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회. 1장】
"부러웠어요... 레이니 누나도 동생인 세리스 까지.. 저도 가문의 검술을 배우고 싶었고 아버지나 할아버지처럼 멋진 기사가 되어 명성도 날리고 싶었어요 그런대 그럴 수 없잖아요 그래서 괜히 심통이 난 것 같아요 이렇게 절 낳은 아버지와 어머니도 미워 보였고 저와 다르게 너무나 잘난 누나와 동생조차 밉게 보였어요.."
루크가 차분히 쓴웃음을 지어 보이며 얘기했다. 예전의 루크가 느꼈을 감정과 생각을 대신해서 말하려니 또 왠지 모르게 그가 느꼈을 열등감 그리고 좌절감과 불안감 마지막에 와선 그 분노가 지금에 강인에게까지 그 기분이 조금씩 전해져 오는 듯싶었다. 그러나 다른 점이 있다면 그 감정을 제어할 영혼은 강인이라는 것이었다. 강인은 차분하게 감정들을 뒤로 넘기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잊기 위해 술도 마시고 도박도 하고 싸우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절 위로해준 가족들에게 화가 났던 것 같아요. 멍청하게도 저를 위해주신 행동들 까지 저는 동정받는다 생각했거든요. 어쩌면 절 잊길 바랬던 것 같아요"
예전 루크가 느꼈을 감정이 진하게 밀려오자. 북받쳐 오른 감정에 조금씩 눈물이 맺히려 했다. 지금의 루크 또한 느끼는 감정이 자신의 것인지 아니면 본 주인인 진짜 루크의 것이지 모를 정도였다. 마치 본 주인인 루크가 강인에 몸을 빌려 말하는 듯 그간의 고통과 좌절감을 레이니에게 쏟아내고 있었다.
"그렇게 차츰 동생과 누나가 저에게서 멀어졌지요 부모님도 그렇거여 씁쓸하고 힘들었지만, 한편으로 다행이라 생각했어요 이 공작가에 저는 쓸모가 없으니깐요 나만 없으면...어쩌면 누나가 이 공작가를 물려받을 수도 있.."
"그렇지 않아.!"
루크의 말을 듣던 레이니도 그 차가운 눈매에 조금씩 눈물방울이 맺혀 있었다. 그녀는 루크의 말을 끊고 손을 잡아채며 고개를 저었다. 루크는 그런 레이니의 모습에 가슴 한켠이 아려왔고 다시금 자신의 감정을 쏟아내며 말을 이어갔다.
"저보다는 누나가 이 가문을 이어가는 게 더 나을지도 몰라요. 아무런 쓸모도 없는 제가 이어받는 것보단... 저에게 이 아스란가를 맡게 된다면 그간 쌓아둔 가문의 명석과 공작이란 자리에 먹칠할 거에요.."
"그렇지 않아 루크! 넌 우리에게 무엇보다 소중해 왜 그런 생각을 한 거니? 진작에 나에게 말이라도 했다면...그랬더라면.."
레이니의 말에 루크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누나를 잘 알아요. 저 때문에 결국 이 가문을 포기하고 떠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전 그러길 원치 않았어요 저 때문에 희생할 거란걸 .. 그렇기에 더욱 악독하게 행동했지요 물론 이런 상황으로 온 것에 모든게 다 미웠고 때로는 삐뚤어지게 생각했어요 모든 것들이 날 놀리는 거 같고 그래서 더욱 안하무인으로 행동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멈출 수 없었던 게 이렇게 행동하다 보면 가족들도 절 잊고 모두가 날 잊고 나만 혼자 힘들어하면 되잖아요.."
"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줘 ..루크.."
눈물을 흘리면서 레이니가 루크를 꼭 끌어안았다. 그간 큰 좌절감에 힘들었을 루크를 위해 지금 그녀로서 해줄 수 있는 전부였다. 그러자 차갑기만 하던 레이니로부터 따뜻한 감정이 물밀듯이 루크에게 전해지자 루크로서 아니 그 안에 들어있는 강인으로서도 이상하게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미안해. 진작 알아주지 못해서 미안해 루크 너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지 몰랐어. 넌 필요 없지 않아 우리에겐 네가 필요해 가족들이 다 널 버린다고 해도 세상 모든 사람들이 널 손가락질 하고 욕한다 해도 내가 너의 옆에 있을게 너의 편에 설 거야 어릴 때 약속했잖아 기억나니?"
"어릴 때요..?"
레이니의 품 안에서 루크가 생각했다. 기억은 마치 조각조각 난 듯 그다지 기억이 나지 않았으나 언뜻 스쳐지나가긴 한다.
"내가 옆에 있어준다 했잖아 평생...함께...정말이야 거짓말이 아니야. 난 언제나 너와 함께 있을 거야...그러니 걱정하지 마. 모두가 너에게 등을 돌린다 해도 난 너와 함께 있을 거니깐.."
"누나.."
루크를 끌어 안은 체 눈물을 흘리는 레이니의 모습에 강인은 본 주인이였던 루크에게 더욱 화가 치솟았다.
'이렇게 착한 사람에게 그리 질투를 하고 그리 막말을 했다고? 어휴..'
강인으로서 참으로 복에 겨운 생각이라 생각했다. 지구에 있을 때 집안이 그리 좋지 못했고 어디 하나 특출난 곳이 없던 자신이었기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부를 했고 혼자의 힘으로 좋은 대학도 나왔건만 루크라는 녀석은 이 좋은 환경에서 쉽게 포기하고 쉽게 열등감에 빠져 모든 이들에게 상처를 주었으니 강인으로서 루크가 느꼈을 복합적인 감정에 동감이 되었으나 한편으론 화도 났다. 그러면서 강인은 다시금 다짐했다. 변해가자고 이왕 이렇게 된 거 어차피 자신이 루크가 되었다. 어떻게 루크가 되었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루크가 된 이상 하나하나 고쳐나가고 바뀌어나가고 싶었다.
'그나저나...언제까지..'
그렇게 다짐하는 와중에도 여전히 레이니의 품안에 있던 루크는 슬슬 난감해지기 시작했다. 자신의 누나라 할지라도 루크의 몸 안에는 루크가 아닌 강인의 영혼이 들어있었다. 그래서일까? 뛰어난 몸매와 얼굴을 가진 매력적인 여인이 자신을 강하게 끌어안고 있다는 것에 눈치 없는 자신의 하체에 서서히 피가 쏠리는 듯 했다. 게다가 슬슬 지난 감정의 파도가 잠잠해져 가니 온몸으로 느껴지는 레이니의 몸매가 더욱 진하게 느껴지자 그녀의 풍만한 가슴이 더욱 루크에 가슴팍에 전해져 왔다. 루크는 이러다가 못 볼 꼴을 보일 것 같은 루크는 황급히 말을 이었다.
"이..이제 괜찮아요.."
루크가 자신을 끌어안고 있는 그녀를 향해 귓가에 대고 얘기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여전히 훌쩍이며 마치 그간 하지 못한 포옹을 지금에서야 다 하겠다는 듯이 오히려 더욱 강하게 끌어안는 그녀였다.
'이거 참으로 난감하네..하핫'
왠지 싫지많은 이 난감한 상황에서 루크는 괜시리 입꼬리가 올라가려는걸 간신히 참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