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루크 아스란 전기-5화 (5/412)

【5회. 1장】

"풋"

얼마나 지났을까? 루크가 레이니의 얼굴을 바라보며 풋 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다행히도 서서히 피가 쏠리는 자신의 분신도 애국가를 불러 잠잠하게 재운 상태였다. 그제서야 여유를 되찾은 루크가 레이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웃지마.."

여전히 루크를 끌어 안은 체 눈물범벅이 된 레이니가 퉁명스럽게 대답한다. 누가 이 여인을 보고 차갑다 했을까? 루크가 머리를 긁적였다. 그녀와의 포옹에 부끄럽기도 했지만, 이제는 편안함이 느껴져 왔다. 그리고 익숙한 느낌이 들기도 하다. 물론 지금 루크의 몸에 주인인 강인에겐 다른 의미로 난감해지기도 했으나 본 주인이였던 루크의 몸으로선 어릴 때 느꼈던 감정이지 않을까 싶었다.

"사과 받아주는 건가요?"

레이니의 눈물을 손으로 닦아주며 루크가 묻자 레이니가 잠깐 당황하더니 얼굴을 붉혔다. 그럼에도 그녀의 손은 루크의 허리춤에서 풀어지려 하지 않았다. 부끄러움에도 얼굴을 숨기려 루크의 얼굴을 피하며 어깨에 얼굴을 묻는다.

"다음부턴 그러지 마...너무 아팠어. 마음이..어릴 때만해도 착했었는데 네가 변하고 나서부터 힘들었어.다신 날 아프게 하지 말아줘."

"네 안 그럴게요."

레이니의 몸이 다시금 들썩였다. 아직 흘릴 눈물이 남았나 보다. 루크로서는 그녀의 등을 토닥여주면서도 속으론 이 몸의 전 주인을 욕하고 또 욕했다.

물론 예전 주인인 루크가 느꼈을 법한 좌절감과 열등감은 강인으로서 충분히 알겠으나 표현이 잘 못 되었다. 그는 분노로서 자신의 좌절감과 열등감을 밖으로 분출했기에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했다는 것에 강인으로선 루크가 용서가 되지 않았다.

'이제부터 내가 하나 하나 바꿔가마 루크 이 멍청하고 아둔한 놈아.'

여전히 레이니를 토닥이며 생각한 루크는 더이상 포옹을 지속했다간 큰 불상사가 일어날 것에 급히 레이니를 불렀다.

"언제까지 안고 있을 생각이에요? 하하핫"

강인으로선 엄연한 남이었고 매력적인 여인의 포옹이 싫다는 건 아니었지만 이러고만 있을 순 없었다. 어떻게든 애국가로 하체를 잠잠하게 재우려 했으나 그것도 곧 한계다. 그렇기에 강인이 조심스럽게 물었으나 오히려 레이니가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싫어 이러고 있을래 옛날엔 자주 이렇게 있었잖아.이제 안 놓을 거야 평생 내가 옆에서 삐뚤어지지 않게 해줄게"

"..하핫..?"

투정부리듯 말하는 그녀의 말투에서 루크는 근 한 달 전 레이니라는 사람이 차갑고 무뚝뚝하고 피도 눈물도 없을 사람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정반대였다는 것을 오늘에서야 알 수 있었다.

"오늘 온종일 이러고 있을라고요?"

"이러는게 싫어?"

"그..그런건 아니지만"

"그럼 괜찮잖아."

레이니의 말에 루크는 멋쩍은 듯 웃어 보이고는 결국 레이니를 때어내지 못했다. 루크로서는 속으로 애국가를 얼마나 불렀는지 알 수 가 없었다.

결국 점심을 먹을 시간이 되어서야 방안에 찾아온 하녀의 점심준비를 맞췄다는 소리에 레이니는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며 루크에게서 떨어질 수 있었고 루크는 간신히 해방되어 속으로 다행히다 장하다라고 몇번이나 외쳤는지 몰랐다.

그렇게 오랜만에 둘이 같이 저택의 점심이 준비되어있는 식당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레이니가 이번엔 루크에게 팔짱을 껴오자 루크가 다시금 당황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면서 레이니라는 사람이 이렇게 애정행각이 많을 줄 몰랐다.

"저..저기"

"헤헤 괜찮잖아"

이제는 더이상 차가운 시선은 사라지고 밝은 미소까지 지어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루크로서는 참 다행이라 생각했지만 당황스럽기도 하다 마치 그간 못했던 애정행각을 몰아서 하겠다는 듯이 마치 연인처럼 달라붙어옴에 루크로서는 어찌해야 할 줄 몰라 쉽사리 거부하기도 애매하다.

"하..하."

그녀의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하필이면 가슴이 푹 파인 드레스였다. 그래서 일까? 풍만한 가슴이 루크의 팔뚝에 닿을 때마다 찌릿한 느낌과 함께 다시금 하체로 피가 쏠려오기 시작했다. 간신히 포옹할 때부터 참았것만 루크는 속으로 다시 한 번 애국가를 재창해야 했다.

"불편한 건 아니지?"

레이니의 물음에 루크는 붉어진 얼굴을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애쓰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그럼요."

"얼굴이 너무 붉은데... 어디 아픈 건 아니야?"

"아..아니요 좀 더워서."

"그래?"

걱정스럽게 레이니의 손이 루크의 이마에 가져다 대자 그녀와 얼굴이 가까워졌다. 그녀의 붉은 입술이 자꾸만 신경 쓰였다. 무슨 말을 하는지 어떤 행동을 하는지 들려오지도 않는다 그저 저 입술을 탐하고 싶은 마음이 자꾸만 솟구쳤다.

'아..아니지 이러면 안 돼!! 누나야.. 누나라고 이놈아 가족이란 말이야! 강인아 참아야 한다.. 미친놈아 참아라 아무리 여자가 고파도 이건 아니야 첩으로 삼첩 사첩을 두겠다고 해도 이건 아니야! 후우.'

"괜찮아?"

"예..예 괜찮아요! 어, 어서 내려가요."

"응.."

레이니가 고개를 갸웃하고는 다시금 걸음을 옮겨가기 시작했다. 루크는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어떻게든 버틴 자신에게 칭찬하고 또 칭찬했다. 하마터면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할뻔 한 자신의 인내심에 너무나 대견한 루크였다.

어떻게 식당으로 왔는지 모를 새로 어느새 식당에 도착한 루크와 레이니였다. 이미 커다란 식탁 위엔 가득 음식들이 차려져 있었고 의자엔 루크의 가족들인 라이아와 사무엘 그리고 동생 세리스 이미 앉아있었다.

"어머니, 아버지!"

"..."

"언니?"

레이니가 무엇이 그리 신이 나는지 싱글벙글한 얼굴로 가족들을 향해 외쳤다. 그러면서도 나를 이끌고 자신의 옆에 앉힌다. 그런 그 둘의 모습에 가족들은 당황한 얼굴로 레이니와 루크를 번갈아 보았다. 세리스 역시 레이니를 불러보며 고개를 갸웃해 보인다. 오직 루크만이 이 상황을 어떻게 타계 해야 하나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루크가 착해졌어요."

레이니의 말이 도통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듯이 가족들의 표정이 더더욱 벙쪄졌다. 그런 가족들의 모습에 레이니가 답답하다는 듯이 옆에 놓인 물을 한 모금 마셔 보이고는 방금전 루크와의 대화를 하나하나씩 풀어나가기 시작하자 가족들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한다. 그와 동시에 루크의 표정도 점차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하며 왠지 모를 부끄러움이 차올랐다.

어느새 밥을 먹는 다는 것도 잊어버린 체 레이니의 말에 경청하던 가족들이 이번엔 루크에게로 시선이 돌아갔다. 루크는 그런 그들의 쑥스러워 하며 멋쩍게 웃어 보였다.

"루크도 많이 반성한다고 해요"

방에서 했던 대화를 끝마친 레이니가 목이 타는지 다시 한번 물을 마신다. 그러곤 가족들을 바라보자. 가족들은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레이니는 그런 가족들을 향해 답답했는지 아버지인 사무엘을 바라보자. 사무엘이 느긋하게 와인 한 모금을 마시고는 굳게 닫힌 입이 간신히 열리기 시작했다.

"루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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