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회. 5장】
처음 엘레니아를 보고 루크는 알 수 있었다. 지난 루크가 왜 엘레니아를 좋아했는지 말이다. 그녀의 첫 모습을 보고 루크 역시 넋을 잃을 정도로 아름다움에 사뭇 매료가 되었었다. 아름다운 미모와 잘록한 허리 풍만한 가슴은 레이니 못지 않게 아름답고 가히 살인적이였다. 그런 엘레니아의 첫 인상에 하마터면 넋을 잃고 쳐다보는 무례함을 저지를 뻔 했으나 옆에있던 레이니가 이 사실을 알았는지 살짝 옆구리를 꼬집어 간신히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어머니인 라이아는 세리스와 레이니 그리고 엘레니아를 대리고 자신의 방으로 향했고 사무엘은 나서스와 함께 서재로 들어가 얘기를 나누자. 곧 혼자가 된 루크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 하며 꿔다논 보릿자루 마냥 서 있었다. 그러다 결국 한 숨을 푹내쉬곤 실험실겸 도서관으로 향해야 했다.
"그나저나 부담스럽게 왜 이렇게 쳐다보는거야.."
엘레니아가 저택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그녀의 시선은 계속해서 루크에게 쏠려있었다. 마치 자신을 관찰하듯 행동 하나 하나를 관찰했었다. 루크 역시 처음엔 넋을 잃어 그녀와 함께 아이컨택을 했다만 레이니의 도움으로 간신히 빠져나왔것만 힐끔 힐끔 볼때마다. 엘레니아의 시선이 자꾸만 느껴져 오자. 오히려 부담이 되었던 루크였다.
"에라 모르겠다...알아서들 잘 하겠지.."
어차피 파혼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레이니와 자신과의 근친혼에 대해 얘기 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곧 남남이 되겠지 하고 흘려 넘긴 루크였다.
엘레니아가 아무리 예쁘긴 했지만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구애하고 싶은 마음도 없던 루크였다. 그의 옆엔 엘레니아 만큼 과분한 레이니가 있었기 때문이였다. 그러자 루크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 ☆ ☆
"향수?"
나서스가 사무엘이 건넨 작은 병을 이리저리 보며 궁금해했다. 사무엘은 그런 나서스의 모습에 빙그레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했다.
"향낭과 비슷하지만 더 향기도 좋고 지속성도 오래간다네 이미 다른 귀족들에게 점차 알려지고 있다네 없어서 못 팔 지경이야"
"호.. 그래? 지아란가는 딱히 그런거에 신경을 쓰지 않아서 몰랐다네. 그런대 사무엘 자네도 이런거에 관심이 있었나?"
나서스가 고개를 갸웃하며 사무엘에게 묻자 사무엘이 한 껏 웃어보이며 말했다.
"하하하하 관심이 생겨야 했거든."
"무엇 때문에?"
나서스의 물음에 사무엘이 잠시 뜸을 들였다. 그러자 나서스의 표정이 살짝 찌푸려진다.
"거 아직도 그 버릇 못 고쳤나? 어서 궁금하게 하지말게나. 자네가 이런거에 관심 없다는건 어릴때부터 알고 있었다네."
"미안하네 사실 이걸 우리 아들놈이 만들었다네"
"루크가?"
"그래 아들녀석이 이제 좀 정신을 차려서 말이야.."
"허허.."
뜻 밖에 말을 들어서 일까? 나서스가 헛 웃음을 지어보였다. 아무것도 할 줄 모르며 성격도 괴팍했던 아이가 이런 것을 만들었다는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게다가 사무엘은 루크가 정신을 차렸다고 하자. 괜시리 호기심이 일었다.
"루크가 그런 재주가 있었나?"
"나도 몰랐다네 마나의 저주 때문에 검술이나 마법을 배우지 못하지 않는가? 그래서 그녀석도 많이 생각했나봐 어느날 연금술을 배우겠다고 하더니 혼자서 공부하다가 이걸 결과물이라고 떡하니 내놓더군."
"...연금술..?"
나서스는 몹시 놀랐다. 연금술이란 학문이 무엇인지 자신은 너무나 잘 알기도 하고 어려운 학문이란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게다가 지아란가문은 지크문드에 의해 마법적으로 뛰어난 가문이였지만 예로부터 정치나 학문으로 유명한 가문이였기에 연금술이 얼마나 놀라운 학문인지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나서스가 점차 루크에게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루크가 연금술을 한단 말이야?"
살짝 나서스의 목소리가 커지자 사무엘이 미소를 지어보였다.
"거 흥분좀 가라 앉히게, 처음부터 끝까지 말해주겠네."
한편 라이아와 세리스 그리고 레이니와 함께 있던 엘레니아도 그 커다란 눈망울을 더욱 크게 떠보이며 놀란 얼굴이 되어 라이아에게 되 물었다.
"그럼 제가 맡았던 향기가 이 향수라는 건가요?"
"그래 그렇단다. 어디 바라보지만 말구 한번 사용해보겠느냐?"
"예.."
엘레니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자 라이아가 천천히 향수의 뚜껑을 열자. 곧 미란디르 향이 방안에 퍼지기 시작했다.
"미란디르군요?"
"맞단다. 미란디르를 이용한 향수지. 자 손을 대보렴."
라이아의 말에 엘레니아가 손을 뻗치자. 라이아가 적당량을 손 등에 묻혔다.
"이 손등을 목 뒤에 묻혀보렴 그리고 맥박이 뛰는 심장 맨 살에 묻혀보면 은은하게 계속 향기가 퍼질거란다."
라이아의 말대로 엘레니아가 행동하자 곧 그녀의 주위에 미란디르향이 은은하게 흐르기 시작했다.
"하... 향이 정말 좋은걸요.."
"그렇다면 다행이구나."
자신의 몸에 나는 향을 맡으며 처음으로 함박웃음을 짓는 엘레니아를 보며 라이아의 얼굴에도 미소가 여리기 시작했다.
"그런대 궁금하네요 이런걸 만든 사람이 누굴까 하구요.."
엘레니아가 연실 자신의 향을 맡으며 말하자 라이아가 말했다.
"믿지 못하겠지만 루크가 만들었단다."
"예?"
순간 엘레니아의 행동이 멈췄다. 마치 석상이되어버린듯 굳어버린 그녀는 의문을 표하며 라이아를 바라보자. 라이아가 미소를 지어보인다. 옆에 앉아있는 세리스역시 고개를 끄덕여보이자 레이니를 바라보았다.
무엇이 그리 불만인지 레이니의 표정은 좋지만은 않았다. 엘레니아에게 말을 걸지도 않았고 계속해서 차갑게 노려보기만 해 엘레니아 역시 그녀에게 말 한번 걸지 못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놀라서일까? 레이니를 바라보자 레이니의 표정이 마치 자신이 했다는 것 처럼 으쓱해보인다.
"정말이군요..?
"믿지 못하겠지만 사실이란다. 루크가 연금술을 배우기 시작했거든..'
"연금술이라니.."
엘레니아는 당황스러운 표정과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처음 이 곳에 도착해서 여전히 달라진 점 없는 루크를 보며 역시나 하는 마음에 실망했었다. 물론 하는 행동이나 말투는 좀 달라졌지만 외향상 달라진 점은 없었다. 그렇다고 루크가 못생긴건 아니였다. 아니 왠만한 사람들 보단 잘생긴 축에 속한 아이였다. 하지만 그와에 일이 있어서 일까? 아무리 좋게 보려해도 딱히 변한건 눈치 채지 못했던 엘레니아는 라이아의 말에 정말 믿기지 않아했다.
"그나저나 루크는 지금 어디에 있는거니 손님이 왔는데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말이야?"
"..저도 잘 모르겠어요."
레이니가 고개를 저으며 말하자 세리스도 레이니따라 고개를 저었다.
"아마 ...도서관에 있지 않을까요?"
레이니가 다시 조그맣게 속삭이자. 라이아가 한 숨을 내쉬었다. 루크가 변해서 좋아진점도 있었지만 너무 공부에 몰두해 얼굴 보기가 힘들었다. 예전에는 술과 향락에 빠져 얼굴 보기가 힘들었다면 이제는 공부에 빠져 얼굴보기가 힘들었던 것이었다. 이런 점에서 좋아해야할지 나빠해야할지 새로운 고민이든 라이아였다.
"레이니 가서 루크를 데려오겠니?"
"..예? 굳이..그럴 필요 있나요"
레이니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마치 자신의 보물을 남에게 보여주기 싫다는 듯 그녀는 루크를 엘레니아에게 보여주기 싫었다. 방금전에도 엘레니아를 보며 넋을 잃었던 루크에게 괜시리 화가나 옆구리를 강하게 꼬집었기도 했고 만약이지만 다시 루크가 엘레니아를 보고 얘기를 나눈다면 또다시 엘레니아에게 빠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게다가 좋게 변한 루크에게 엘레니아가 파혼을 하지 않겠다고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까지 온갖 걱정에 시달린 레이니로서 어서 빨리 엘레니아가 조용히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이였다.
"어서 레이니."
하지만 라이아가 짐짓 엄하게 표정을 굳히며 말하자. 결국 몸을 일으키며 천천히 방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