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프 크라이-321화 (32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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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받은 왕의 강림

“크히히히! 과연 그럴까?”

“뭐가 그럴까냐! 죽어!”

마력을 잔뜩 불어넣어서 마나 블레이드랑은 그 형태가 다르지만 큰 파괴력을 지닌 지팡이를 찔러갔다. 녀석의 손이 빙글 돌며 내 지팡이를 쳐내는 사이에 놈의 머리 위와 등 뒤, 그리고 아래에서 블랙 워 로드가 도끼와 창을 휘둘렀다.

콰쾅!

녀석은 공격을 다 막아내지 못하고 여기저기 상처를 입고 피를 흘렸다. 옛말에 다구리에 장사 없다지!

“크! 이거 아픈데? 짜릿해.”

“역시 돌았군.”

“아아, 나는 돌았지. 혈룡천하!”

녀석의 두 손이 번쩍이며 혈광을 토하더니 수십 마리의 붉은 용이 튀어나왔다.

“방어 마법 전개!”

위웅! 하고 마갑의 방어 마법이 발동되었다.

그와 함께 나는 마력을 몸에 두르고 그대로 지팡이를 휘둘러 파괴신의 일격을 쏟아냈다. 녀석의 붉은 용 중 다섯이 파괴신의 일격과 강대한 마력을 담은 죽음을 인도하는 지팡이에 부딪쳤다.

쾅!

붉은 용은 소멸.

그런데 녀석이 보이지 않는다. 어디로 간 거지?

“크하!”

블랙 워 로드와 내 포위에서 벗어나 뒤로 몸을 뺀 놈의 손에서 다시금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혈룡파천장!”

콰우! 하더니 거대한 붉은 용 한 마리가 놈의 손에서 튀어나왔다.

이런 만화 같은 장풍을 쏴대다니! 이런 빌어먹을 놈! 곱게 좀 죽으면 안 되겠냐!

“파괴신의 일격! 사자군주의 창! 작은 불꽃! 마력 증폭!”

이거나 먹어라!

콰르르르릉!

“크하하하! 크하하하하! 좋구나, 좋아! 죽느냐, 사느냐! 이거야말로 라이프 크라이!”

“닥쳐!”

“흐흐! 슬슬 시간이 다 되었어. 제대로 해볼까!”

“뭐?”

“크하하핫!”

놈이 갑자기 자신의 심장에 손을 푹 하고 찔러 넣었다. 다시 빠져나온 녀석의 손에는 두근거리는 심장이 들려 있었다.

“미친······.”

“크, 크, 크하하하핫! 아파! 아프다고! 하지만 이게 삶이지! 고동치는 삶이 얼마나 좋은가! 자아, 피의 신아! 내 피를 제물로 바쳤다. 싱싱한 심장이 여기에 있다! 약속했던 대가를 나에게 다오.”

“공격!”

녀석이 뭘 하든 간에 상관없다. 그 전에 죽이면 그뿐이야!

“크하하하! 혈신강림! 그에게 피의 제물을 바쳐라! 나의 피! 너의 피! 그리고 모든 이의 피를!”

녀석의 몸에 붉은 기운이 서리며 그의 몸에 붉은 피가 일그러진 듯한 기괴하게 생긴 갑옷이 순식간에 나타났다.

놈이 손을 들어 내 지팡이를 막았다. 쾅! 하고 소리가 났지만 밀려난 것은 오히려 내 쪽이었다.

“큭!”

“흐흐흐흐! 비장의 무기는 너만 있는 게 아니야, 비겁하고 음흉한 라임.”

“네가 그런 거 숨기고 있을 줄 알았다.”

“그래? 그래서 나를 어쩔 거지!”

녀석이 내게 덮쳐들어 순식간에 난 녀석과 몇 번이나 맞부딪쳤다. 블랙 워 로드의 포위 공격에도 녀석은 여유롭다. 오히려 블랙 워 로드의 데스 마나 블레이드가 별다른 상처를 주지 못하고 있었다.

“크하! 겨우 그 정도냐? 또 다른 수는 없냐? 그럼 내가 간다!”

녀석이 블랙 워 로드의 공격을 무시하고 1기의 블랙 워 로드의 머리를 부여잡았다. 콰직! 하고 블랙 워 로드의 머리가 박살이 났다.

하지만 블랙 워 로드를 너무 얕봤어, 너는!

“크아!”

블랙 워 로드의 옆구리에서 손이 튀어나와 녀석의 팔을 콱! 하고 잡았다.

“크흣?”

“붙잡아라!”

콰콱! 콰콱! 콰콱!

블랙 워 로드들이 2개의 팔을 몸에서 추가로 뽑아냈다. 4개의 팔을 가진 블랙 워 로드가 놈의 몸을 단단히 부여잡고 데스 마나 블레이드를 전신에 둘렀다.

“너무 얕봤구나, 베헤만. 내가 허술한 녀석을 만들 리가 없잖아!”

그대로 몸을 날리는 내 눈에 녀석의 일그러진 얼굴이 보였다. 지팡이가 놈에게 다가갔다. 놈의 몸에서 강렬한 붉은 기운이 뿜어져 나옴과 동시에 지팡이가 녀석의 심장이 있던 자리를 정확하게 푸욱 하고 찔러 들어갔다.

“크··· 크큭!”

“이 상황에서도 웃다니, 넌 정말 미친놈이야. 하지만 네놈의 미친 짓도 이제 끝이다. 적어도 이번 전쟁에서는 끝이겠지.”

“크··· 네놈 말이 맞아. 이제 끝이지. 하지만 말이야··· 네 놈만 함정을 사용하는 게 아니란 말이지.”

“뭣!”

“잡았다! 크히하하하하! 크하하하!”

녀석의 두 손이 내 두 팔을 단단히 부여잡았다. 나는 급히 블랙 워 로드를 조종해 놈을 떼어내려 했지만 떨어지지가 않았다.

이게 무슨!

“게로나케살락쉬하피둠! 드디어 모든 조건이 다 모였다! 혈신의 힘! 수백만의 죽음! 그리고 육신기와 저주받은 왕의 사도!”

고고고고고! 하고 공기가 뒤바뀐다.

“이 미친놈! 뭘 하려는 거냐!”

“크하하! 저주받은 왕의 강림이다. 그거 알고 있나? 신관이라는 건 말이지, 자신의 몸에 신을 강림시킬 수 있다는 걸 말이야!”

고고고고고고! 하는 소리가 들리며 시야가 변한다. 녀석이 떠드는 소리가 계속 들렸지만, 내 눈에는 한 가지만이 보였다. 거대한 지옥이 나를 향해 내려오고 있었다.

“네놈이야말로 유일한 저주받은 왕의 사도다! 네놈을 매개체로 저주받은 왕의 완전한 강림이 이루어지는 거야! 무너져라, 라이프 크라이! 내 생명을 바친 이 미치광이 같은 계략으로 현실과의 통로를 만드는 거다!”

저주받은 왕이 내려왔다. 그리고 미친놈처럼 웃는 베헤만의 웃음소리가 멀어졌다.

내 눈 앞으로 저주받은 왕이 지옥과 함께 내려와 나를 바라보았다.

《나의 사도야, 때가 되었다.》

저주받은 왕의 목소리가 무겁게 나를 내리눌렀다.

@저주받은 왕의 강림

사람이 가진 시야라는 것이 얼마나 가소로운 것인지 아나?

네가 생각하는 진실과 정의가 정말 진실과 정의일까?

네가 보는 현실이 과연 네가 알고 있는 정의로 차 있을까?

도덕, 규칙, 규범, 혹은 네 안의 가치관,

그것들은 너의 시야를 가로막는 장애물에 불과해.

필요에 의해서, 혹은 자라나면서 무분별하게 생겨난 그것들은

너라는 존재의 영혼 속에서 너를 구속하지.

자, 봐라.

너는 지금 평야에 서 있다. 그리고 네 주위로는

여러 가지 벽이 둘러싸고 있지.

너는 그 빈틈으로 세계를 볼 뿐이야.

그렇게나 많은 벽에 둘러싸여서 보는 너의 세계는 어떻지?

그게 나쁜 걸까? 아니면 좋은 걸까?

나는 그래서 크고 아름다운 것을 추구한다네.

-제갈야. 사람의 가치관의 시야라는 것-

주변에 아무것도 없다. 문을 닫아 걸은 지하실의 어둠 속처럼. 나는 눈을 떴으나 어둠만을 볼 뿐이다.

눈을 감고 있는 것일까, 뜨고 있는 것일까? 감각의 혼란마저 오는 어둠에 나는 멍청히 서 있었다.

눈이 아파왔다. 눈을 뜨고 있었다는 것을 그제야 깨닫고 눈을 깜박였다. 그러자 눈에 습기가 보충되며 눈의 아픔이 사라졌다.

하지만 그건 눈의 아픔을 없애기 위한 행위일 뿐이다. 눈을 뜨고 있으나 감고 있으나 결론은 같았다.

여기는 어둠 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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