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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사실 그 제어 능력이라는 건 뇌에 새기는 것이다. 반복 수련으로 머릿속에 새기는 것.
그런데 저주받은 왕이 그걸 내 머릿속에 우겨 넣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걸 이렇게 자유롭게 사용한다.
결론적으로 이거다. 정신이 움직일 때 마나가 정확하게 움직이는가. 그리고 그것을 머릿속에서 빠르게 연산이 가능한가.
내 두뇌는 컴퓨터를 능가하는 속도로 연산이 가능하지. 거기다가 마나 제어력에 관한 지식과 능력이 머리에 새겨졌다.
결국 스킬로써 마법을 쓰는 게 아닌, 진짜로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거다. 물론 그건 이 라이프 크라이 안에서만의 이야기지만.
화르륵!
베헤만의 시체가 타들어갔다. 녀석이 입고 있던 그 붉은 갑옷은 사라졌다. 녀석의 건틀릿도 재가 되었다.
신기라더니, 주인이 죽어서 사라지는 건가.
고개를 돌려 위를 보니, 아사크가 분위기를 눈치 채고는 도망치는 게 보였다. 인간의 군대 역시 도망치고 있었다.
“돌아가라.”
내 말은 명령이 되고 법칙이 되었다. 이내 거대한 게이트를 향해 언데드들이 물러섰다. 모든 것이 다 되돌아가고 있었다.
난 다섯 사자군주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들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빛을 내며 사라져 버렸다. 언데드 위저드도 아공간으로 돌아갔고, 내달리던 킬링 아머들도 나에게 다가와 아공간에 차곡차곡 들어갔다.
모든 것이 끝나자 사방이 고요하다. 레나만이 내 앞에 있었다. 주변에는 폐허의 잔해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언데드 오벨리스크도, 많은 시체들도 모두 부서져 있었다. 이게 저주받은 왕의 강림이 만든 결과이다.
“라··· 임?”
“맞아.”
저주받은 왕이 보여 준 것이 진실이라면, 그는 환생에 환생을 거듭하다가 그 전쟁터에서 문득 전생의 기억을 모두 깨달은 것이 된다.
환생이라는 건 밝혀지지 않은 미신과도 같은 일이다. 하지만 환생이 존재한다면 인간은 실로 수억 년에 걸친 세월을 계속해서 윤회한다는 말이 된다.
저주받은 왕은 그 전쟁터에서 문득 윤회의 고리가 끊어지게 되었고, 결국 전생의 기억들을 모두 떠올리며 지식과 힘을 얻게 된 거다.
수백, 수천 개의 자아가 이어졌을 때 비로소 저주받은 왕이 탄생했다. 그의 목적은 평등한 세계. 죽음만이 모든 것을 평등하게 만든다. 그렇기에 그는 죽음의 세계를 만들려고 한 것이다.
저주받은 왕은 미친 걸까? 아니면··· 그게 하나의 다른 진실인 걸까?
“후······.”
단순한 게임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하지만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는 스스로 라이프 크라이와는 전혀 다른 시스템의 존재임을 스스로 말했다. 그렇다면 그는 대체 어디서 태어났단 말인가?
라이프 크라이의 다른 버전의 가상현실이 있는 걸까? 아니면······.
“아무런 상관 없겠지.”
“뭐?”
“아니, 아무것도 아냐. 그냥 혼잣말.”
크리에이트 길드 놈들도 도망쳤군.
내가 저주받은 왕의 힘을 얻은 이상 놈들이 원하는 대량의 과부하는 일어나지 않는다. 과부하에 버그를 집어넣어 시스템을 꼬이게 만든다는 놈들의 계책은 이로써 실패가 되었다.
그렇겠지. 놈들은 저주받은 왕이 누구인지, 무엇인지도 모른 채 일을 저질렀다. 허술하다고 할 수 있는 계책이었다. 분명 엄청난 죽음을 대량으로 일으켜 과부하를 일으킨다는 발상은 좋았지만 말이야. 그걸 행할 저주받은 왕을 단순히 보스 몬스터 정도로 생각했으니.
놈들은 유령이 되어가지고도 나보다도 더 이 라이프 크라이에 대해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감추어져라.”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육신기가 접히며 줄어들더니 이윽고 몸 안으로 파고들며 사라졌다. 그 대신 육신기가 내 몸에 깃들었다는 증거인 문신이 몸의 각 부분에 새겨졌다.
난 꽈악! 하고 손을 쥐어보았다. 저주받은 왕이 내 머리에 강제로 쑤셔 박은 지식들. 그 지식들은 곧 힘이 된다. 마법이라는 것은 세계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느냐에 따라서 그 힘의 크기가 결정되니까.
특히나 보통의 사람들과 다르게 뇌 안에 프로그램을 형성하여 고도의 연산이 가능한 나는, 인간을 초월하는 마법을 아무렇게나 만들어내고 사용할 수 있다.
중요한 건 그를 위한 지식과 마나 제어력에 대한 경험. 그런데 그 2가지가 저주받은 왕이 나에게 쑤셔 박은 지식으로 모두 해결되었다.
물론 저주받은 왕이라고 해서 전지(全知)한 것은 아니다. 그가 잠든 사이에 만들어진 마법들도 있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만류귀종이라. 극에 이른 자는 다른 종류의 것들도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의미를 내 스스로 지금 느끼고 있다.
이게 절대자라는 존재로서의 감각이로군. 멋지다고 할까, 아니면 짜증난다고 할까. 내가 원해서 이런 걸 가지게 된 건 아니니.
“여하튼 이걸로 이번 일은 끝이야.”
저주받은 왕의 바람은 알지만, 그는 나에게 그 어떤 제약도 걸어놓지 않았다. 그렇다는 것은 내 마음대로 그의 힘을 휘두르라는 것이겠지.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의 말대로 행하지 않는다.
“모두 흙으로 돌아가라.”
내 입에서 나온 언어가 법칙이 된다. 그 법칙은 그대로 네파룬 전역으로, 아니 서대륙 전역으로 뻗어나갔다.
죽어서 일어선 모든 자가 단번에 허물어졌다. 그들의 원념과 원혼이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원념과 원혼을 해결하지 않는 한 저들은 영원히 세상을 떠돌 것이다. 신성력으로 정화하여 성불을 시키거나, 내가 그들을 사계(死界)가 아닌 명계(冥界)로 보내지 않는 이상에는. 사계는 죽어도 계속 맴도는 자들의 세계이고, 명계는 윤회를 하기 위한 시스템을 위해 존재하는 저승과 같은 곳이니까.
하지만 나는 원혼들을 굳이 명계로 보내지 않을 거야. 결국 지금 육신을 잃은 원령들은 육신을 찾아 헤매다가 적당한 육신이 생기면 다시 언데드가 되겠지.
이건 그저 미봉책에 불과하고 더 큰 불행을 부를 수도 있겠지만, 이 라이프 크라이를 살아가는 유저와 NPC들이 이겨내야 할 시련일 뿐이다.
“가자.”
“어디로?”
“어디긴 어디야.”
난 레나에게 빙긋 웃어주었다.
“집이지.”
@삶이란···
삶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내놓은 자는 아직 없다.
여러 가지 답은 아주 많이 있지만 그것들 중 명쾌하다,
정답이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직 존재치 않는다.
왜 그런가?
그것은 삶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것들을 본질적으로 관통하는 답은
아무리 현자라고 해도 내놓을 수 없다.
하지만 나는 그 답은 이거라고 생각한다.
우린 태어났고, 죽음을 두려워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살아간다.
-이름 모를 철학자-
라이프 크라이의 형성 비밀 중 하나를 알게 된 것이 이번 일의 가장 큰 수확 중 하나란 말이지. 그런 걸 준비할 줄이야. 아라한 컴퍼니도 보통은 아니야.
“무한의 시뮬레이션이라.”
확실히 라이프 크라이는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진 세계다. 이번에 저주받은 왕의 지식을 통해 알게 된 것은, 이 라이프 크라이의 세계가 12억 년이나 된 역사를 가진 세계라는 점이다.
컴퓨터의 연산 처리 능력만 확실하다면 현실 시간 1시간만으로 약 1천만 년의 세월을 흘려보낼 수 있다. 아마도 저주받은 왕도 그렇게 만들어진 어떤 프로그램의 세계에서 태어난 존재일 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