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회. 1장】
잠시 와인으로 목을 축이던 사무엘이 루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연한 갈색의 머리칼 군데 군데 보이는 잔 주름들이 지난 세월을 느껴졌다. 루크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마다 하나씩 늘었을 법한 주름들이 꿈틀대며 입이 열리며 중저음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정말인 것이냐?"
"하하...예.."
루크는 멋쩍은듯 웃어보이며 고개를 끄덕이자 조용히 듣고 있던 라이아의 눈가에도 눈물이 맺혀 흐르기 시작했다.적색의 머리칼과 하얀 얼굴 오똑한 코와 큰 눈망울은 어머니에게서 가져온듯 그녀의 큰 눈망울에 눈물이 맺혀 흐르자 루크도 웃음을 거두며 진지하게 사무엘을 바라보았다.
"네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니..미안하구나.. 그런 줄 도 모르고.."
"아니에요. 어머니.. 전 괜찮아요. 오히려 제가 더 죄송해요"
루크는 진중한 표정으로 모두에게 고개를 숙여보이며 말하자 사무엘은 여전히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루크를 바라보며 말했다.
"왜 갑자기 변했느냐?"
사무엘의 물음에 루크가 잠시 고민했다. 사실 변하게 된 것은 루크가 아닌 그 몸속에 들어온 강인이였기에 무어라 할 말이 없었다. 그렇기에 잠시 고민을 하던 루크에 입이 서서히 열렸다.
"그게... 쓰러졌을때. 생각했어요 걱정해주시는 가족들 하며 주변의 시선들에 대해. 그러다 보니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가문을 위해서라도 이렇게 생활하면 안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루크는 괜시리 이마를 긁적이며 잘 하지도 못하는 거짓말로 애써 넘기려했다. 그런 점이 사무엘에게 들킨걸까? 그의 표정은 여전히 무겁고 진중했고 쉽사리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였다.
"고작..그런 생각으로 지난 몇년간의 네 행동이 이렇게 하루 아침에 변했다는 것이냐?"
"그게.."
왠지 다그치듯 말하는 사무엘의 루크의 말문이 막혔다. 지구에 있을 때부터 거짓말을 잘 못하던 강인으로서 없는 말을 지어내려 하니 여간 곤욕이 아니였다. 공부머리는 좋았것만 이런 쪽으론 머리가 잘 돌아가지가 않는다.
"여보 일단 루크가 좋게 마음을 먹었다고 하니 일단 지켜봐요."
어느세 눈물을 훔치던 라이아가 사무엘을 보며 얘기하자. 사무엘은 다시 한모금 와인을 마시고는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그래, 뭐 차츰 알게되겠지. 알겠다. 루크 일단 식사하자꾸나."
"네"
그래도 예전과 달라진 점이라면 분위기가 조금 바뀌었다는 것이였다. 근 한달여간 보이지 않던 라이아가 웃으며 루크에게 말을 걸어왔고 레이니 역시 미소를 그리며 루크를 바라본다. 사무엘과 세리스는 여전히 의아한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차츰 나아질거라 생각한 루크였다.
"그런대 손을 좀 놓아주면.."
식사를 하려던 루크가 여전히 자신의 왼손을 잡고 있는 레이니를 향해 물어오자. 모두의 시선이 레이니에게 향했다. 그러자 그제서야 레이니가 놀라 당황하며 황급히 손을 빼내었다.
"언니?"
얼굴이 벍게져 당황하는 레이니의 모습에 세리스가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하며 레이니를 부르자 레이니가 헛 기침을 해보이며 앞에 놓아져 있는 스프를 연거푸 떠먹기 시작했다. 세리스는 레이니와 닮은 얼굴이었지만 아직 젖살이 다 빠지지 않는 얼굴로 여전히 이상한듯 레이니를 쳐다보고 있었다.
누가봐도 어색하게 식사를 하고 있는 레이니를 향해 그 모습이 오랜만에 귀여웠는지 라이아와 사무엘에게서도 은은하게 미소가 피어올랐다.
"루크가 정신을 차렸더니 이제 레이니가 정신을 못차리는구나?"
"그..그게."
사무엘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말하자. 레이니가 더욱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숙여보였다.
그렇게 오랜만에 느끼는 화기애애한 점심식사가 끝이나고 검술 훈련때문 어쩔수 없이 헤어진 레이니를 뒤로하고 방 안으로 돌아온 루크는 이제부터 무엇을 해야할지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이젠 말로서는 모두에게 변해가겠다고 일러둔 상태이니 이젠 행동으로도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흠..."
아스란가의 공작가가 검의 명가로 현 대장군의 가문이기도 했다. 할아버지인 데미아스 아스란은 북방의 분쟁지역에서 대장군의 지휘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루크도 검을 배웠으면 좋겠다만 그의 체질이 문제였다. 검을 배운다해도 마나를 다룰수 없어 그 끝을 보는 것보다 시작조차 하기 힘들었다. 이 세계에서는 그 만큼 마나의 의존도가 굉장히 높은 세계였다.
그렇기에 마나를 다를수 없다는 것은 루크로서 큰 하자였다. 그래서 예전 루크가 비뚤어진 것이기도 하고 말이다.
"짜증나네...예전엔 못살아서 열심히 공부했는데 이젠 잘 사는 집이였는데도 공부를 해야하는 건가?"
고민에 고민을 하던 루크는 결국 몸을 쓰거나 마법을 사용하거나 또는 신성력을 사용하는 사제가 되는 것에 무리가 있다고 판단하자 곧장 떠오른건 공부였다. 그나마 루크로서 가장 익숙하기도 했지만 지난 지구에서 근 30년간 공부만 해왔던 그로선 또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에 짜증이 일었다.
"하아..."
이젠 버릇이 된 듯 침대 옆에 놓인 전신거울을 바라보며 루크가 크게 한 숨을 내쉬었다.
"...왜이렇게 인생이 공부와 떨어질래야 떨어질수가 없냐?..."
강인과는 전혀 다르게 생긴 루크를 바라보면서 투덜거리던 루크는 다시 고민에 빠지다 결국 몸을 일으켰다.
"그래 이왕 공부했던거 다시 한다고 생각하자. 이미 했던게 있으니 그래도 좀 나을거야."
어떻게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던 루크는 마음을 다잡고는 이 세상에서 과학이랑 연관이 되어있는 직종을 생각해내었다. 돈도 많이들고 제대로 알려진 지식도 없고 학교도 없지만 그래도 실존하는 직업인 연금술이었다.
"연금술이라.."
이 세상엔 과학이란 말 대신 연금술이 있었다. 나름 자신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기에 할 수 있는 최선이라 생각한 루크였다. 아직은 지구에서 배웠던 과학는 다를지 아니면 같을지 모르겠다만 그 과학의 기초와 연금술의 기초는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 강인이였다.
그렇게 고민에 빠져 어느정도 인생에 대한 계획을 만들어가고 있을때였다. 방문을 두드리는 노크소리에 루크는 고민에서 빠져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들어오세요."
달칵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들어온건 지난 루크를 몰래 험담하다가 들켰던 예린이라는 하녀였다. 아직도 자신이 두려운 걸까? 그녀의 표정이 불안해보였고 몸도 살짝 떠는 듯 보이자. 괜시리 또 한숨이 나오려는 루크였다.
이러한 점 역시 한번에 변하지 않을거란 생각에 차차 변해가자고 다시 되새긴 루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