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루크 아스란 전기-30화 (30/412)

【30회. 6장】

갑작스런 엘레니아의 방문에 루크가 급히 레이니에게 떨어지려 했지만 오히려 레이니가 달라 붙어 왔다. 마치 엘레니아에게 보란듯이 꼭 끌어 안으며 말했다.

"왜 문제 있어? 우리 둘 사이 알잖아?"

"그..그렇지만."

레이니의 행동에 엘레니아가 당황하면서도 아무런 말도 못했다.

"뭐...아..알고 있어..하지만 어서 가야지 루크 실험실에 마법에 대해서 배우기로 했잖아. 어서."

엘레니이가 당황하면서 급히 루크를 끌어 당겼다. 그러자 레이니가 떨어지기 싫다는 듯이 루크를 바라보며 눈을 빛내자. 루크가 한 숨을 내쉬었다.

"누나도 훈련 있잖아요 오늘."

"..."

결국 레이니가 한숨을 내쉬며 루크에게서 떨어졌다. 그녀의 표정에 진한 아쉬움이 묻어나있었지만 어쩔수가 없었다. 레이니의 검술 스승이 하필이면 자신의 아버지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한창 영지에 일로 바뻤지만 레이니의 검술 스승 만큼은 누구에게도 양보하고 싶지 않았던 아버지였기에 레이니로서는 마음대로 빠지거나 늦을 수가 없었다.

"알았어..그만 가볼게"

시무룩한 표정으로 레이니가 말하자 루크가 뒷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엘리 너무 루크랑 자주 붙어다니는 거 같은데 루크가 좋아졌다거나 그런건 아니지? 아무리 파혼을 하지 않았다고 해도 좋아하는건 아니였잖아 그렇지?"

레이니가 엘레니아를 보며 묻자 엘레니아가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다..당연하지. 연..연금술 때문이야 연금술"

"그래.. 그런 마음 끝까지 간직하길 바래."

그 말을 끝으로 레이니가 방문을 나섰다. 마치 차가운 북풍의 바람이 레이니에게서 뿜어져나왔는지 방안의 공기가 급속도로 낮아진듯 싶었다.

"자..우리도 가요.."

잠깐의 정적에 급히 루크가 엘레니아를 향해 말하자 엘레니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 ☆ ☆

어두컴컴한 동굴안이었다. 동굴을 밝히는 촛불들이 사방에 깔려있었지만 그 크기에 감당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바람 한 점 통하지 않은지 촛불의 불꽃은 흔들림 없이 동공 안을 빛추고 있었다.

"...."

거대한 동공 안 흑색의 로브를 깊게 둘러쓴 사내가 한가운데 거대한 제단을 보며 서 있었다.

"마리에테 그년만 아니였어도 이렇게 오래 걸리진 않았을거야."

한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둘다 깊게 로브를 둘러쓰고 있어서인지 누구의 목소리인지 구별하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이제 제물들만 모으면...."

처음에 들었던 목소리보다 조금더 하이톤의 목소리가 다시 말을 하자 한 로브의 사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순조롭진 않겠지 마리에테 그년이 어떤 함정을 만들어놨을지 모르니 조심해야할거야."

"그래.."

로브의 사내가 한차례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제단에 점차 붉은색의 구가 생겨나더니 점차 그 크기를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허나 무엇이 부족한지 한참 커지던 붉은 구는 곧장 그 커짐을 멈춰갔다.

"더 많은 피가 필요해..."

"... 준비하지."

☆ ☆ ☆

"저기 엘레니아누나.."

아까부터 말이 없던 엘레니아를 향해 루크가 얘기를 꺼넸지만 들려오는 대답이 없었다. 무슨 고민에 깊게 빠져 있는지 마법에대해 가르치면서도 상념에 빠져 멍해 있기를 반복했다.

"누나?"

조금 더 언성을 높이자 그제서야 엘레니아가 깜짝 놀라하며 루크를 바라봤다.

"응... 왜?"

"그냥 갑자기 조용해서요 괜찮아요? 어디 아픈건 아니에요?"

"아..응 괜찮아."

그럼에도 계속해서 한숨을 내쉬며 멍해있는 엘레니아를 향해 루크가 고개를 갸웃해 했다. 결국 혼자서 갖갖이 실험을 하고 있을때였다. 엘레니이아가 루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루크."

"네?"

엘레니이가 잠시 뜸을 들이다 다시 말을 이었다.

"루크는 레이니를 정말 사랑하는거야?"

"예?"

갑작스런 엘레니아의 말에 루크가 고개를 갸웃해 하자 엘레니이가 다시 물어왔다.

"진심으로 사랑하는거야? 만약 어..어쩔수 없이 가문을 잇기 위함이라면.."

"아니에요 진심으로 사랑해요."

엘레니아의 말을 끊고 루크가 대답했다. 루크의 눈엔 한치의 거짓도 없어 보이자 엘레니이가 잠시 루크를 바라보았다.

"정말?"

"그럼요."

한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런 루크가 야속한걸까? 엘레니아의 눈가가 살짝 떨려왔다.

"그렇다면 어째서 나보고 집으로 돌아가라고 하지 않아? 파혼을 하자고 하지 않는거야 왜? 정말 가족들을 위해서인거야?"

"예?...그..그건.."

엘레니아가 그동안에 쌓인 감정을 쏟아내려 하는지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도대체 내가 여기 왜 있는지 모르겠어. 이제 알겠어 네가 많이 변했다는걸 그런대 난 어떻게 하면 좋지? 너와 레이니 사이에 난 껴들수조차 없는걸.. 왜 파혼을 하지 않았을까 후회까지 되...넌 나에게 뭐지? 내가 이러는게 웃길지도 몰라. 내가 그렇게 싫어했으니깐... 그런대 자꾸 너와 레이니의 모습을 보면 짜증이 나 너와 난 어쩔수없이 결혼을 해야하잖아. 너도 파혼을 하지 않겠다며 그렇다면 나에게 뭐라도 보여야하는거 아니야? "

엘레니아가 숨도 쉬지 않고 지난 감정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나도 노력하고 싶어, 그래서 지난 마법을 가르치면서도 너에게 잘 보일려고 했어. 나도 달라지려고 했어.. 난 어쩌면 좋은거지? 이게 뭐야 난... 파혼도 할 수 없고 그렇다고 넌 날 좋아하지도 않는데 어떻게 해야하는거야?"

눈물을 흘리며 엘레니아가 물어왔다. 루크로서는 엘레니아가 이렇게 생각했다는 것에 놀랍기도 했다. 사실 파혼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난 뒤 애매한 사이가 되어 있었던건 확실했다. 이 것이 친구 사이로 지내야 하는것인가 아니면 레이니처럼 사랑하는 사이가 되어야 하는 것에대한 애매모호 한 점 이 있었기에 엘레니아로서는 자신 역시 변해야 해서 루크에게 마법을 가르치며 얘기도 많이 나눴던게 맞았다. 하지만 레이니에게만 신경써주는 루크가 엘레니아로서는 그게 좋게 보이진 않았나보다 마치 자신의 노력이 모두 수포로 돌아간 것에 감정이 북받쳐 오른듯 했다.

"..."

루크가 말없이 엘레니아를 쳐다 보았다. 방금전까지만해도 레이니는 엘레니아만 신경써준다며 자신에게 불만을 표했것만 이젠 엘레니아가 레이니만 신경써준다 한다. 루크로서는 이 애매한 상황을 정리할 필요가 있는듯 싶었다. 그때 엘레니아가 다시 말을 이었다.

"레이니를 사랑한다는거 알겠어. 하지만 나도 파혼 할 수 없어. 그리고 이렇게 지내고 싶지도 않아, 그러니 너에게 처음으로 부탁하고 싶어"

"부탁이요?"

엘레니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내가 여기 오고 근 한달이 지났어 많이 생각해봤어, 확실히 넌 그때의 너와 달라 많이 변했다는거 인정할게 그러니 나도 노력할게 그러니 너도 나에게 조금이라도 노력해주면 안될까?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주면 안될까? 당장 나만 봐달라는 것도 아니야 그저 나에게도 기회를 달라는거야.."

엘레니아가 루크의 두손을 움켜쥐며 호소했다. 루크로서는 어찌해야 하나 우물쭈물 하고 있을때였다.

"그 손놔."

뒷 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놀란 엘레니아와 루크가 급히 뒤를 돌아보자 그 곳엔 레이니가 차가운 분위기를 풀풀 풍기며 엘레니아와 루크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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