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회. 7장】
루크로서는 지옥 같은 시간이 지나고 저녁식사 때였다. 모두가 모인 곳에서도 여전히 레이니와 엘레니아의 기 싸움은 끝이 나지 않고 있었다. 그런 둘의 모습에 사무엘과 라이아 그리고 세리스 역시 둘의 눈치를 보며 식사를 하느라 스프가 코에 들어가는지 입에 들어가는지 알 수가 없을 정도였다. 루크 역시 가족들과 별 반 다르지 않았다.
"저. 루크랑 결혼 하겠어요 아버님."
그때였다. 침묵을 깨고 먼저 말을 연 사람은 엘레니아였다. 엘레니아는 냅킨으로 입술을 닦으며 입을 열어자 레이니의 눈이 더욱 날카로워지며 차츰 기운을 끌어내려 했다.
"그..그렇니?"
사무엘이 당황하며 대답하자 엘레니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니와 라이아 그리고 세리스 역시 놀란 눈이 되어 엘레니아에게 시선이 꽂혔다.
"레이니와 루크가 서로 좋아하고 있다는 건 알아요 하지만 어차피 아버지를 위해서도 할아버지의 명대로 저는 결혼할거에요. 아버님 어머님.."
엘레니아의 말에 사무엘과 라이아가 서로 한차례 바라보더니 라이아가 입을 열었다.
"억지로 하는 것이냐.."
"아니요. 저도 루크가 좋아졌어요."
"...갑자기?"
라이아가 놀라 다시 되묻자 엘레니아가 고개를 저었다.
"갑자기가 아니에요. 이 집에 들어오고나서 부터 조금씩 변한 루크에게 마음이 동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오늘에서야 확실히 저의 마음을 알 수 있었어요 어머니."
어느세 호칭까지 변한 엘레니아의 말에 라이아가 흠 흠 거리며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사무엘을 바라보았다. 사무엘역시 라이아를 보며 어깨를 으쓱해보일 때였다 레이니가 식탁을 치며 일어나 외쳤다.
"너 정말!"
"왜? 레이니? 나도 이제 숨기지 않을거야."
간신히 누그러들려던 레이니의 기운이 다시금 폭발하듯 튀어나와 식당을 잠식하려 했다. 세리스와 라이아가 놀라하며 잠시 안색이 창백해지려 하자 사무엘이 식탁을 약하게 치자. 레이니의 기운이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그래. 갑자기 그렇게 생각한 이유가 루크의 변한 모습 때문이구나?"
사무엘의 말에 엘레니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달간 루크를 봐오면서 많이 느꼈어요 루크의 사과가 단순 말뿐인것이 아닌걸 느꼈어요 그의 행동으로 부터 그와 얘기를 나눌수록 더 알 수 있었어요 그러다보니 어느세 레이니와 같이 있는 루크가 부럽기 까지 했어요. 그리고 오늘에서야 정말 제 마음을 알 수 있었어요.."
엘레니아가 사무엘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그녀의 말엔 어느 하나 거짓 없이 진정성이 느껴지자 사무엘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지만 말이다 너도 알고 있지 않느냐 레이니와 루크에 대해 우린 근친혼을 생각하고 있고 이 사실을 물릴 생각도 없단다."
사무엘의 말에 엘레니아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알고 있어요. 만약..저와 결혼하게 된다면 지아란 후작가의 힘을 루크가 얻게 되는거에요 그런 뒤 레이니가 대릴사위를 얻게 된다면! 루크에게 큰 힘을 받을 수도 있고 레이니가 이 집안에서 떠나지 않아도 되지요."
"말도 안돼요 아버지!!"
레이니가 언성을 높이며 외쳤다.
"전 루크를 사랑해요 제발요 아버지..제발.."
레이니의 말에도 사무엘은 여전히 여유롭게 말을 이었다.
"그래 지아란이 확실히 루크의 뒤를 봐준다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아버지?"
루크역시 사무엘의 말에 당황하며 외쳤다.
"만약 루크와 저랑 헤어지라 하신다면 전 아스란의 이름을 사용하지 않을거에요 아버지."
레이니가 몸을 떨며 외쳤다. 사무엘의 모습에 야속함이 컸으리라 엘레니아도 그런 레이니의 말에 놀라하면서도 미안한 감정이 앞서기 시작하자. 자기도 모르게 입술을 잘근 씹었다.
"레이니 아스란의 이름은 그리 쉽게 생각하느냐?"
조근 조근한 말이었지만 사무엘의 기운은 남달랐다. 기운은 순식간에 식당안을 잠식하고서는 수천만개의 검날이 형상화 된듯 그 모든 검날이 레이니를 향해 쏘아지려 했다. 그럼에도 레이니는 눈하나 깜빡하지 않고 사무엘을 노려보았지만 몸은 그러하지 못했다. 점차 떨림이 커져오자. 라이아가 급히 사무엘을 불렀다.
"여보!"
라이아의 다급한 말에도 사무엘이 여전히 레이니를 노려봤지만 레이니역시 눈을 피하지 않았다.
"두번 말하지 않을거에요 아버지."
레이니의 모습에 엘레니아도 안절부절 못하며 사무엘을 바라보았고 루크 역시 계속해서 사무엘을 불러 세우자. 사무엘이 기운을 거두며 말했다.
"엘레니아 잘 보았느냐? 이것이 레이니의 결심이다. "
레이니가 숨을 헐떡였다. 순시간에 엄청난 기운이 사그라들자. 그제서야 압박감에 벗어난듯 숨을 거칠게 헐떡였다.
"..."
엘레니아가 아무런 말도 없었다. 만약 자신이 사무엘의 기운을 정면을 받았다면 어떻게 됬을까 생각했지만 결론은 간단했다. 1초도 버티지 못한다는 것을, 그 만큼 사무엘의 힘은 너무나 거대했고 위엄이 서려있었다. 그런 기운에서도 레이니는 오직 루크를 위해 버텼다는 것에 씁쓸하게 느껴져왔다.
"라이아 레이니를 부탁하오 엘레니아도 잠시 방안에가 있으려무나. 루크 너는 나와 얘기를 좀 하자꾸나."
"예.."
결국 식사를 다 끝내지도 못하고 사무엘이 몸을 일으켜 서재로 향하자 그 뒤를 루크가 따랐다. 레이니 역시 라이아에 부축을 받으며 방으로 들어갔다.
"너 때문에 이게 무슨 짓인지 모르겠구나."
"...하..하."
"웃지마라 이녀석아."
서재로 들어온 사무엘이 한숨을 내쉬며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이런 놈이 뭐가 그리 좋다고 에휴...넌 어떻게 생각하느냐? 내가 정하는 것보단 당사자의 입장이 중요하지."
"그게...하.. 어쩌면 좋죠? 어차피 파혼을 하지 않겠다 했으니 결혼을 해야하지만 저는 레이니누나도 좋아하거든요."
"엘레니아는 별로 더냐?"
루크의 말에 사무엘이 다시 되묻자 순간 루크가 대답을 하지 못했다. 사실 엘레니아 역시 지구에선 꿈에도 못 꿀 미녀였기에 강인으로서도 루크로서도 욕심이 생기는건 어쩔수가 없었다.
"그게..."
얼버무리며 뒷 말을 흐리자 사무엘이 헛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거 욕심도 많은 녀석아. 난 정말 모르겠다. 네가 알아서 해보거라."
"예?"
사무엘이 고개를 내저으며 말 하자 루크가 놀라 사무엘을 바라보자 사무엘이 인상을 구기며 말했다.
"이 녀석아 다 네놈 때문 아니냐. 여자 일은 당사자가 정해야 하는 법이야. 아까 봤지 내가 난생처음 온 기운을 레이니에게 쏟아부었어 그럼에도 버틴 아이야 다 너 때문이지. 엘레니아 이야기도 들었지? 이제 우리가 파혼 한다고 하면 결국 내 마나와 라이아의 마나를 태우겠지. 그걸 원하는거냐?"
"당연히 아니죠..저 때문에 두분의 마나를 태우다니..안돼요.."
"그렇다면 단 한가지 방법 뿐이구나."
사무엘이 무슨 생각이 들어서인지 헛 웃음을 지어보였다. 루크로서는 괜히 땀이 삐질 흘러나와 머리를 긁적였다.
"무슨 방법인데요."
"끌끌 지크문드님이 한 말이 있지 않더냐?"
"예?"
"그냥 둘다 확.."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