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루크 아스란 전기-25화 (25/412)

【25회. 5장】

데미아스의 말이 끝나고 방안은 정적에 휩싸여 있었다. 지크문드는 그날의 기억이 떠올랐는지 표정을 굳히며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루크도 괜찮아졌는지 몸을 추스리며 데미아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는 곧장 심각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녀는 도대체 누구죠?"

사무엘이 조심스럽게 묻자. 데미아스가 조용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는 애초에 사람이 아니였어...그렇다고 다른 이 종족도 아니였지.. 그 외 존재라고 밖에 생각이 안드는구나."

다시 방안을 가득채우는 침묵 속에 다시 데미아스가 말했다.

"루크.."

"네?"

데미아스가 루크를 부르자 잠시 고민에 빠져 있던 루크가 데미아스를 바라보았다.

"내가 생각하기론 그녀가 말한 인연의 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너라 생각 되는구나."

"저요? 하지만 전.."

"안단다 마나의 저주에 의해 어릴때부터 약한 아이였지 그렇기에 내가 옆에서 지켜주고 싶었다만 메세츠데에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 게릴라적인 기습도 많아졌어 이게 변명일 지도 모르겠다만 눈코뜰새 없이 바빴단다. 그점 미안하게 생각한다 내가 조금이라도 너에게 더 신경써주었다면 네가 그렇게 자라지 않았을텐데 내 책임이 크구나 "

"..."

루크는 말없이 데미아스를 바라보았다. 방금 전 알 수 없는 힘으로 자신을 옥죄며 흡사 야차의 얼굴을 하던 모습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하지만 마나의 저주가 인생에 끝이 아니란걸 이젠 너도 알것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사무엘의 말을 들어보니 연금술에대해 배운다 했지? 좋은 생각이다. 잘 해보거라. 북방이 안정화만 된다면 나도 자주 찾아오겠다."

"네."

데미아스의 말에 루크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러자 지크문드가 방긋 웃어보이며 말했다.

"끌끌 분위기좀 전환 시켜보자꾸나 어차피 지금 걱정해봤자 할 수 있는건 없으니 너희에게 다 떠넘길 생각도 없다. 그러니 이 늙은 몸뚱이로 아직도 윈랜드에 있는게 아니겠느냐?"

지크문드가 껄껄 웃으며 분위기를 전환시키려 하자. 서서히 깊게 눌러 앉은 방안에 분위기도 차츰 펴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루크는 깊은 상념에 빠져있었다.

'....말도 안돼..무슨 만화 주인공도 아니고 하필 내가 왜..'

데미아스의 말을 들으며 마치 자신의 세상을 구할 용사라도 된 것 마냥,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에겐 거창한 적들을 막을 힘 따윈 없었다. 연금술, 그건 연금술이라 부르기도 애매했다. 그저 지구에 있던걸 베끼거나 응용한거 뿐이였기에 루크의 걱정은 커져가기 시작했다.

'만약...내가 아닌 루크가 살아있었더라면..그라면 가능했을까? 내가 루크의 몸으로 들어 오게 된 것이 정말 우연과 실수로 이루어진거였다면..그땐 어떻게 해야 하지..'

점차 늘어가는 상념의 꼬리들은 점점더 루크의 불안감을 증식 시켜갈때였다

"루크."

아직 루크의 표정이 굳어져있자. 레이니가 루크를 불렀다. 허나 대답은 없었다. 상념이 깊게 빠진듯 하자 레이니가 루크의 몸을 흔들었다.

"루크 괜찮아?"

"아...응.."

그제서야 상념에 빠진듯 루크가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데미아스의 말을 듣고 잠시 고민에 빠진다는 것이 꽤나 길었나보다. 어느세 모든 식구의 시선도 루크에게 쏠려있자. 데미아스가 말했다.

"지크문드 말 대로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우리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으니"

"네..하하.."

괜시리 자신 때문에 분위기가 가라 앉은듯 하자 멋쩍게 웃어보이며 대답했다. 그러자 지크문드 루크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나저나 너도 엘레니아랑 파혼을 하고 싶은게냐? 뭐 말을 들어보니 레이니랑 근친혼을 하겠다고 하던데 그 점도 이해하지 레이니의 재능을 다른 곳으로 보내기엔 많이 아쉽지, 심지어 태어날 아이가 레이니 처럼 재능이 있을지도 모르고 말이야. 그래서 말이야 양보하겠네 엘레니아를 정부인으로 삼고 레이니를 후처로 두는것이? 껄껄"

지크문드의 말에 루크가 놀란 눈이 되어 고개를 갸웃했다. 사무엘과 나서스그리고 라이아도 고개를 설레 설레 저으며 한 숨을 내쉬었다.

"왜들 그런가? 껄껄 삼,사첩씩 두는 집안들이 요즘 얼마나 많는데? 그놈의 후계자가 뭔지 너도나도 삼,사첩을 두고 재능 좋은 아이에게 얼마나 쏟아 붇는데? 데미아스 자네도 알지 않는가?"

"...후...그게 좀 쉽지 않은 일이라네."

"쉽지 않다니?"

지크문드가 고개를 갸웃하며 데미아스를 바라봤다.

"엘레니아랑 루크랑 좀 일이 있었네."

지크문드는 엘레니아와 루크 사이에 일을 알지 못하는지 여전히 고개를 갸웃해 하자. 데미아스가 다시 말을 이었다.

"뭐 그건 그렇고. 그래 파혼을 원한다면 나도 동의하마, 엘레니아 너희의 결정에 따르마"

"뭐? 자네 도대체 무슨 일이 있길래 그러는건가?"

지크문드가 놀란 얼굴이 되어 다시 되물었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지크문드로서 이 이야기를 들었다면 당장에라도 루크를 죽이려들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기에 말해야하나 아님 나중에 말해야하나 싶은 데미아스였다.

"그것이...."

결국 어렵게 입을 땐 데미아스의 모습이었지만 그 말을 엘레니아가 가로막았다.

"...만약 파혼을 한다면 언약은 어떻게 되는거지요?"

그녀의 말에 지크문드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당연히 파혼하는 상대에 마나를 태워야겠지."

"아버지 하필이면 왜 그런 언약을 했습니까?"

지크문드의 말에 나서스가 괜시리 언성을 높이자 지크문드가 되려 화를 냈다.

"내가 이리 될 줄 알았더냐 하필 내 자식놈들이 죽어도 아스란가 사람이랑 결혼 안하겠다 하니 미안해서라도 손자들을 시키자고 한거 아니냐. 나서스 니 누나 생각을 해라."

"..그..그건 사무엘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서 그런거 아닙니까"

나서스가 괜시리 사무엘을 보며 외치자. 사무엘이 헛 기침을 하며 시선을 피했다. 라이아 역시 괜시리 얼굴을 붉혔다.

"끌끌 그렇긴 하지 아주 그냥 이 사람이 아니면 안된다고 어찌나 떼를 쓰던지 껄껄. 그때 눈물 콧물 다 쏟지 않았나? 사무엘?

지크문드가 사무엘과 라이아를 보며 웃어보이자. 라이아와 사무엘의 얼굴이 더욱 붉어져 올랐다.

"아무튼 데미아스도 그렇게 생각하니 난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좋다. 엘레니아 루크 당사자의 말을 들어보마."

지크문드가 엘레니아와 루크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루크는 어찌 대답해야하는지 우물쭈물 하고 있었고 엘레니아역시 깊은 고민에 빠져있는듯 싶었다. 오직 레이니만이 안절부절 못하며 루크의 손아귀를 가슴팍에 꼭 끌어앉고 엘레니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게.."

루크가 뒷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레이니를 생각해서라도 파혼을 해야했지만 마나의 언약이 자꾸만 거슬렸다.

"하지 않겠어요."

"예?"

"뭐?!!"

파혼을 하겠다라고 말하려던 루크가 놀란 토끼눈이 되어 엘레니아를 바라보았다. 레이니 역시 인상을 찌푸리며 외쳤다.

"호오 그래?"

지크문드가 빙그래 웃어보였다. 아까 전 엘레니아와 루크의 얘기를 들었던 데미아스는 표정을 굳히며 엘레니아를 바라보았다. 엘레니아의 표정은 여전히 불만이 섞인 표정이였지만 눈빛에서부터 무언가 결심에 눈빛이 보였다.

"어째서 엘리!!"

레이니가 소리치자. 엘레니아가 레이니를 바라보았다.

"나 때문에 아버지의 마나를 잃게 할 순 없어."

"그런 이유 때문이라면 그럴 필요 없다."

나서스가 급히 일어나 외쳤지만 엘레니아가 고개를 저었다. 그러곤 루크를 바라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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