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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언제나 처절한 외침을 토하고 있다
콰아아!
“큭!”
아사크에게 뻗어나간 검은 손들이 녀석이 휘두른 대거에 잘려나갔다. 그와 함께 녀석도 그대로 뒤로 튕겨졌다.
“빨리 가십시오! 아리엔이 저 안에 있습니다!”
“아리엔이?”
갑자기 아리엔의 이름이 왜 나오는 거야?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사방의 공간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큭!”
위우우우웅!
공간이 계속 흔들렸다. 지진 같은 것이 아니다. 공간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이게 무슨 일이야, 대체?
“크하하하하! 드디어 시작이군! 즐거운 광란의 쇼가!”
익숙한 미친놈의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그곳에 베헤만 녀석이 있었다. 놈은 피의 기류를 몸에 둘둘 감고, 그 혈신의 갑옷을 걸치고 있었다.
“크핫!”
베헤만이 나를 향해 손을 뻗으며 달려들자 레나가 그 앞을 막아섰다.
콰쾅!
“비켜라, 계집! 나는 라임에게 볼일이 있다구!”
“꺼져!”
레나가 거칠게 욕설을 내뱉으며 거대한 마나 블레이드가 둘러진 검으로 천지를 잘라내듯 일검을 휘둘렀다.
그에 맞추어 내가 마법을 사용하자, 녀석의 그림자가 일어나 녀석을 덮치고, 놈의 주변으로 죽음의 기운이 담긴 화살이 쏘아져 갔다.
“크히하하하!”
그러나 녀석은 여전히 웃음을 흘리며 두 손을 마주 대고 합장을 하듯 모았다가 뒤집고는 두 손바닥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녀석의 전신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아예 붉은색 형상으로 변한 그 모습이 무척이나 이질적이다.
“레나! 검을 뿌리고 뒤로 물러나!”
레나가 군소리 없이 마나 블레이드를 발출해 날려 보내고 뒤로 물러섰고, 동시에 내가 앞으로 나서서 손을 내밀었다.
“죄악의 손!”
머릿속에서 연산된 마법진이 내 앞에서 만들어졌다. 다중연성 마법진을 통해 만들어진 그 마법진은 0.1초도 되지 않아 검은 악마의 손을 만들어 뻗어나가게 했다.
“크하하! 너만 선택받은 것이 아니야, 라임!”
놈의 미치광이 같은 목소리와 함께 죄악의 손이 박살이 났고, 그와 함께 놈이 내 쪽으로 다가와 공격을 퍼부었다.
“어리석은 놈!”
그래, 내가 저주받은 왕에게 선택받았듯, 네놈이 어떤 존재에게 선택받았을 수도 있지. 너는 미친놈이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네놈이 지금에 와서 나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으냐.
“크하하! 죽어버려라!”
음속을 초월한 주먹이 내 얼굴에 꽂히려는 순간, 나는 손을 뻗어 녀석의 손을 잡아버렸다. 그러자 곧 쾅! 하고 폭음과 폭발력이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이제는 너와 난 같지 않아.”
내 말에 녀석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웃는 듯, 화가 난 듯 기묘한 그 얼굴을 보며 나는 힘을 일으켰다.
“지옥에서 태어난 나를 뭘로 보는 거냐!”
녀석의 손을 잡아 쥐자 으득으득! 하고 놈의 손이 부서지며 피가 흘렀다. 녀석의 얼굴이 더더욱 일그러졌다.
그 순간 푹! 하고 옆구리에 어떤 느낌이 왔다. 육신기와 마갑을 뚫고서 공격을 성공했나?
“죽어라, 라임.”
아사크로군. 하지만 그 정도로는 안 된다.
“이해하지 못하나 보군. 저주받은 왕의 사도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겠지.”
내 담담한 목소리에 녀석들의 표정이 변하는 게 보였다.
“바보 같은 놈들.”
내가 가진 힘의 본질을 너희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천천히 지팡이를 들었다. 내 안의 광기를 원했지? 그렇다면 이제 여기에 풀어놓아 주마.
콰아아아아아! 하고 거대한 힘이 내 안에서 뻗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 힘은 그대로 내 피부를 통해 나와, 육신기를 통과해 그대로 방출되었다.
“크악!”
아사크가 뒤로 날아갔고, 베헤만 역시 멀리 튕겨졌다. 두 놈이 피를 흘리며 나를 노려보았다.
쿠구구구구구!
쩌저저저저적!
바닥이 내 힘에 갈라지고, 주변의 모든 것이 조각조각 났다. 나는 손을 들어 그 힘을 한 지점에 모아 그대로 베헤만을 향해 겨누었다.
“빵!”
쓰아아아아아악! 하는 소리와 함께 공간과 공기가 갈라지며 베헤만의 어깨가 단번에 사라졌다.
콰쾅!
놈의 뒤쪽에서 큰 폭음이 일었다.
녀석이 이를 악물며 나를 노려보았다.
“이, 이게 뭐냐! 어째서! 어째서 그런 걸 가지고 있는 거냐!”
베헤만 놈이 상처 입은 사자처럼 으르렁거렸다. 한숨이 절로 나오는군.
나는 손가락을 들어 내 머리를 툭툭 두들겼다.
“머리가 달라. 지옥에서 태어난 내가 평범하다고 생각했냐?”
일반적인 디자인 휴먼들과도 본질적으로 다른, 무리한 실험에서 살아남은 나는 재능만으로는 인류 가운데 최고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인데, 그런 나와 동등할 수 있다고 생각했나?
“크악! 빌어먹을 디자인 휴먼! 빌어먹을! 빌어먹을!”
녀석이 땅을 치며 분개해 하다가 붉어진 눈동자를 들며 일어섰다.
“크하하! 그래, 평범한 나 같은 인간 따위는 안중에도 없으시다? 좋아, 좋지! 하지만 그 평범한 인간이 잘난 네놈의 다리를 물어뜯을 거다!”
“너,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냐?”
“크! 이유를 안다고 달라지는 게 있냐?”
녀석이 전처럼 자신의 심장을 스스로 파냈다. 그리고는 이번엔 자신의 피를 꿀꺽꿀꺽 삼켰다.
저런 미친놈.
우우우우우우우웅!
그 순간, 공간이 다시 흔들렸다. 이거 왜 이래? 하고 생각하는 순간, 벽이 부서지며 거대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이 거대한 금속으로 된 공간은 높이가 600여 미터쯤 되는데, 그 양옆의 벽을 뚫고 나타난 존재는 실로 대단했다.
“프리징 드래곤?”
펜톤의 가디언? 그런 녀석이 갑자기 왜······.
콰쾅!
크오오오오오!
다른 쪽 벽을 뚫고서 또 다른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그건 처음 보는 것이었지만 매우 익숙한 모습이었다.
“혈기사?”
내 또 다른 스승님이 만들었던 혈기사가 왜 여기에?
그런 생각을 하는데, 이번엔 천장을 박살 내며 거대한 무언가가 떨어졌다. 그것도 매우 익숙한 모습을 한 녀석으로, 크기 100미터의, 스승님이 만든 최고의 병기 언데드 워커였다.
나타난 세 놈은 그대로 주변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유저, 전투 안드로이드, 로봇을 가리지 않고 모든 것을 일시에 쓸어버렸다.
“크하하하하! 다시 시작하자!”
그 힘의 여파 사이로 베헤만이 나를 향해 달려드는 게 보였다. 천장의 구멍에서 언데드 위저드들이 쏟아졌고, 이그젝션과 크리에이트 길드원들이 떨어져 내리며 서로를 공격했다.
엉망진창의 난전.
사람들이 빠르게 죽고, 죽이고 있으며, 몬스터가 현실에 튀어나와 날뛰고 있다.
참을 수가 없어. 참을 수가 없단 말이다!
“누구의 마음대로 삶을 움직이는 거냐! 어째서 나를 가만 두지 않는 거냐!”
삶의 외침을 듣고 싶냐!
“들어라! 내 삶의 외침을! 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