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삶의 전쟁
「보십시오! 지금 군대가 출동해 괴물들과 싸우고 있습니다! 갑자기 여기저기에서 나타난 괴물은 무엇일까요? 저 이경원 리포터는 끝까지 취재를······.」
팟! 하고 화면이 바뀌었다.
「저··· 저건 무엇일까요? 저런 괴물이······.」
화면 속에서는 크기가 30여 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괴수가 쿵! 쿵! 건물을 무너트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화면이 다시 바뀌고, 여기저기에 나타난 몬스터가 보였다. 그와 더불어 스킬을 사용하는 자들도 눈에 띄었다.
“좋지 않군.”
정말로 좋지 않아. 현실과 게임이 뒤섞이고 있다. 대체 아라한 컴퍼니의 정체가 뭐지? 아니, 게임 라이프 크라이의 정체가 뭐냔 말이다!
“우선은 여기에서 나가야겠지.”
마법진이 내 의지에 따라서 만들어졌다.
“기다려라, 라임! 뭘 하려는 거냐!”
“뻔하지 않나? 아라한 컴퍼니를 박살 낼 거다.”
“그만둬라! 지금 이 상황으로 보아 죽었던 자들도 되돌아왔을 터. 아직 상황을 좀 더 봐야 해!”
“상황을 본다?”
아사크의 얼굴에 어린 절박함에 나는 고개를 내저었다.
“너는 지금 이게 상황을 봐가면서 해야 할 일이라고 보이나? 더 이상 내버려 둘 수 없다는 건 이미 불을 보듯 뻔하다. 이 빌어먹을 사태를 멈추어야만 해.”
“기다······.”
“안녕이다.”
나는 레나의 손을 잡고서 곧장 공간을 넘었다. 게임 속에서는 익숙했지만, 현실에서는 매우 생소한 감각과 함께 나와 레나는 하늘을 찌를 듯이 거대한 초고층 빌딩의 상공에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성과 같은, 그리고 마법사의 탑과 같은 거대한 빌딩. 이곳이 아라한 컴퍼니의 본사다.
“저기를 습격할 거야?”
“그래.”
이 모든 건 결국 아라한 컴퍼니의 짓이다. 무슨 의도로, 왜 한 건지는 모른다. 하지만 불로불사 같은 것보다도 더 큰 목적을 위해 이러한 일을 벌였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 의도가 뭔지 궁금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저주받은 왕이 말한 것과 같이 말이야.
“지금 중요한 것은······.”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뿐이다.
“나와라.”
우우우우우우웅! 하고 내 주변으로 게이트가 나타났다. 그곳에서 언데드 위저드가 쏟아져 나오고, 블랙 워 로드가 튀어나와 내 주변에 섰다.
50여 미터의 언데드 타이탄이 튀어나와 밑으로 떨어져 내리며 차들을 박살 내고, 작은 건물을 부쉈다.
여기저기서 몬스터가 나타나고, 라이프 크라이를 경험한 자들이 스킬과 마법을 사용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 어떤 영화보다도 기가 막힌 장면 속에서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나와라.”
아공간이 열리며 내가 만든 군대, 킬링 아머가 쏟아져 나와 땅에 내려섰다.
“진군.”
그 한마디에 나의 군대가 앞으로 나아갔다. 아라한 컴퍼니의 정문을 부수고 담벼락을 허물며 놈들의 빌딩을 향해 진군해갔다.
아라한을 처리한다면 이 모든 사태는 끝이 나고 말겠지. 문제는 아라한이 무엇을 준비······!
파슝! 파슝! 파슝!
그 순간, 입구 쪽에서 빛이 번쩍임과 동시에 킬링 아머 수십 기가 단번에 녹아 사라져 버렸다. 아라한 컴퍼니 건물 앞에서 사족 보행에 4개의 팔을 가진 기괴한 모습의 거미형 로봇이 천천히 기어 나오는 게 보였다.
파슝!
거미형 로봇 기체 우측의, 둥근 유리구슬 같은 것을 박은 원통형의 기계가 번쩍이면 여지없이 킬링 아머가 녹아내렸다.
“광학 병기!”
미친! 약 3년 전에 겨우 개발을 끝내고, 아직 일반화를 시키지 못한 레이저 무기를 가지고 있단 말인가?
파슝! 파슝!
거미처럼 생긴 그것들이 우수수 쏟아져 나오며 레이저를 토해냈다.
“돌진 공격! 언데드 브레스! 적을 모두 파괴해라!”
빌어먹을 아라한 컴퍼니! 이딴 걸 숨기고 있었단 말이지! 제길! 아라한 컴퍼니의 일반 직원들 때문에 대마법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 한이군.
철컹! 철컹! 철컹!
킬링 아머가 빠르게 뛰었다. 수십, 수백 기가 레이저에 녹아내리면서도 결국 몇몇은 거미 로봇에 다가드는 것에 성공했다.
쾅! 쾅!
킬링 아머가 마법이 부여된 무구로 거미 로봇을 두드리자 여기저기가 우그러졌다. 하지만 완전히 파괴되지는 않았다.
거미형 로봇이 4개의 팔을 휘둘러서 킬링 아머를 산산조각 내는 게 보였다.
강하군!
큭! 당연한 건가. 현대 과학 병기로 무장한 로봇이 겨우 고렘 따위에게 당할 리는 없겠지.
콰우우웅!
언데드 타이탄의 언데드 브레스가 사방을 휩씁자 몇몇의 거미 로봇이 파괴되었다. 그 틈을 타 언데드 타이탄이 다가가 거미 로봇을 발로 밟아버렸다.
쾅! 하고 폭발이 일며 거미 로봇이 부서졌고, 그 와중에 언데드 타이탄의 다리 중간 부분이 레이저에 의해 잘려나가 쿵! 하고 쓰러지고 말았다.
-휘루룻! 무서운 고렘이군.
“쓰러트려.”
-알겠다, 주인!
위저드 로드가 나서는 걸 지켜본 나는 곧 나직이 중얼거렸다.
“변환.”
마갑을 착용하고 옆을 보자, 마침 레나도 마갑을 착용하고서 나에게 고개를 돌렸다.
“집에 가 있으라고 말해도 듣지 않겠지?”
“그럼.”
“크큭! 그렇구나. 그렇다면 같이 가자.”
“좋아!”
레나의 외침과 함께 나는 그대로 앞으로 몸을 날렸다. 뒤에서 레나가 따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그대로 거미 로봇들의 머리 위를 통과해 안쪽으로 날아 들어갔다.
“침입자! 제거! 제거!”
“미친!”
안쪽에는 이족 보행의 사람 모양을 한 로봇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모두 총을 들고 있었는데, 총신의 앞쪽에 둥근 구슬이 박혀 있었다.
저것도 레이저 건이냐!
파슝! 하는 소리가 나며 빛이 덮쳐 왔다. 빛의 속도는 차마 피할 수 없기에 난 그것과 부딪치고 말았다. 순간 뜨거운 고온이 느껴진다 싶더니 이내 사그라들었다. 지금 난 마갑의 방어 마법이 자동으로 전개된 상태였다.
“레이저로는 내 방어 마법이 안 뚫리나 보군. 죽어라! 사자군주의 창!”
콰쾅! 하고 단번에 정문의 홀이 난장판이 되었다. 순식간에 수십의 로봇이 휩쓸려 나가며 사라져 버렸다.
“진군해라!”
척! 척! 척! 척! 척! 척!
밖에서 거미형 로봇을 처리한 킬링 아머가 안으로 들어섰다. 언데드 타이탄은 그냥 대기, 언데드 위저드들이 하늘을 날아 쏟아져 들어오는 게 보였다.
자아, 더 이상의 패는 없는 거냐, 아라한? 겨우 이 정······!
“미친!”
홀의 안쪽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기계식 문을 부수고 석재 바닥을 깨며 튀어나왔다. 높이는 약 4미터, 길이는 15미터쯤 되는 거대한 거미형의 괴물. 거미의 다리를 가진 그것의 머리 쪽에는 포신이 3개나 달려 있었다.
저거··· 개발이 완료되었나? 차세대 군용 병기로 개발 중이던, 다각(多脚)을 사용해 기동력을 확보한 기동형 전차!
쿠아앙!
쿠르르릉!
“큭!”
놈이 포신 중 하나에서 포탄을 쏟아냈다. 아래쪽의 킬링 아머 수십 개가 단번에 그 폭발에 휩쓸려 조각이 나버렸다.
“제길! 처리해라!”
-휘루룻!
하지만 아무리 전차라고 해도 이걸 당할 수는 없지.
-집중!
위우우우우웅! 하고 수십 미터짜리 염력의 검이 하늘에 생성되어 그대로 내리찍어갔다. 다각 전차의 몸으로 정확히 떨어진 염력의 거검이 그대로 다각 전차를 반으로 동강내며 폭발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