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회. 9장】
레이니 루크는 한 껏 인상을 쓰며 천천히 하나의 병을 꺼네 손에 덕지 덕지 바르며 천천히 레이니의 몸에 펴 바르기 시작하자. 레이니가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혔다. 그러면서도 고통이 조금 있는지 상처에 닿을때마다 몸을 움찔했다.
"고통도 점차 줄어들거에요. 상처도 금방 아물테고 "
그녀의 가슴부터 시작해서 배 등 온 몸을 얇게 고루고루 발라준 루크가 이번엔 다른 병을 들어 손에 묻히고는 천천히 상처와 멍 부위에 발라주기 시작했다.
"앗.."
꽤나 고통이 있는지 레이니가 신음성을 내지만 루크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얼굴도 꽤나 진지한게 루크가 얼마나 레이니를 걱정하는지 느낄수 있었다. 그러자 괜시리 다시금 설레임을 느낀 레이니가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쓰라려.."
레이니가 얼굴을 붉히면서도 고통에 말을 하자 루크가 짐짓 혼내키듯 말했다.
"참아요! 이런 상처들은 재때 치료 안하면 흉터가 남아요!"
"응.."
사뭇 아이를 혼내키듯이 말 한 루크가 마지막으로 약을 다바르고 레이니를 바라보았다. 살짝 눈가에 눈물기가 맺혀있다. 꽤나 쓰라린것인가 생각한 루크가 괜시리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이제 다 발랐어요. 약이 스며들때까지는 옷 입지 말아요. 옷에 약이 다 묻어버리면 안되니깐요."
"응.. 고마워."
레이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푹 쉬세요. 다 말랐다 싶으면 그 때 옷 입으시구요."
"응.."
"가볼게요."
루크가 몸을 돌려 나가려할때였다.
"잠시만."
레이니가 루크를 불러세우자. 루크가 고개를 돌렸다.
"잠시만 같이 있어줘..."
"그럴가요?"
레이니의 부탁에 루크가 웃으며 말하자.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침대위에 서로 바라보고 있던 레이니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랑해"
"저두요.."
레이니의 말에 루크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자. 레이니가 다시 말했다.
"평생 지켜줄게 내가."
"하하 고마워요. 하지만 적당히 훈련해요... 이렇게 다쳐오면 괜히 마음이 아프네요 ."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루크가 대답하자 레이니가 미소를 지었다.
"응. 다음엔 절대 안질게"
"네?"
"아냐. 헤헤"
루크가 고개를 갸웃하며 묻자 레이니가 웃어보이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더니 천천히 루크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덮은 레이니였다.
☆ ☆ ☆
수확제가 시작되고 아스란가에서도 한창 바쁜 일상에 연속이었다. 영지에 나오는 수확물들에 대한 조사와 황성에 내야 하는 일정량에 세금까지 신경서야 함은 물론 루크가 만들어낸 향수역시 대량으로 생산해야 했기에 공장과 인력을 충당해야 했다. 게다가 이번엔 만들어낸 상처약과 정수 물약, 그리고 휴대가 간편한 티백 까지 나름 인기가 많아져 그만큼 일이 많아졌다고 불평이 많았던 사무엘이었다. 심지어 연회까지 잡혀 있어 사무엘은 서재에서 뜬 눈으로 밤을 새운 적이 잦았다.
그렇게 오늘 연회가 시작되는 날 이기에 일찍이 황성으로 떠난 두대의 마차는 아스란가의 식구들을 태우고 잘 다듬어져있는 도로변을 달리고 있었다.
"루크 저것 봐!."
추수가 끝난 밭에서 한창 제를 지내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러자 순간 지구에서의 기억이 문뜩 떠오른 루크였다. 추수철이 되면 휴가를 내어 시골집에 내려가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밭을 도와준 기억, 추수가 끝나고 마을 사람들이 다모여 잔치를 벌였던 기억에 괜시리 루크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그러면서도 아련한 기억에 표정임 점차 씁쓸하게 변해가자 엘레니아는 물론 레이니까지 루크의 표정변화에 고개를 갸웃했다.
"루크?"
처음 보는 루크의 표정에 레이니가 루크를 부르자. 돌아오는 대답이 없었다. 멍하니 창문 밖을 바라보는 루크의 표정이 왜이리 아련하게 보이는지 레이니로선 알 수가 없었다. 그저 걱정스럽게 루크를 바라만 볼 뿐이었다.
엘레니아 역시 처음보는 루크의 표정에 의아함을 표했다. 그렇게 조용히 마차가 천천히 황성에 다다렀을땐 서서히 해가지는 저녁무렵이 되어서 였다. 점차 땅거미가 짙어지고 있었지만 황성은 수확제 축제로 인해 마법 조명으로 여러 불빛으로 화려하게 빛나고 있었고 황성 역시 아직 떠들석하게 많은 사람들이 걸어다니고 있었다.
"도착했네.."
조용히 있던 엘레니아가 말하자 그제서야 루크가 엘레니아를 바라보다가 다시 창밖을 바라보았다. 전쟁의 역사로 세워진 나라 답게 화려한 불빛 속에 빛나고있는 거대한 성벽이 눈에 띄었다. 루크는 처음보는 황성의 모습에 입을 떡하니 벌릴 수 밖에 없었다. 그만큼 황성은 화려하게 빛났지만 마치 태산처럼 곧은 웅장함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대단하네요."
자기도 모르게 루크가 감탄을 자아내며 말하자 레이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황성을 보는건 처음이지 루크"
"네"
"헤헷 처음이니깐 꼭 내옆에 붙어 있어야해 루크!"
레이니가 밝게 웃어보이며 대답하자. 루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엘레니아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레이니! 나도 있다고"
"흥~"
엘레니아의 말에 레이니가 콧방귀를 끼자. 엘레니아가 혀를 내밀었다. 그렇게 마차는 어느세 황성 안으로 들어섰다. 이미 황성은 한창 연회중이었는지 도중도중 음악소리와 시끌벅적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좀 더 일찍 왔더라면 다같이 황제를 만나러 가야했으나 늦은 시각인지라 아버지와 어머니만이 알현실로 향했고 루크와 엘레니아 그리고 레이니와 세리스는 귀족가의 자제들이 모여있는 제 2 연회실로 걸음을 옮겨갔다.
"아스란 공작가 루크 아스란님 레이니 아스란님 세리스 아스란님 지아란 후작가의 엘레니아 지아란님이 입장하십니다."
연회실 문앞에 한 집사의 외침가 함께 천천히 문이 열렸다. 그러자 모두의 시선이 서서히 문 앞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호오..그 말로만 듣던 망나니가.."
"마나의 저주라며?"
"그러게.."
"레이니랑 엘레니아님은 여전히 예뻐."
"세리스님 봐. 귀여워!!"
여러 웅성거림 소리가 들려왔다. 그중 가장 핫한건 엘레니아와 세리스 레이니의 미모였고 뒤이어 루크의 대한 평판이 핫한 이슈였다.
"엘레니아님이랑 저 망나니랑 태중혼약이라지? 쯧쯧.. 저 미모가 아깝다..하필이면.."
"얼굴은 봐줄만한데 성격이.."
"그러게 말이야."
멈추지 않는 웅성거림과 뒷담화에 루크가 이마를 긁적였다. 지들 딴에는 뒷 담하 인것 같지만 이상하게 다들려왔고 당연히 자신보다 기감이 좋은 엘레니아와 레이니에게도 충분히 들리는 말소리였다.
"잇.."
레이니와 엘레니아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해지며 점차 서로의 기운을 끌어내려 하자. 급히 루크가 두명의 손을 잡아채며 말했다.
"괜찮아요. "
"하지만!"
"루크!"
엘레니아와 레이니가 동시에 외쳤다. 세리스역시 마음에 들지 않은지 연실 씩씩거리고 있자. 루크가 그녀의 머리칼을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정말 괜찮아요. 차차 바꿔가면 되겠죠 뭐."
"씨....하지만.."
여전히 레이니가 기분이 나쁜지 화를 내려했다. 사실 루크 역시 조금 화가 나려는 것도 있었지만 어차피 자신에겐 충분히 차고넘치는 엘레니아와 레이니가 있었기에 딱히 그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나 이제 변했다고 일일이 해명하는 수고스러움을 겪고 싶지 않았기에 그려려니했다. 아버지 말로는 다른 또래 아이들과 친분을 맺었으면 좋겠다 했지만 루크로서는 굳이 그러고 싶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