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회. 5장】
"그게 무슨 말인가? 레이니양과 루크가?"
나서스가 당황하며 다시 되묻자 사무엘이 느긋하게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목을 축였다.
"어쩔수 없는 일이야, 알지 않는가? 마나의 저주를 받은 아들이 가문의 후계자가 되기위한 방법이라네 레이니는 근래 보기 드문 재능을 가졌어. 그를 출가시키기엔 우리 가문에 큰 리스크라네 아무리 루크가 연금술에 통달한다해도 아스란가문은 이 아즈문 제국의 검이라네 검술을 버릴순 없어. 아직도 북쪽에선 메세츠데 제국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는 상태에서 아스란가가 힘을 잃을 순 없다네."
"그..그렇지만...레이니 입장은 어떠한가?"
"그게 사실은.."
사무엘이 헛 웃음을 지어보였다.
"?"
그런 사무엘의 모습에 나서스가 의문을 표하자. 사무엘이 다시 말을 이었다.
"아이러니 하게도 오히려 레이니가 먼저 루크를 좋아한 것이 아닌가 싶네"
"..뭐?"
"그게 말일세 오히려 루크보다 레이니가 더 적극적이었다네 그렇기에 우리 걱정도 한시름 놓았지 나중에는 둘 다 좋다고 하니 근친혼을 시키기로 생각했다네"
"데미아스님도 아시는가?"
"흠 그게.."
사무엘의 인상이 구겨졌다. 사실 아직 데미아스로부터의 답장이 오지 않았다. 분명 북쪽 윈랜드 영지에 편지가 도착했음을 알았지만 무슨 생각인지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편지를 한 통 보내긴 했네 하지만 오지 않았다네... 하지만 아버지도 이해해주실 거라 믿네"
"...자네 성격은 여전하구만 일단 저지르고 보는 건가?"
"하하 내 성격 어디가겠는가?"
나서스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한 숨을 내쉬었다.
"그나저나 지크문드님은?"
"나도 오기전에 편지 한통을 보냈다네 파혼에 대한 거였지..그리고 자 이게 답장이라네."
나서스는 품속에 하나의 편지지를 꺼네 사무엘에게 건네자. 편지를 받아든 사무엘이 편지를 꺼네 읽었다. 그러자 사무엘의 얼굴에 헛 웃음이 그려졌다.
"하...고작 이게 다 인가? 절대불가?..."
"...그렇다네."
나서스의 아버지인 지크문드이자 데미아스의 오랜 절친그 분의 말은 곧 데미아스와 같은 말이라는것을 사무엘은 너무나 잘 알고있었다. 그래서일까?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흠..직접 윈랜드로 가봐야하는건가.."
☆ ☆ ☆
그 날의 저녁이였다. 서로의 입장을 알게 된 두 집안이 한 식탁에 전부 모여있었다. 오랜만에 오는 손님이어서 일까? 생전 처음 보는 음식들이 식탁 앞에 즐비하게 놓여져 있었다. 그래서일까? 루크의 옆에 앉은 레이니가 여러 음식들을 루크에게 썰어다 주는 둥 입에 직접 넣어주는듯 대담하게 애정행각을 하자 나서스가 살짝 당황해 했다.
"거..보기 좋은 한쌍이구나.."
나서스의 말에 레이니가 잠시 얼굴을 붉혀 보인다. 그런 레이니의 모습에 나서스는 한편으론 씁쓸한 감정이 들었다. 사실 루크와 엘레니아가 파혼하게 된다면 지크문드에게 그 둘대신 레이니와 테온과 엮어보려 생각했던 나서스로서는 아쉬운 마음도 있었다.
"그나저나 얘기는 다 끝난건가요?"
루크가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사무엘은 냅킨으로 입가를 슬쩍 닦으며 와인으로 입가심을 하고는 입을 열었다.
"그래 우리 둘도 파혼을 하기로 생각했다"
"아버지도...그런가요?"
엘레니아가 걱정스런 눈빛으로 나서스를 쳐다보자 나서스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군요.."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지크문드님과 아버지가 반대한다는 것이야."
사무엘의 말에 모두의 표정이 살짝 굳혀졌다. 현 가문의 수장이 나서스와 사무엘이라 해도 가장 웃 어른이고 아직 현역으로 전장에서 대장군 직을 맡고있는 데미아스와 지크문드의 발언을 무시할 수가 없기 때문이였다.
"지크문드님이 편지를 보냈다더구나 파혼은 허락하지 않겠다고 말이야."
"하지만 둘다 싫다고 하잖아요 아버지와 나서스 후작님도 그렇구요!"
레이니가 빽하니 소리치자 사무엘과 라이아가 눈쌀을 찌푸리며 그녀를 제지했다.
"레이니 여긴 우리만 있는게 아니란다."
조근조근하게 라이아가 타이르자. 레이니는 여전히 불만이있는지 뾰루퉁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도 루크의 손을 잡아채며 꼭 끌어앉자 라이아가 한 숨을 내쉬었다. 그런 레이니의 행동에 엘레니아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둘이 오늘따라 너무 친해보이네 레이니? 몇달 전만 해도 서로 말도 안했던 것 같던데?"
엘레니아의 말에 레이니가 미소를 씩 지어보인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여전히 엘레니아가 의문을 표했다.
"마치..사랑하는 사이처럼 말이야?"
"맞아."
"응?"
엘레니아가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되물었다.
"맞는 말이야 아버지와 어머니도 아셔 우리 결혼해"
"그..그게 무슨 너흰.."
갑작스런 레이니의 고백에 엘레니아가 황당해 하며 나서스를 바라봤다. 그런 나서스도 레이니가 저렇게 당찬 아이였는지 몰라 당황해했다. 손님 앞에서 마치 루크가 자신의 것이란걸 알리듯 대담하게 고백 할 줄은 몰랐다. 한편으론 그런 레이니의 모습이 얼마나 루크를 사랑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은 나서스였다.
"저..정말인가요?"
엘레니아가 이번엔 사무엘과 라이아를 향해 묻자 라이아가 조용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사무엘역시 라이아와 같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근친혼을 생각하고 있단다. 라이아 같이 있을때 얘기를 안했나보구나?"
"그게 좀 다른 언쟁이 생겨서 말이지요."
"그..근친혼이라니 왜..."
엘레니아는 믿기지 않는 다는 듯이 다시금 레이니를 바라보자. 레이니가 어깨를 으쓱해보이며 말했다.
"상관할 필요 없잖아? 이제 엘리와 루크는 남남이잖아."
"그건.."
마치 이제 관심끄라는 듯이 말하는 레이니의 말투에 엘레니아는 괜시리 화가 날 것 만 같았다. 그렇다고 레이니의 말 역시 사실이었기에 그저 조용히 애꿎은 음식만 포크로 이리저리 괴롭힐 뿐이였다.
"그나저나 데미아스님이나 지크문드님에게 어떻게 설명할텐가?"
"그게 걱정이지.. 한번 윈랜드로 찾아가봐야겠어."
"저도 같이갈게요."
사무엘과 나서스의 대화에 루크가 나서서 말했다.
"당사자가 직접 가서 얘기하는게 나을지도 몰라요."
"그렇겠구나..."
루크의 말에 사무엘과 나서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 삼자의 입장에서 얘기하는 것보단 당사자인 루크나 엘레니아가 먼저 나서서 파혼을 하겠다고 하면 데미아스나 지크문드 역시 어쩔수 없이 계약을 무를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