이상한 괴물이라는 의미다.

여하튼 저놈이 바로 그 젠트르만 마굴의 보스인 젠트르만 로드. 그 정신 지배력은 매우 강력한 수준이지.

“나와라!”

하지만 나는 과거에 비해 무진장 강해졌거든.

척! 척! 척! 척!

어스 아미가 아공간 주머니에서 소환되어 튀어나왔다.

이 공동은 천장 높이만 2백 미터가 넘을 정도로 무지막지하게 넓고 크기 때문에, 어스 아미를 소환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나와라!”

쿠궁!

10기의 언데드 타이탄이 튀어나왔다.

“정리해!”

어스 아미와 언데드 타이탄이 몰려드는 몬스터들을 향해 진군해나갔다. 순식간에 몬스터들과 나의 군대가 부딪쳤다.

“휘루루루! 강해졌군, 인간! 그렇다면 놀아볼까!”

“아리엔! 이론드! 하이네! 베나! 지상에서 장거리 공격으로 보조! 헬라! 레나! 마갑 장착!”

“알았어요! 변환!”

“기다렸어! 변환!”

촤악! 촤악! 철컥! 철컥!

레나와 헬라가 내가 준 반지의 힘을 발동시켰다.

몇 번이나 업그레이드해 여러 가지 마법을 추가로 걸고 강화시킨 마갑의 힘을 여기서 보여 주지!

“변환!”

나 역시 키워드인 변환을 외쳤다. 그러자 번쩍! 하고 입고 있던 의복이 분해되며 마갑이 내 육신을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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