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프 크라이-284화 (284/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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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데드 위저드

난 언데드 위저드를 양산했다. 꼬박 1개월간을 모든 젠트르만의 시체를 언데드 위저드로 바꾸는 데 보냈지.

후우! 드디어 다 끝났다. 덕분에 데글이 정신적 각성을 조금해서 마법 실력이 향상되었다.

의외의 부수입이라니까.

“근데 다들 어디 갔나 보군.”

집에 올라와 보니 아무도 없다. 하녀와 하인들만이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인간이 아니고 수인족과 이종족들이었다.

“마스터, 나오셨습니까?”

지나가던, 메이드복을 입은 늑인족 처녀가 고개를 숙여 보였다. 늑인족이라고는 해도 머리에 늑대의 귀 같은 것을 달고 있는 예쁜 미녀였다.

“여기서 일하기로 한 겁니까?”

“예. 젠트르만에게서 해방시켜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엘린 님의 의견에 따라서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앞으로 몇 년간 이곳에서 일하기로 한 라유아입니다.”

그녀가 자신을 소개했다. 거실에서 청소를 하다가 갑자기 나타난 나를 보고도 놀라지 않고 인사를 건네오는 그녀는 상당히 강한 듯 보였다.

늑인족 자체가 전투 종족이라 불리는 수인족인데, 이런 메이드라니······. 엘린은 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그럼 수고해주십시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잠자리도 충분히 만족시켜 드릴 수 있습니다.”

“···그건 됐구요.”

대뜸 무슨 잠자리야?

으음, 이종족의 사고관은 인간과 다르다지만 말이지. 이 게임, 법적 성년체로 인정되는 나이가 14살이라지만 너무 공공연하게 야한 일도 할 수 있게 해놓은 거 아냐?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라유아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거실에서 나갔다.

1층 거실의 소파에 앉아서 멍하니 창문에서 들어오는 태양 빛을 쐬고 있던 난 다시 몸을 일으켰다.

“작전 2.”

크리에이트 길드 놈들이 나를 귀찮게 하니, 나도 녀석들에게 물을 먹여 줘야겠지.

녀석들 중에는 악인만 있는 건 아닐 거다. 착한 이들도 꽤 있겠지.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혹은 생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그런 녀석들이 아주 많을 터.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방법이 글러먹었다. 그들은 아라한 컴퍼니를 상대할 생각을 했어야 했는데, 한 명의 인간, 즉 아리엔을 희생시킬 생각만 하고 있으니까.

멍청한 놈들. 그런 놈들에게 나는 자비 따위는 절대로 베풀 생각이 없다.

이그젝션 길드와 크리에이트 길드는 지금도 부딪치고 있을 터. 이그젝션 길드를 조금 도와주도록 하지.

사각사각.

서류를 만들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달칵.

차가운 공기를 느끼며 난 저택을 나왔다. 여기저기에 엘프들과 늑인족으로 구성된 사병들이 경비를 돌고 있다.

엘린이 조치를 한 모양이군.

이로써 안전은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

담장은 다시 보수하면서 저번보다 더욱 단단하게 지었다. 이제는 예전 같은 수준의 포격으로는 절대로 뚫을 수 없을 거다.

“공간 이동.”

대문을 나선 나는 바로 공간을 뛰어넘었다. 네트워크에서 알아낸 방법으로 랑고트 왕국의 수도 뒷골목으로 향했다.

안쪽으로 들어가니 인상 험악한 놈, 추레한 몰골을 한 놈, 보기만 해도 사람 한둘은 찜 쪄 먹을 만한 놈들이 우르르 모여 있다.

나는 그런 녀석들을 헤치고 허름한 술집으로 들어섰다.

“어서 옵쇼. 뭘로 드릴까요?”

“킬로얀의 칼날을 한 잔.”

내가 주문을 하자 주인장이 헤헤 웃으며 대답했다.

“킬로얀의 칼날은 요새 조금 비쌉니다. 드래곤의 이빨은 어떠신지?”

“그건 더 비싼 거 아닌가?”

“이런! 제대로 알고 오셨군요, 데드 마스터 라임 님.”

데드 마스터라. 그런 별명으로 불리나 보군.

“선문답 같은 암호를 몇 번 더 말해야 할 줄 알았는데 바로 본론이군. 괜찮은 건가?”

“지금 있는 사람들은 모두 저희 쪽 인부들입니다. 그래,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여기는 바로 어쌔신 길드. 나는 암살을 의뢰하기 위해서 여기에 왔다. 그나저나 내가 이 나라에서 유명한 녀석이라 그런지 보자마자 알아보는군.

“암살할 녀석들이 약 백 명.”

크리에이트 길드 녀석들에 대한 정보는 이미 네트워크에서 해킹해서 알아냈다. 이 랑고트에 있는 크리에이트 길드 소속 녀석들은 약 1백여 명.

그놈들의 거처를 박살 내고, 암살을 지시할 거다. 그럼으로써 녀석들의 행동은 둔화될 터.

“그것도 고위 신관이 부활시킬 수 없을 정도로 완전하게.”

“이런, 이런. 정말 오랜만의 엄청난 의뢰군요. 백 명씩이나요?”

“정확히는 백두 명이다. 그리고 이들의 거처도 확실하게 파괴해주길 바란다. 적어도 반년 안에 다 처리해주기를.”

“반년이면 그리 어렵지는 않습니다만······.”

나는 아공간 주머니에서 미스릴로 만든 괴(塊) 3개와 내가 직접 만든 마력 합금 괴를 10개 꺼내들었다.

“백 명 다 꽤 하는 실력자들이지. 그러니 최상급으로 암살하기를 원한다. 처리를 완료하고 나에게 오면 한 명당 최상급의 의뢰로 쳐서 가격을 지불하지. 이건 선금이다. 미스릴 괴는 알 테지? 이건 미스릴 괴에 비견될 만한 강력한 마력을 가진 마력 합금 괴라는 물건이다. 이 정도면 선금으로는 충분하겠지?”

“통이 크시군요.”

“그럼 암살을 성공할 때마다 연락을 하도록.”

나는 아까 만든 자료를 넘겨주고서, 랑고트 왕국 제일의 어쌔신 길드인 검은 칼날을 나섰다.

“좋아. 랑고트에서는 이걸로 됐고.”

다른 나라에서도 녀석들을 견제해야겠지?

“공간 이동.”

공간을 넘어 순식간에 다른 나라의 수도로 향했다.

그 후, 나는 동일한 일을 반복했다. 스파인, 발란크, 아이바크, 헬펜, 젤펜다임, 하슈반 등의 나라의 수도를 돌며 모든 암살 조직에 거금을 주고 의뢰를 했다.

이로써 크리에이트 길드 녀석들은 상당히 바빠지겠지.

좋아. 첫 번째 계획인 나의 세력과 병력, 무력 확장은 완료. 두 번째 계획인 암살 지령을 통한 방해 공작도 이제 완료. 세 번째 계획으로 넘어가 볼까?

나를 적으로 돌린다는 게 어떤 건지 철저하게 가르쳐 주지. 설사 너희들이 살아 있는 존재이고, 단지 현실에서 부활하고자 하는 진짜 ‘사람’이라고 해서 내가 멈출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야.

“한 명의 친인을 위해서, 나는 모르는 만 명을 죽일 수 있다.”

내 목에서 나온 목소리는 메말라서 갈라진 대지처럼 팍팍한 느낌을 나 자신에게 주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아라한 컴퍼니다. 녀석들은 왜 크리에이트 길드를 외면하고 그들의 의견을 거부하는가? 어떤 꿍꿍이를 가진 것일까?

“불안하단 말이지······. 목에 무언가가 걸린 듯이 껄끄러워.”

그렇다면 아라한 컴퍼니를 흔들 필요가 있어.

어떻게 해야 할까? 좋은 방법은··· 사건을 터트리는 거지.

기괴하게도 크리에이트 길드에서 움직이고 있음에도, 현실과 라이프 크라이 모두에서는 유령이 된 그들과 불로불사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뉴스화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내가 그걸 해주지. 그래서 아라한 컴퍼니를 흔들어 봐야겠군!

팟!

나는 다시 집에 돌아왔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거실에는 한 명의 사령 마법사가 와 있었다.

무슨 일이지?

“데드 마스터 라임 님, 만나 뵈어서 반갑습니다. 조합장님의 전언이 있습니다.”

조합장이라면 스승님? 웬 전언?

의아하게 생각하며 난 그의 서신을 받아 읽어 내려갔다.

“바로 가지!”

서신을 다 읽은 나는 바로 몸을 돌려 다시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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