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프 크라이-304화 (304/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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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은 한순간에 부서질 수 있다

죽은 자들 전부가 일어섰다. 그리고 이미 하급 언데드였던 것들도 전신으로 시퍼런 귀화를 뿜어내며 섬뜩한 비명을 질러댔다.

“무슨 짓을 한 거냐!”

“무슨 짓?”

그들의 물음에 나는 킬킬 웃었다.

쉬릭! 쉬릭!

상급의 언데드가 된 것들 중 하늘을 날아오를 수 있는 것들이 하늘로 올라오는 게 보였다.

레기온도 만들어졌어? 재미있군. 이번 ‘사자군주(死者君主)의 권능(權能)’을 사용할 때 아무런 설정도 잡지 않아서 이렇게 된 건가?

“으악! 이것들은 뭐야!”

“라임부터 죽여!”

유저들이 나를 향해 스킬을 사용하며 돌격해왔다.

“순간 이동.”

하지만 난 순간 이동을 통해 공격을 회피하고서 언데드들과 싸우는 유저들을 즐겁게 바라보았다.

“라이프 크라이에서 나만큼 집단전에 알맞는 스킬 트리를 만든 자가 없지. 그런 나에게 덤빈 것을 후회하게 해주마! 사자군주의 창! 고통의 저주! 원념의 족쇄!”

하급 마법이지만 생사가 걸린 치열한 싸움을 하는 자들을 향해 떨어지니, 그들은 곧 행동에 방해를 받아 언데드에게 잡아먹히고 말았다.

10만의 군세도 흩어지고, 랑고트 왕국군이 달려들어 그들을 압박했다.

그나저나 내 언데드 타이탄도 전부 부서졌군. 역시 유저들이라는 건가?

“여어, 대단하군.”

“흐음?”

고개를 돌려보니 낯이 익은 얼굴이 히죽 웃으며 내 앞에 서 있었다.

“너 또 나타났냐?”

“왜? 나타나서 섭해? 저번에는 신세를 많이 졌어.”

“그런데 너 혼자냐?”

“오오, 걱정 말라고. 나 혼자라도 충분히 만족시켜 줄 수 있으니까.”

허리를 과장되게 흔들며 말하는 녀석을 보니 짜증이 치솟아 올랐다.

“왜 왔냐, 베헤만?”

“별일은 아니고, 선물을 들고 왔지.”

“선물? 어째 부담스러운데?”

“뭐, 부담스러울 것까지야. 우리 사이에 그런 걸로 부담 갖지 말라구. 자네를 위해 준비한 무대인데.”

“하! 네놈하고 내가 뭔 사이인데? 그리고 나를 위해 준비했다고?”

“그래, 바로 자네를 위해서 준비했지.”

나는 히죽 웃는 녀석의 면상을 후려쳐 주려고 움직였다.

쿠구구구구구!

“뭐야, 이건?”

사방에서 거대한 뿔 같은 것이 솟구쳐 오르고 있었다. 약간 휘어진 뿔의 모습을 한 그 거대한 것의 숫자는 6개. 전장을 둘러싸며 튀어나온 그것이 점점 하늘로 뻗어나갔다.

이거 심상치 않은데······.

“흐흐! 도망갈 생각은 버리라구, 라임. 공간 통제도 하고 있거든. 날아서 도망가보던가? 내가 놓아주지는 않겠지만.”

“뭐?”

팟! 팟! 팟!

그때였다. 빛이 일어나며 일단의 무리가 내 주변으로 나타났다.

“뭐야? 공간 통제 한다며?”

“들어오는 건 가능하거든. 나가는 건 못해도 말이야. 그나저나 인사나 하시지?”

“인사?”

베헤만 녀석의 말에 돌아보니 정말 인사를 해야 할 상황이었다.

“이건 또 뭐야?”

배신의 아사크, 신창의 도르만, 마법의 파우스트. 색공의 파계마승, 환상의 미네크, 불도저의 2MB까지?

“어이, 아크 게이머 연말 파티라도 하기로 했나?”

“이렇게 보게 돼서 미안하군, 라임. 하지만 이쪽도 생사가 걸려 있거든.”

도르만이 묵직하게 말을 꺼냈다.

16인의 초강자, 혹은 16인의 다크 게이머라고 불리는 우리는 모두 제각기 다른 스타일로 최강자가 된, 사이버 세계의 스타들이다.

그런데 베헤만과 나까지 합해 총 8명이 이곳에 있다. 칼츠가 내 집에 누워 있으니, 그 녀석까지 합하면 전부 9명인 셈이다.

설마 16인 전부가 이 일에 낀 건 아니겠지?

“생사? 너네 전부 유령화된 거냐?”

“그건 아니지. 하지만 알게 모르게 사건은 일어난다. 필요와 이유가 있는 거지.”

“하! 그래서 나 하나 잡자고 여기까지 왔냐? 아리엔 잡는 데 방해되어서?”

내 말에 베헤만이 미친놈처럼 웃었다.

뭐야, 저놈?

“크하하하하하! 이제 아리엔은 필요 없어!”

“뭐?”

아리엔이 필요 없다고?

“다른 방법을 찾았거든! 더 안전하고! 더 엑설런트한 방법 말이야!”

“그 방법이 날 둘러싸서 이렇게 위협하는 거냐?”

“바로 그거지!”

이거 어째 불길한데?

“그래서 뭘 어쩔 건데?”

“이럴 거다!”

녀석이 뭔가를 꺼냈다. 그건 하나의 망토였는데, 색깔이 검불그스름한 데다 때가 타서 좀 더러워 보였다.

웅웅웅.

“응?”

서클릿과 지팡이, 그리고 반지가 진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거 설마······.”

“크하하하! 그래! 네가 그렇게 뼈 빠지게 찾던 바로 그 육신기 중 하나다!”

그걸 왜 니가 가지고 있는데?

“황혼을 내리는 로브로군.”

“맞았어. 그리고 다른 것도 있지!”

다른 두 놈이 각각 물건을 꺼냈다. 그것 모두 내가 찾던 육신기의 나머지 물건들이었다.

‘갇혀서 절규하는 목걸이’와 ‘죽음 사이를 걷는 장화’, 그 2가지 물건이 공명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어이, 나 주려고 가져온 거냐?”

“크크큭! 바로 맞췄어!”

“왜?”

이놈이 내가 예뻐서 저걸 모두 구해서 가져왔을 리는 없다. 그렇다면 뭔가 다른 이유가 있다는 건데······.

우우우우웅!

“음?”

그런데 점점 공명이 강해지고 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저 멀리 보이는 거대한 뿔이 검푸른 빛을 토해냈다.

촤아아악!

“저건······.”

마법진! 저 뿔들은 육망성의 각 꼭짓점인 거로군. 땅에 거대한 마법진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건 젤펜다임에서 일어났던 것과 같은 건가? 이 녀석들은 도대체 무엇을 노리고 있는 걸까?

웅웅웅웅웅웅웅웅웅웅웅!

“우왓!”

공명이 점점 더 강렬해진다. 진동 때문에 몸이 너무 떨려서 가누지 못할 정도다. 이게 무슨······.

“크하하하! 천하의 라임이 함정에 빠졌군! 가르쳐 주지. 이 마법진과 육신기가 모두 모였다. 그렇게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아나?”

베헤만 저 새끼······!

“저주받은 왕이 돌아온다! 그자가 부활하는 거야! 그리고 말이지, 그가 구멍을 뚫어줄 거야! 멋지지 않나?”

“뭔 개소리냐!”

“개소리냐고?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고? 그가 해줄 거란 말이다! 이곳 가상 세계와 저쪽의 현실을 이어주는 구멍을 뚫어준단 말이다! 으하하하하!”

녀석의 광소 속에서 거대한 힘의 흐름이 나를 향해 몰려왔다. 거대 마법진의 힘과 함께 육신기가 빛을 내며 하나로 합쳐지고 있었다.

《때가 되었다.》

그와 함께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본능이 속삭이는 그 목소리에 온몸의 솜털이 쭈뼛 하고 서버렸다.

그리고 하늘의 태양이 검은 무언가에 가려져 세상에 어둠이 내리는 것을 보면서, 내 안에서 무언가가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때가 되었어.》

어두운 암굴에서 울리는 듯한 목소리가 내 안에서부터 튀어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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