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루크 아스란 전기-55화 (55/412)

【55회. 12장】

노예상인

어슴프레 구름에 가려졌던 달빛이 조금씩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한 사람의 실루엣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자 제롬이 앞으로 나서며 외쳤다.

"누구냐. 신분을 밝혀라!"

제롬의 목소리를 들은 것일까? 점차 가까워지던 검은 실루엣이 잠시 움직임을 멈췄다.

"도..도와주세요..."

뒤이어 들려오는 목소리는 일행에 예상과는 다르게 목소리가 떨려 왔지만 꽤나 감미로운 목소리로 여성임을 알 수 있었다. 제롬이 인상을 쓰며 뒤를 바라보자 루크역시 제롬을 바라보며 천천히 제롬의 곁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여잔거 같은데요."

"아직 위험할지 모릅니다... 조금 더 가까이 와라!"

제롬이 만일을 대비해 여전히 검을 빼들어 소리치자. 멈춰섰던 검은 실루엣이 다시금 한걸음씩 앞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서서히 다가오는 검은 실루엣의 모습은 마치 바람 한점에도 넘어질듯 위태로워 보였다. 그렇게 다가온 실루엣은 곧 모닥불의 불꽃에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자 모두가 헛 바람을 삼켰다.

"흠.."

"...."

모습을 들어낸 실루엣은 초록빛 긴 머리칼과 하얀 피부 그리고 몸매가 다 드러 날정도로 찢겨진 옷을 착용하며 손은 쇠로된 수갑을 착용하고 있었고 무엇이 그리 급했는지 이 추운날씨에 신발조차 신지 않은 맨발의 여인이었다.

게다가 그 여인은 보통 사람들과 다른 특이점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귀의 모양이었는데 아주 뾰족하고 위로 쭉 올라간 것이 보통의 사람들과는 다른 여인이었다. 허나 그 얼굴과 몸매는 평범한 여인보다 더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지만 추위속에 오래 있었는지 얼굴이 파리해져 조금이라도 쓰러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위태로워 보였다.

"...엘프인가."

제롬이 놀라 중얼거리자 루크가 제롬을 바라보았다. 책에서만 들었던 엘프를 실제로 본다는 것이 놀랍기도 했지만 지금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어디에선가 도망쳐 나왔는지 그의 손목엔 쇠고랑이 차 있었고 옷 역시 너덜너덜한 거적때기 하나 달랑 입은체 추위인지 아님 두려움인지 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

"이..일단 이 쪽으로 오세요.."

루크가 급히 다가가 여인을 부축하며 불가로 인도했다.

"제이크, 넵튠 따듯한 음식하고 마실것좀 부탁해요. 제롬은 담요랑 여분의 코트좀 부탁하구요."

루크의 말에 제롬은 여전히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여인을 바라보았으나 결국 루크의 명대로 담요와 코트를 가지러 마차로 향해야 했다.

제롬에게 받아든 털 코트를 여인에게 입혀주며 그 위에 담요를 덮어준다. 그제서야 여인의 몸 떨림이 조금씩 잦아드는 듯 싶자. 여인이 속삭였다.

"가..감사합니다....가..감사..합..."

그동안 고행을 많이 격은듯 조금 긴장이 풀리기라도 한 것일까? 몸이 따듯 해진 여인이 차차 목소리가 잦아들더니 그대로 루크의 품안에 쓰러져 잠들어버렸다. 당황한 루크가 급히 이마를 만져보니 꽤나 고열에 시달린듯 이마는 불덩이로 이 추위와는 완전히 상반될정도로 뜨거웠다.

"열이 심해요."

루크는 품속에 하나의 병을 꺼네 들며 말했다.

"비상약을 만들어오길 잘했네.."

실험하면서 진통제효과가 있는 약초를 몇몇 발견한 적이 있던 루크가 비상시를 대비해 만들어놨던 물약이었다. 천천히 병 마개를 따자 살짝 달콤한 향내가 병에서부터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처음 써보는거긴 한데.. 괜찮으려나.."

루크는 혼자 중얼거리며 천천히 여인의 입안에 약을 넣어주자. 약은 천천히 엘프여인의 입안을 타고 몸속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불가에 여인을 눕이고 제롬이 루크에게 다가왔다.

"흠....행색을 봐선...노예상인에게 당한듯 싶군요."

"노예상인이요?"

루크가 의아해 하며 제롬을 바라보자 제롬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종족들을 잡아다가 비싸게 파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아즈문내에선 불법으로 허락하지 않은 일인데.. 메세츠데는 아직 노예상인들에 대한 법이 없습니다. 아마 메세츠데로 가는 길에 도망쳐 나온 듯 싶군요 이 엘프는.."

제롬의 말에 루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쇠고랑을 찬 상태에 엘프여인을 보며 루크가 마음이 약해졌다. 이 아리따운 여인이 노예가된다면 성노예 뿐이겠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이 쇠고랑을 좀 빼내주겠어요?"

루크가 엘프의 손에 차있는 쇠고랑을 가르키자 제롬이 작은 소도를 꺼네 일직선으로 그어버렸다. 그러자 손쉽게 쇠고랑이 끊어졌다.

"이 쇠고랑은 안에 룬어가 써져있네요?"

반으로 잘려진 쇠고랑을 보며 루크가 말하자 제롬이 다가와 쇠고랑을 살펴봤다.

"마나를 억제하는 마법진이 들어있군요."

"마나를 억제 해요?"

"그렇습니다. 보통 마법사나 기사들을 잡아들일때 쓰는 것이지요. 아마 이 여인은 마나를 이용할줄 아는가보군요 혹 엘프니깐 정령을 사용할수도 있겠습니다."

"그렇군요.."

루크가 고개를 끄덕이며 여전히 잠들어있는 여인을 바라보았다. 다행이 약의 효과가 있는지 고통이 좀 잦아들은 듯 싶다, 어느세 새근거리며 잠든 여인의 표정에서 조금이지만 고통에서 벗어난듯 싶었다.

"그나저나...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글쎄요.."

"아마 노예상인들이 도망친 여인을 찾으러 올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위험해질수도 있지요."

제롬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하자 루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이 여인 때문에 자신들까지 위험에 노출 될 것임을 염려하는듯 싶었다.

"저희는 충분히 해줄만큼 해주었습니다. 옷과 식량을 나눠주고 수갑까지 풀어주었으니 도망칠수있는 길만 가르켜주는게 어떻겠습니까?"

"하지만...너무 불쌍하잖아요.."

루크가 제롬을 바라보며 말하자 제롬이 잠시 고민했다. 허나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신분을 알 수 없는 여인 때문에 도련님을 위험에 빠트릴순 없습니다."

"...제롬 여기서 윈랜드까진 얼마나 걸리죠?"

"아마 2주는 더 가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엘프여인까지 윈랜드로 대려간다 하면 노예상인에게 추적을 당할지도 모릅니다."

"...."

루크가 고민에 빠졌다. 제롬의 말이 틀린 것은 없었다. 신분을 알 수 없는 여인때문에 우리 모두가 위험해질수도 있다 생각하니 루크의 생각을 독단적으로 밀고갈수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이 여인을 버리고 가기엔 무언가 마음에 걸렸다. 만약 다시 노예상인에게 잡히기라도 한다면 이란 생각이 자꾸 루크의 머릿속을 괴롭혔다.

"제..제발 도와주세요"

그때였다. 제롬과 루크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을때 뒷 편에서 엘프여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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