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프 크라이-339화 (339/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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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언제나 처절한 외침을 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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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멋지군. 머리가 돌아가면서 시야가 빙글 도는 이런 것 말이야. 하지만 칼츠 너는 나를 잘못 판단했어.

나는 손을 움직여 콰슛! 소리를 내며 공기의 저항을 뚫고 녀석의 목에 가져다 댔다. 녀석이 놀라며 피했지만, 목의 오른쪽 경동맥이 잘리는 걸 어쩌지 못하고 피분수를 내뿜었다.

“뭐, 뭐냐!”

“어리석은 놈. 내 목을 자른다고 나를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냐? 아사크의 칼에 찔리고도 멀쩡한 걸 보고 알았어야지.”

저주받은 왕의 사도가 무엇인지 모르는 너는, 그래서 나에게 패배했다. 네 삶의 외침이 어떤 것이든, 너의 의지가 어떤 것이든 이미 끝이 난 거야.

나는 빙글빙글 도는 머리를 한 손으로 잡아채 목에 가져다 대었다. 시야가 돌았지만, 한 치의 어려움도 없었다.

머리를 가져다 대자 척 하고 다시 붙었다. 감각이 다시 이어지는 걸 느끼며 나는 목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크··· 크윽!”

“쓰러져라, 칼츠.”

나는 지팡이를 높이 들어올렸고, 그와 함께 레나의 검도 들렸다.

그런데 그 순간, 무언가가 날아와 칼츠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만둬요!”

하! 이 꼬맹이는 또 뭐야? 마치 내가 악당이라는 듯, 크고 동그란 눈동자가 당장이라도 울 것처럼 젖은 상태로 나를 노려보고 있다.

귀엽고 아담한 소녀는 대신관이 입는 신관복을 입고서, 한 손에는 디바인 마크가 크게 붙어 있는 성스러운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왜,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예요! 그렇게 사람을 죽이고 싶은 건가요!”

“비, 비켜라, 혜진아.”

하! 눈물겹군. 정말 눈물겹다.

“어디 죽여 봐요! 나도 죽여 보라구요!”

녀석의 몸에서 성스러운 빛이 흘러나왔다. 그 빛이 칼츠의 몸에 난 상처를 치유하려 들었지만, 쉽사리 낫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내 손에 당한 상처다. 저주받은 왕의 힘을 가진 내 공격이 쉽게 치유될 리 만무하지.

그나저나 뭘 모르는 순수한 눈이로군.

“왜 사람들을 죽이느냐고 물었냐?”

분노와 슬픔이 가득한 녀석의 눈동자에는 아직 눈물이 매달려 있다. 흘려내지 않고 그저 촉촉이 젖어 있는 눈동자를 보니 왠지 모르게 화가 부글부글 끓어올랐고, 또한 너무나 허무하기도 했다.

왠지 모르게 지독하게 텅 빈 듯한 느낌 속에서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너희 역시 살고자 다른 이를 죽이고 있지 않아? 나는 그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거다.”

말을 하며 나는 지팡이를 들었다.

“짜증나는 신파극 따위 알게 뭐냐. 너희가 피해자인 척하지 마라. 아리엔을 희생시키려고 한 그 순간부터 너희 역시 진흙탕에 들어선 똑같은 악인일 뿐이야! 물론 너희가 악인이라서 내가 이러고 있는 건 아니야. 나는 그저······.”

내 몸 안에서부터 무한한 힘이 흘러나와 지팡이에 서렸다.

“타인의 운명을 제 맘대로 흔들려는 놈들에게 똑같은 짓을 하고 싶어서 이러고 있는 거다.”

그리고 그대로 지팡이를 내리찍어갔다. 이대로 칼츠와 그 여동생은 흔적도 없이 소멸하겠지.

쾅!

그런데 의외의 일이 눈앞에서 일어났다. 레나가 정면에서 검으로 내 공격을 막아선 것이다.

“뭐하는 짓이야!”

“하지 마. 라임이 원하는 건 이런 게 아니잖아.”

레나의 의지에 찬 눈이 나를 막았다. 그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던 분노를 그대로 내리눌렀다.

“후우! 그래. 내가 원하는 건 이들을 죽이는 게 아니지.”

목적을 분명히 하자. 나는 다 죽이는 걸 원하는 게 아냐. 아라한이라는 병신 새끼를 만나서 이 짜증나는 일을 해결하고, 아리엔을 구하는 게 내 목적이다.

그 결과로 인해 칼츠의 여동생이 죽더라도, 그리고 이미 뒤져 버린 크리에이트 길드의 유령들이 사라지더라도 상관은 없겠지.

“그래. 가자, 레나.”

나는 고개를 끄덕이는 레나와 함께 위로 날아올라 그 둘을 지나치려고 했다. 그런데 그런 내 발을 칼츠가 덥석 잡았다.

“크! 가, 갈 수 없다.”

“오빠! 그만둬요!”

“아사크··· 베헤만··· 도르만··· 어디에 있··· 나!”

“크하하핫! 나 여기에 있지! 아직 안 죽었어!”

푸확! 하고 아래쪽의 전투를 뚫고서 베헤만 새끼가 튀어나오는 것이 보였다. 녀석의 날아간 팔 부분에는 팔 모양을 한 붉은 기운의 덩어리 같은 것이 매달려 있었다.

그 옆으로 검은 그림자 같은 아사크가 튀어나왔다.

“그래! 아직 우리는 죽지 않았다!”

“죽을 수는 없지. 크르르르!”

늑대 인간으로 변한 채로 으르렁거리는 도르만 역시 나타났다.

하! 미친 새끼들. 다들 한번에 뒤질 만한 놈들은 아니라 이거로군?

“너는 못 가. 왜인 줄 아나, 라임?”

정상으로 되돌아온 칼츠의 침착한 목소리가 내 귀를 때렸다.

“하! 왜지?”

“나는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이 자리에 있다. 여기 있는 모두가 그런 이유로 이 자리에 있는 것이다. 하지만 너는 소중한 것을 위해 여기에 있는 건가?”

놈들이 내 주변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우리는 우리의 소중한 삶을 위해 이러고 있다. 하지만 너는 뭘 위해서 여기에 있는 거냐!”

칼츠가 벼락처럼 덮쳐 왔다. 베헤만이 악귀처럼 이를 드러내며 물어뜯으려 했고, 도르만이 하늘을 뚫는 창처럼 찔러왔다. 아사크는 어둠 속의 검처럼 은밀히 갈라왔다.

“하하하!”

나는 웃음을 터트리며 녀석들을 향해 지팡이를 휘둘렀다. 내 지팡이에 칼츠의 검과 베헤만의 손이 부딪히며 폭발하는 순간, 나와 등을 마주 댄 레나 쪽에서도 폭음이 일었다.

“와라!”

푸확! 하고 아래쪽의 난장판에서 젝칵하락쉬가 날아들었다.

-기다렸다고, 주인! 휘루루룻!

위우웅! 하고 염력의 거검이 회전하며 도르만을 덮쳤다. 놈은 늑대 인간으로의 변화라는 특수 스킬을 지금까지 숨기고 있었지만, 몸이 동강이 나도 살 수 있을까?

“하찮은 NPC 따위가!”

웃기지도 않는 소리를 쏟아내며 녀석이 신창을 휘둘러 염력의 거검에 맞서갔다.

그와 함께 우리의 싸움은 격렬해졌다. 찌르면 막고, 그러면서 다시 공격을 가했다. 악의를 담아 마법과 저주를 쏟아내고, 그걸 막아내기 위해서 녀석들은 가진 힘을 전부 토해냈다.

흉험함을 드러내며 싸움을 벌이는 우리 사이로 거대한 프리징 드래곤이 앞발을 내리찍었다.

콰쾅!

얼음으로 이루어진 프리징 드래곤의 거대한 발이 부서져 얼음 조각이 사방으로 비산하는 동안, 나는 재빠르게 움직이며 도르만에게 향했다.

차창! 차창!

도르만의 창이 빠르게 회전해 얼음을 튕겨내고, 나를 직선으로 찔러 들어왔다. 아까 내가 목을 부러트린 것에 대한 복수냐?

쾅!

녀석의 신창을 지팡이로 쳐내 궤도를 튼 나는 동시에 바짝 접근하며 칼츠에게 써먹었던 저주받은 왕의 힘을 담은 일수를 뻗어냈다.

결국 녀석은 내 손을 막지 못했고, 콰작! 하고 머리가 부서졌다.

저주받은 왕의 힘! 사마력을 듬뿍 담았으니 영원히 되살아나지 못할 거다. 혹 언데드가 된다면 모르겠지만.

“그렇게까지 죽고 싶다면 말리지 않겠다. 죽여 주마!”

“그만둬요! 모두! 그만둬요 제발! 으흐흑!”

칼츠에게 눈을 돌리자 그의 여동생이 매달려 있는 모습이 보였다. 신성력을 줄기줄기 뿜어내면서 울며 매달려 있는 그 모습이 처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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