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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미궁
이제는 리치급의 언데드가 되었지.
마력 수치만 각각 150에 달하는 강대한 녀석들이다. 이미 세력 자체만으로도 사령 마법사 조합의 절반에 달하는 힘을 가진 나다.
-여기가 시간의 미궁이군.
“마음대로 나오지 말라고 했지?”
-휘루루루! 나의 주인이라면 그런 소소한 일은 신경 꺼라.
문제는 언데드 위저드 로드가 된 이 녀석의 경우, 내 통제를 절반 정도 벗어날 만큼 강화되었다는 점이다. 마력 수치만 250에 달하고, 생전의 3배에 달하는 힘을 지닌 사염력(死念力)을 사용한다.
아라한 신전의 종속 수하 캐릭터창을 통해 알아본 바로, 이 녀석이 쓰는 마법은 총 20개이고, 특수 스킬로 사용하는 것이 4개나 된다.
마법이야 내가 추가로 가르쳐서 수십 개나 사용할 수 있게 되었지만, 어차피 그것들은 전투 시에 보조로 사용할 것이다.
“좋아. 그럼 가자.”
-지켜보는 애송이들은?
“내버려 둬. 안에서 끝장내지.”
거대한 산이 내 앞에 있다. 순수하게 얼음으로 이루어진 산은 눈으로 덮여 있어서 새하얗게만 보인다.
저 멀리로 바로 그 거대한 구멍과 프리징 드래곤이 보인다. 저 아래에 위치한 시간의 미궁에 들어가려면 지금 눈앞에 보이는 거대한 얼음산의 동굴로 들어가야 한다고 들었다.
어떤 진실이 있는지 알아내주지!
“그나저나 이그젝션 길드와 크리에이트 길드는 어쩌고 있으려나.”
내가 공작을 좀 해서 시간을 벌었다지만, 어떻게 되었을지······. 여하튼 크리에이트 길드 놈들도 멍청하다니까.
겨우 아리엔 한 명을 희생시켜서 살아날 수 있을 것 같아? 아라한 컴퍼니가 뭔가 꿍꿍이가 있다는 건 그 녀석들도 알고 있을 텐데, 왜 아라한에 손을 쓰지 않는 건지 알 수 없단 말이야.
손을 쓰다가 막혔으면 그 원인을 해결하려고 해야지, 아리엔에게 집중하는 이유는 또 뭐야? 멍청한 놈들.
“들어가자.”
-휘루루.
생전에 젠트르만 로드로서 이름이 젝칵하락쉬라고 스스로를 밝힌, 이제는 언데드 위저드 로드가 된 녀석을 데리고서 안으로 들어섰다.
“변환.”
차작! 하고 몸에 마갑이 입혀졌다. 그리고 5가지 조합식 중 방어에 관련된 조합을 사용해 보호 마법을 둘러쳤다.
내가 하는 양을 물끄러미 보던 젝칵하락쉬가 나에게 배운 마법을 사용해서 자신의 몸에 보호 마법을 거는 것이 보였다.
“빛이여.”
위웅! 하고 빛이 사방으로 떠올라 주변을 비추어주었다.
얼음으로 이루어진 동굴을 내려가는 동안 몬스터고 뭐고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어쩌면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다. 여기는 마굴이 아니니까. 신의 의지로 만들어진 미궁인 셈이다.
하지만 대체 이 안에는 뭐가 있지? 몬스터가 없다면, 프리징 드래곤 같은 펜톤 신의 가디언이라도 있는 걸까?
한참을 걸어서 내리막길을 내려갔다. 길은 조금씩 완만하게 굽어 있었고, 꽈배기처럼 꼬여 있는 듯했다.
얼마 동안이나 그렇게 내려갔을까. 드디어 거대한 얼음으로 이루어진 공동에 도착했다. 공동의 중앙에는 거대한 얼음으로 만들어진 시계탑이 서 있었다.
“신기하군.”
얼음의 시계탑은 조각이 아닌 듯, 실제로 움직이고 있었다.
끼긱! 척! 끼긱! 척! 하면서 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시계를 한번 보고 공동을 둘러보니 입구가 여러 개 보였다.
설마 무식할 정도로 넓은 미궁이라서 빠져나가지 못하는, 뭐 그런 식은 아니겠지?
생각해보면 그런 형태의 미궁일 수도 있다. 어차피 미궁이라는 게 길을 못 찾게 하려는 의도이지 않은가? 몇 달, 몇 년을 헤매도 입구를 찾을 수 없을 만큼 거대한 미궁이라면 침입자는 결국 죽게 된다.
“곤란하군.”
-휘루루. 뭔가 곤란한가 보지?
“미궁이니까.”
-휘룻. 빨리 뒈져 버려.
“시끄러.”
나에게 대놓고 악감정을 늘어놓는 젝칵하락쉬를 끌고서 일단은 입구의 수를 세어보았다. 총 12개.
공교롭게도 12개라니··· 12시간을 의미하는 건가? 흐음, 뭔가 의미가 있는 것 같기는 한데 말이야.
“빨리 움직여! 녀석이 이쪽으로 들어갔어!”
“살인마 라임, 반드시 죽여 버리겠어!”
어이쿠! 나를 노리는 녀석들인가? 그나저나 소리 다 들린다, 이것들아.
“멸신의 손. 투명화.”
멸신의 손을 꺼내서 몸을 공동의 천장에 붙이고서 투명화시켰다. 젝칵하락쉬도 나와 같이 하늘로 떠오르더니 자신의 몸을 투명하게 만들었다.
내가 왔던 입구로 녀석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녀석들은 주변을 둘러보며 뭔가를 상의하더니 12시 방향 쪽 출구로 향했다.
녀석들이 사라지는 걸 보며 난 생각했다. 흠, 어느 쪽이 제대로 된 입구일까? 그리고 저 녀석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휘루루. 어떻게 할 거지?
“녀석들의 뒤를 따라가야지.”
그래야 놈들의 뒤통수를 칠 수 있지 않겠는가?
“나와라.”
파팟. 파팟.
언데드 위저드를 30기 정도 소환했다.
“모두 투명화.”
-휘루루루.
언데드 위저드 30기는 전부 투명화를 시전하고서 내 뒤를 따랐다. 젠트르만은 기본적으로 염력을 이용해 하늘을 날아다녀서 편리하단 말이지.
나는 곧장 12시 방향의 동굴로 들어섰다. 한참을 가는데 기이하게도 먼저 들어갔던 녀석들이 보이지 않았다.
“흐음, 뭔가 이상하군.”
그렇게 생각하는데 갑자기 뒤쪽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아보니 먼저 들어왔던 그들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이 던전에 그 ‘죽음을 인도하는 지팡이’가 있다는 게 사실이야?”
“라임이 그걸 노린다고 하니 맞는 말이겠지.”
녀석들의 수는 약 20여 명. 전사, 사제, 궁수, 마법사, 성기사, 주술사, 소환사 등등의 다양한 구성원이다.
겨우 그 정도로 이곳에 왔나?
아니, 그보다 이 동굴은 일직선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녀석들이 내 뒤에 나타난 거지? 내 앞에 나타나면 모를까, 녀석들이 내 뒤에서 나타난다는 것은 절대로 가능하지 않은 일인데?
그렇게 생각하며 천장에 달라붙어서 조용히 바라보았다.
-휘루루루. 기괴하군.
젝칵하락쉬 녀석의 염파가 들려왔다.
그래, 녀석의 말대로 정말 기괴하다. 설마 공간이 비틀려 있는 건가? 아니면 다른 무엇?
난 의아해하며 녀석들의 뒤를 따랐다. 공간이 어떻게 되었든 간에 녀석들을 처리해야 한다는 건 변함없다.
게다가 이놈들은 선발대일 테지. 크리에이트 길드의 본 전력이 이쪽으로 올 거라는 건 불을 보듯 뻔하다. 아마 적어도 수백, 많으면 수천도 올 수 있겠지.
“적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녀석들을 따르는데, 동굴의 저 앞쪽에 일단의 무리가 나타났다. 그런데 그것은 놀라운 모습을 보여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