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회. 3장】
"루크.."
한달전만 해도 레이니누나의 얼굴이 이렇게까지 많은 감정을 담고 있는 줄 몰랐다. 멀리서 몰래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의 표정에는 언제나 차갑기만 했던 그녀로서 지금의 레이니는 마치 다른 사람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많이 변해있었다.
"괜찮아요?"
걱정스러움에 루크가 물어오자 레이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식당에서..그."
"아니야.. 아무말도 할 필요 없어.. 그냥 그때 괜히 분위기를 망쳤네 미안해.."
"아니에요.."
레이니의 말에 루크가 급히 고개를 저으며 손사래를 쳤다. 레이니가 멋쩍은듯 웃어보인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괜시리 루크의 얼굴도 붉어져 올랐다.
"고마워요 누나가 그만큼 절 생각해준다는 거잖아요 고마워요 누나."
"응.."
"아 일단 방에 들어와요 복도에서 이야기 하는 것보단 방안에서 얘기를 나누는게 낫겠지요?"
루크는 일부러 밝게 미소를 지어보이며 레이니에게 말하자 레이니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루크의 침대위에 앉아있었다. 서로 무엇이 그리 어색한지 잠시 방안에 침묵이 가득했다. 결국 더 있다가는 침묵이 더 길어질 것 같은 느낌에 보다 못한 루크가 먼저 입을 열어야 했다.
"누나.."
"응..?"
"아..아버지에게 들었어요."
루크의 말에 레이니가 고개를 갸웃해보였다. 루크는 방금전 아버지와의 대화를 어떻게 대화를 해야 할지 잠시 고민하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제가.. 공작가를 이을 수 있고. 누나도 역시 이 곳에 있을 수 있는 방법이요."
"..."
레이니 역시 알고 있던 것일까? 그녀의 얼굴이 심하게 붉어져왔다. 루크역시 붉어질대로 붉어진 얼굴을 하며 마저 입을 때었다.
"그 누나의 생각을 좀 알고 싶어서.."
결국 직설적으로 말 하는 대신 뒷 말을 흐리며 얼버무린 루크의 말에 레이니가 잠시 침묵에 빠졌다. 루크로서는 이제 어떻게 해야할지 안절부절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리자. 괜시리 땀이 삐질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저..정말 만약 나 때문에 정말 나 때문에 어쩔수 없이 그런거라면 누나가 굳이 그럴 필욘 없어요 저..정 싫다면 할아버지나 아버지에게 다시 얘기해서 누나가 가문을 이어받을 수 있게.."
"아냐.."
레이니가 조용히 루크의 말을 끊어왔다. 그러면서 고개를 들어 루크를 바라보자. 그녀의 눈 빛이 진중해보였다.
"내가 원하는 일이야."
"예..?"
예상치 못한 그녀의 말에 루크가 당황하며 말문이 막혔다. 이럴때 어떻게 리엑션을 해야 하는지 몰랐던 루크로서는 그저 멍하니 그녀를 바라볼 뿐이였다.
"내가 원하는 일이야.. 옛날부터.. 네가 마나를 담지 못하는 병에 걸렸을 때 생각했어. 정말 싫지만은 않았어. 근친혼은 자주는 아니지만 아직 존재하는 일이니깐..내가 더 가문의 비전을 배우고 더 공부해서. 이 가문과 널 지켜주고 싶었어...그런대 네가 변하고 나서부터 그게 과연 옳은 일인가 많이 고민했어. 때론 네가 밉기도 했지만..이제 아니야. 난 다시 널 믿어볼거야. 그리고 예전에 다짐했던 것 처럼. 너와 함께 하고싶어..그리고..너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엘리가 널 싫어한다고 했을때 기쁘기도 했어..미안해..하지만 진심이야.."
레이니가 진중한 표정으로 루크에게 말했다. 얼마만큼 가문을 사랑하고 루크를 사랑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그녀의 표정 목소리 어느 떨림 하나 없이 진중했다. 이제는 더이상 부끄러워 하지도 않았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루크는 남매를 이렇게까지 사랑할 수 있다는 것에 놀랍기도 했다. 지구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을 이 곳에선 마치 당연하다는 듯 그녀의 행동에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정말 루크가 다른 세상에 왔다라고 인식이 들었다.
루크는 고민했다. 그녀의 고백이 끝나고 이제 자신의 차례였다. 어떻게 말을 해야할지 고민하다가. 도저희 적절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공부머리는 좋았것만 이런 쪽에선 영 젬병인듯 했다.
"....혹시..내가 싫니..?"
아무런 반응이 없는 루크의 모습에 레이니의 표정이다시 걱정과 불안이 섞여왔다. 혼자서 너무 열낸건 아닌가 싶은듯 레이니의 모습이 너무나 불안해 보였다.
루크는 천천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걱정과 불안이 가득한 모습에 말보단 행동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일까? 자신도 모르게 루크의 손이 들리며 천천히 그녀를 끌어 안았다.
레이니에겐 마나를 받지도 못하고 몸도 연약해 운동 하나 하지 못한 루크의 가녀린 팔이 오늘따라 왠지 넓게 보이는 착각이 들었다. 마치 어린 옛날 아버지가 자신을 안아주듯 따뜻한 품속에 레이니의 불안했던 마음이 점차 녹아사라지는 듯 싶었다. 그러자 안심이 되서 그런가 레이니의 눈가에 다시금 눈물이 맺혀 흐르기 시작했다.
한참을 조용히 흐르는 눈물을 루크의 품속에서 흘린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렸다. 루크는 이미 눈물로 범벅된 얼굴을 보며 괜시리 웃음이 터져나왔다.
"웃지마.."
"저보다 나이도 많으면서 왜이렇게 울보인가요?"
"...치.."
루크가 그녀의 눈물을 손으로 닦아주며 장난을 쳐오자 괜시리 레이니의 표정이 뾰루퉁하게 변했다. 마치 루크가 더 나이가 많은 오빠인듯 헝클어진 머리하며 눈물까지 루크가 정리해주자. 레이니가 얼굴을 붉혔다.
"누나의 마음 잘 알겠어요."
"..."
루크의 말에 레이니가 무어라 하려 입을 열려했다. 하지만 갑작스런 루크의 입술에 그녀의 목소리가 채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했다.
"!!"
커다란 레이니의 눈망울이 더욱 크게 떠진다 마치 놀란 토끼눈이 이러할까? 그녀는 어쩔줄 몰라하면서도 조심스럽게 루크의 입술을 느껴가기 시작하자. 짜릿한 감정이 그녀의 전신을 타고 흘렀다.
몇 초가 지나고 또다시 몇 분이 흘렀을까? 더욱 진해진 입맞춤은 더이상 일방적인 입맞춤이 아니였다. 서로의 입이 열리며 서로를 알아가기 시작했고 곧 루크의 혀가 그녀의 혀를 탐해가기 시작했다. 지구에서조차 tv로만 바왔던 딥키스를 고조되는 분위기에 난생 처음 하기 시작한 루크였다.
아직 어색해 서로의 치아에 혀를 부딛치는 실수가 나왔지만. 둘은 그런것에 아랑곳 하지 않았다. 레이니역시 처음 겪는 일에 부끄러우면서도 루크의 리드에 따라왔고 점점 고조되는 분위기에 격양이 되었는지 그녀의 손은 자연스럽게 루크의 목을 끌어안았고 루크 역시 그녀의 허리를 강하게 끌어안아갔다.
"하아...하아.."
숨이 차오를때까지 한 키스에 결국 서로의 입술이 떨어졌다. 레이니의 얼굴은 마치 달아오른 분위기와 격양된 감정에 정신을 못차리고 풀려버린 표정으로 루크를 바라보고 있었고 루크역시 레이니와 별다를 바 없이 숨을 헐떡이면서도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있었다.
"저기..음....사랑해요.."
어색한 분위기 속에 루크가 고백했다. 레이니도 루크의 말에 풀려버린 표정을 다시 되돌리며 놀란 표정으로 변해있었다. 그러면서도 서서히 눈가에 눈물이 맺혀갔다.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