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회. 5장】
"왜 이렇게 문 여는게 늦은거에요?"
"그게."
루크의 말에 잠시 얼버무리며 얼굴을 붉히는 레이니의 모습에 루크는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왠지 레이니의 모습에 귀여움을 느꼈다.
"옷 갈아입고있었어....그나저나 내 방에 오는건 처음이네.."
"그런가요?"
예전 루크 역시 레이니의 방에 한번도 가지 않았던 걸까? 루크는 뒷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하자 레이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맨날 내가 찾아갔잖아"
확실한건 강인이 루크의 몸으로 들어오고 부터는 매번 레이니가 자신의 방으로 오던가 아니면 실험실로 찾아 왔었다. 루크가 찾아간 적은 없었기에 왠지 미안한 기분이들었다.
"미안해요 자주 올게요."
"흥.."
루크의 사과에도 레이니가 콧방귀를 뀌며 뾰루퉁해 하자. 루크는 품속에 작은 상자를 꺼네 들며 레이니에게 뻗었다.
"뭐야..?"
"선물이요."
"선물?"
상자를 받아든 레이니가 놀란 얼굴이 되어 멍하니있자 루크가 다시 말을 이었다.
"안 열어봐요?"
"아..아냐!"
선물을 받은 것에 놀란 걸까? 레이니가 놀란 눈이 되어 빠르게 상자를 열어본다. 그러자 상자 안에 나온건 사무엘에게 소개했던 향수였다.
"이게 뭐야?"
손바닥만한 향수를 보며 레이니가 묻자. 루크는 대답 대신 향수를 받아들고는 향수의 뚜껑을 열었다. 순간 장미 꽃 향과 비슷한 미란디르 꽃 향이 방 안을 가득 채워가기 시작했다.
"향기로워...."
"향수에요. 제가 만들었어요. 이거 만들면 가장 먼저 누나에게 주고 싶었어요."
"아.."
천천히 향수를 손에 묻혀 레이니의 목 뒤에 발라주었다. 그러자 레이니의 얼굴이 금세 달아오르기 흠칫 몸을 떨었다. 뒤이어 은은한 미란디르 향이 레이니의 몸에서 흐르기 시작했다.
"..어때요?"
부끄러워하며 루크를 바라보던 레이니에게 묻자. 레이니의 눈가가 파르르 떨려왔다.
"누나?"
여전히 말 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레이니의 모습에 루크가 그녀를 부르자. 순간 레이니가 달려들어 루크를 껴안았다.
"루크!"
"어이쿠.."
갑작스럽게 안겨옴에 잠시 휘청이며 넘어질뻔한 루크였다. 그럼에도 괘념치 않은지 레이니는 자신의 팔에 더욱 힘주어 강하게 루크를 껴안았다.
"고마워 나 너무 기뻐 루크!!"
"그...그게.."
확실히 검술에 재능이 있는 레이니의 팔 힘은 연약한 남자로서는 감당하기가 힘들었나보다 강하게 끌어안은 레이니의 팔과 커다란 가슴에 자칫 숨이 멎을 뻔한 루크였다.
"미안.."
그제서야 루크가 힘들어 한다는 것을 알았는지 레이니의 팔 힘이 조금 풀리자. 숨을 크게 들이킨 루크였다.
"후...절 죽일뻔했어요."
"미..미안해...너무 기뻐서."
레이니가 부끄러운듯 얼굴을 숨기며 속삭이자 루크의 손이 차츰 그녀의 등을 토닥여주며 말했다.
"괜찮아요 이제, 그나저나 좋네요 누나가 기뻐해줘서."
"헤헤.."
루크의 말에 레이니가 밝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런 그녀의 머리칼을 한차례 쓰다듬어주며 다시 루크가 말했다.
"봤지요? 제가 어떻게 쓰는지? 적은 양을 손에 묻혀서 목 뒤에 묻히면 향이 풍길거에요. 꽤 오래 갈거에요 만약 향이 사라진다 싶으면 똑같이 바르면 되요"
"응. 고마워."
여전히 루크를 끌어안은체 레이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이 뭐야?"
"향수라는거에요. 미란디르 향수요 미란디르 꽃잎을 사용했거든요."
"어쩐지 이 향 너무 좋은거 같아."
연실 향기를 깊게 들이마시며 레이니가 기쁜듯이 말하자 루크의 얼굴에도 저절로 미소가 어렸다.
"좋다면서 왜 눈물을 흘려요?"
어느센가 레이니의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루크가 손으로 닦아내주며 말하자 레이니가 눈물을 흘리면서도 웃어보였다.
"기뻐서..헤헤.."
"울다가 웃으면 엉덩에 뿔난다고하던데.."
"무..뭐?? 이씨."
옛 지구에서 했던 속담이 생각나 말하자. 레이니가 순간 표정을 구기며 루크의 가슴을 한대 툭쳤다. 그러자 루크는 장난 삼아 꽤나 아픈척을 하자 레이니의 표정이 금세 걱정스럽게 변해갔다.
"엌..누..누나."
"미..미안.."
루크의 장난에 레이니가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런 레이니를 향해 루크가 속삭였다.
"키스해주면....나을 것 같은데..."
"뭐? 이씨 장난이나 치고! 진짜 아픈 줄 알았다고!"
그제서야 장난임을 알게 된 레이니가 다시금 퉁명스럽게 변하며 외치자. 루크가 크게 웃어보였다. 그런 루크의 장난에 어느세 레이니의 눈가에도 눈물이 사라져있었다.
"하하하 미안해요"
"칫."
"사랑해요."
"응?"
루크의 표정이 이번엔 진중해졌다. 그러면서 레이니를 향해 고백하자. 레이니가 놀란 토끼눈이 되어 다시 되물어왔다.
"사랑한다구요."
"아....어.."
"누난 저 싫어요?"
얼굴을 붉힌 레이니에게 루크가 물어오자. 레이니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나도..사랑해.."
그녀의 답을 듣고 루크는 기쁜 듯 입이 귀에 걸리며 빠르게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개었다. 이번엔 길게 이어진 키스는 아닌 그저 잠깐의 입맞춤이였지만 서로의 감정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때였다.
"아 맞다."
순간 루크가 무슨 생각이 났는지 레이니를 불렀다.
"왜?"
"지아란 후작님이 온대요."
"뭐?"
핑크빛이 돌 던 분위기가 급속으로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레이니의 표정도 언제 핑크빛이 돌았냐는 듯이 차가워져가자. 이번엔 루크가 진짜로 당황해했다.
"하..하.."
갑작스런 분위기에 변화에 루크가 괜한 얘기를 꺼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자신의 멍청함을 속으로 되뇌였다.
"왜 온다는건데?"
레이니의 목소리가 착 내려앉았다. 어서 빨리 말하라고 다그치는 레이니의 모습에 급히 루크의 입이 열렸다.
"그..그게 혼약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싶어서 온다고 해요.."
"싫다고 했으면서 이제와서 무슨 얘기를 하려고? 파혼하려고 오는거야?"
"그건 저도 잘.."
레이니의 표정이 더욱 험학하게 일그러져갔다. 그만큼 지아란가의 방문이 반갑지 않다는듯 보였다.
"아버지는 뭐라고 하셨어?"
"일단 만나서 얘기를 나누자고 했어요."
"...그랬구나 혹시..루크 너 정말 엘리한테 관심이 있거나 그런건 아니지 그렇지?"
레이니가 걱정스러움에 다그치듯 물어왔다. 무엇이 그리 걱정이 되는 것일까? 레이니의 표정이 우울해보인다.
"말했잖아요 기억도 안나요..누군지도 모르는걸요."
"...정말이지? 만약 엘레니아를 보고도 이 마음 꼭 간직해야해 알았지?"
"걱정하지말아요."
루크의 대답에도 여전히 걱정스러운지 레이니는 대답을 듣고도 계속해서 되 물어오자 오히려 루크로서는 엘레니아라는 사람에게 점차 궁금증이 일었다.
'루크가 얼마나 좋아했던 사람이길래 이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