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프 크라이-340화 (34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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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언제나 처절한 외침을 토하고 있다

“오빠, 저 살지 않아도 돼요. 그러니까 그만··· 제발··· 그만 해주세요.”

하! 성자 나셨군.

“하하! 웃기는군! NPC들은 살아 있지 않다고 생각했냐? 지금 와서 네 오라비를 말리는 척하다니. 가증스럽다!”

분노가 끓어오른다. NPC가 창조된 존재라고 해서 가엽지 않다고 생각한 거냐! 그들도 살아 있다! 삶을 외치고 있다!

그렇다면 나와 너희가 NPC와 다른 게 뭐냐! 이 빌어먹을 운명에 조종당하는 신세가 대체 뭐가 다르지!

“크하! 웃기는군. 칼츠! 뒤로 물러서라!”

베헤만이 칼츠를 제치고는 나를 향해 이를 드러내며 몸을 날렸다. 하지만 혼자서는 안 된다는 걸 알아야지!

“죽음에서 울리는 심판의 소리여!”

주문과 함께 내 사마력이 광포하게 울부짖으며 퍼져 나갔다. 화악! 하고 힘이 그대로 주변을 부수며 나아갔고, 덤벼들던 베헤만은 미처 피하지 못하고 그 힘에 휩쓸려 버렸다.

콰삭!

녀석의 몸이 부서진다. 놈의 몸에서 일어나는 혈기가 그 힘에 대항했지만 역부족인 채로 녀석은 피를 토해내며 튕겨져 나갔다.

하지만 놈은 허공에서 다시 몸의 방향을 바꾸더니 피를 흘리는 상태로 거칠게 웃었다. 그리고는 다시 나에게 늑대처럼 달려들었다.

이성을 상실했는가?

-휘루룻!

하지만 나에게는 수하들이 있지!

콰쾅!

녀석을 막는 젝칵하락쉬는 온몸이 보랏빛으로 광채가 났다. 다른 언데드 위저드들의 염력이 녀석에게 집중되었고, 하나로 합쳐진 그 힘을 젝칵하락쉬가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게 된 거다.

둘이 싸우는 것을 바라본 나는 곧장 아사크를 향해 몸을 날렸다. 레나와 맞서는 녀석을 향해 그대로 지팡이를 찍으며 마법을 사용하자 놈이 그림자 숨기를 시도했다.

무르군! 저주받은 왕의 권역에는 그림자 또한 있다!

“사악의 그림자!”

“크학!”

그림자가 녀석을 옭아매자 놈이 피를 토해냈다. 그 순간 떨어진 내 지팡이와 레나의 검이 그대로 아사크의 몸을 박살을 내버렸다.

아사크가 어떤 망념이 담긴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무시해버렸다. 그런 너절한 감정 따위 들을 시간도, 이유도 없어!

“이제 너희 둘만 남았다.”

베헤만, 그리고 칼츠.

“안 돼에에! 오빠아아!”

크리에이트 길드의 누군가가 칼츠의 동생을 떼어내는 게 보였다. 그러자 칼츠가 악마의 모습으로 나를 향해 다가왔다.

“크하하하하! 이거 너무한데! 정말 너무해! 간단하게 죽이잖아! 어이, 칼츠, 그걸 해야겠어.”

베헤만이 쾅! 하고는 젝칵하락쉬를 떼어내고서 칼츠의 옆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그에 칼츠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자 베헤만이 크하하! 하고 미친놈처럼 웃더니, 남은 손으로 자신의 갈비뼈를 뜯어내는 게 아닌가?

“크히하! 피의 신 블러드리아 갓이여! 내 피를 제물로 바치니, 나에게 너의 힘을 내려라!”

녀석의 몸에서 피분수가 일어난다 싶더니 놈의 몸이 산산이 분해되며 그야말로 피의 안개가 되었다.

그게 그대로 칼츠에게로 날아가 척 하고 붙었는데, 그 후로 기괴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칼츠의 몸이 2배의 크기인 약 4미터 정도로 커진 것은 둘째 문제다. 본래 검은 악마의 형상을 하고 있던 칼츠는 지금 진득한 피 같은 검붉은 색으로 변했다. 그리고 느껴지는 힘도 보통이 아니다.

두 놈이 합체를 한 거구나!

“레나, 물러서!”

내 말에 레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섰다. 나는 곧장 파직파직! 하고 변화하는 놈을 향해 마법을 갈겼다.

“사자군주의 창! 죄악의 손!”

2개의 마법이 녀석을 향해 폭사되어 부딪쳤다. 하지만 놈은 끄떡도 없다. 도리어 내 쪽을 향해 빠르게 날아들었다.

콰아아아앙!

“큭!”

제법 강해졌는데? 하지만 그렇다고 나를 어찌할 수 있을 것 같으냐!

나는 레나와 같이 앞으로 나아갔다. 레나의 검이 녀석을 가르고, 그 옆으로 내가 파고들었다.

콰쾅!

<소. 중. 한. 것. 을. 부. 술. 수. 는. 없. 다!>

이제는 인성마저 버린 건지 의심스러운 녀석의 검이 부드러우면서도 빠르게 움직였다. 저런 상태가 되어도 검술은 그대로인 거냐!

괴물이 되어서까지 지키고자 하는 네 마음은 알겠지만.

“웃기는군.”

그래. 어차피 너나 나나 똑같지. 그렇다면 무엇이 더 소중한지 힘으로라도 증명해봐야겠지.

“박살 나라!”

저주받은 왕의 힘은 상상 이상의 것이다. 그의 권능을 허락받은 나의 힘을 너 따위가 이길 것 같으냐!

떠어어어엉!

녀석의 거검과 내 지팡이가 부딪쳤다. 신장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몇 번이나 부딪쳤다.

레나가 옆에서 검을 찔러왔지만, 녀석에게 별다른 피해를 주지 못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더욱 강해졌군.

<크하하하하! 죽여! 죽이는 거야!>

“베헤만, 아직 뒤진 건 아니군!”

<크히하!>

거대화한 칼츠의 손이 붉게 물들며 기괴하게 뻗어옴과 동시에 다른 손에 들린 그의 검이 멋대로 움직였다.

카가강! 카가강!

“큭! 빠르군!”

좌우상하, 기괴하면서도 절도 있고 빠르기까지 하다. 거기다가 강한 힘!

그렇게 나온다면 난 이걸 써주지!

“젝칵하락쉬!”

-휘루룻!

젝칵하락쉬가 내 명령을 받아 아직 부서지지 않은 언데드 위저드들의 염력을 모아서 그대로 놈을 후려쳤다.

<크아!>

동시에 나는 블랙 워 로드를 불러들여 놈을 두드리게 했다.

콰쾅!

<크악!>

마지막은 내가 해주마. 저주받은 왕의 힘으로!

“이제 그만··· 죽어!”

거력을 담은 스태프 오브 데드 가이드가 무심하게 녀석의 머리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그런데 그 찰나의 순간에 빛이 뻗어와 나와 놈 사이를 가로막았다.

번쩍!

“큭!”

눈이 부셔 눈을 감은 순간, 손끝으로 무언가 감촉이 느껴졌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보인 것은 심장이 꿰뚫린 칼츠의 여동생이었다.

<혜··· 진!>

칼츠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 그만둬요··· 이런 바보 같은··· 싸움은··· 그······.”

하! 살신성인이라는 건가. 그럴 거라면 일이 이 지경이 되기 전에 나섰어야지! 지금에 와서 이런다고 이 사태가 멈출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이대로 죽게 내버려 둘까 보냐! 너의 죄는 죽음만으로는 사죄할 수 없어!”

의지와 외침을 혜진이라는 여아에게 내뱉었다.

이 모든 사태가 너만의 일로 생겨난 것은 아니지만, 칼츠가 저렇게 움직이게 된 건 너의 죄! 과연 네가 NPC와 사람의 모습에 눈물 흘릴 자격이나 있는 거냐!

이 생경한 느낌 가운데 갑자기 칼츠의 몸이 더더욱 거대해져 갔다.

“으오아아아아아아아아!”

녀석도 의지와 외침을 같이 토해냈다. 엄청난 광기와 분노가 녀석에게서 흘러나왔다. 그 감정이 놈을 점점 크게, 그리고 강하게 만드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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