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회. 13장】
잭크 더 아이언
거대한 도끼가 허공을 갈랐다. 달빛을 받아 벋뜩이는 도끼의 날이 루크의 어깨를 노리며 내려쳐질때였다. 하나의 칼날이 잭크의 미간을 향해 허공을 가르며 쇄도해 왔다. 놀란 잭크는 황급히 내려치던 자세에서 도끼를 틀어 도끼의 옆면으로 막아내야 했다.
"어떤 자식이냐.!"
잭크가 인상을 기괴하게 일그러트리며 외쳤다. 루크역시 놀란 얼굴로 칼이 날라온 뒷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 곳엔 제롬과 제이크 그리고 넵튠의 모습이 보였다.
"도련님!"
제롬이 몸을 날렸다. 어느세 그의 손 아귀엔 검이 들려 있었고 검을 던진건 제이크 였나 보다. 땅을 박찬 제롬이 급히 검을 잭크에게 찔러들어갔다.
"이자식들이!"
잭크는 간신히 제롬의 검을 막아냈지만 힘의 차이에 의해 뒤로 세 네걸음 물러나야 했다.
"이 개작식이!"
자기보다 2배나 작은 사내에게 물러 났다는 것이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것일까? 잭크가 분노를 터트리며 소리쳤고 곧장 베틀엑스를 높이 들어 제롬을 향해 베어들어갔다. 허나 제롬은 살짝 몸을 틀어 손쉽게 도끼를 피하고는 그대로 검을 베어 잭크의 몸에 길다란 검상을 만들었다.
"크악!"
잭크가 고통에 찬 신음을 내 뱉으며 다시 한 두걸음 물러선다. 다행히 치명상은 피한듯 하나 검상은 꽤나 길게 이어져 옷을 피로 적시고 있었다.
"수준 차이가 나는구나."
아스란가의 기사단장답게 제롬은 여유롭게 검을 들어보인다. 어느세 제이크와 넵튠 역시 검을 들어 합류하자 잭크의 안색이 창백해져갔다.
"내...내 수하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이냐!"
잭크가 외쳤다. 제롬은 비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지옥에서 널 기다리는 중이다."
".....어떻게.. 그 많은 인원을 다 상대한건가.. 그랬군 그 폭발 때문이구나!!"
분노의 찬 잭크가 고래고래 소리쳤다. 제롬은 제이크와 넵튠을 보며 눈짓하자. 곧 제이크와 넵튠이 땅을 박차고 잭크를 향해 번뜩이는 검을 찔러 들어갔다.
"감히 내 수하들을!!! 다 죽여버리겠다!"
잭크가 소리치며 양손으로든 도끼에 기운을 담는다. 그러곤 마구 잡이로 휘두르기 시작했다. 제이크와 넵튠은 근본없이 휘두르는 도끼에 맞아줄 정도로 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주듯 손쉽게 도끼날을 피하며 빈틈이 생길때마다 칼을 찔러갔다. 확실히 기사와 용병의 차이가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제이크와 넵튠은 검격 하나 하나가 여유롭고 간결하게 이득을 취했고 잭크는 하나 하나가 힘이 너무 실려있음은 물론 근본없이 마구잡이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잭크가 결국 배틀액스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이미 온 몸은 피에 절여 형체를 볼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상처가 나 있었다.
"끄윽....어째서...."
피를 한 움큼 토해내며 잭크가 무릎을 꿇었다. 여전히 자신이 졌다는 것에 믿기지 않은듯 그의 얼굴은 더욱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제롬은 천천히 앞으로 다가가며 칼에 묻은 피를 허공에 휘두름으로 털어내곤 말했다.
"너 따위가 감히 우리의 검을 받을 수 있다 생각하느냐?"
제롬은 오만하게 얘기 했지만 이 곳에 있는 그 누구도 오만하다 생각하지 않았다. 그만큼 압도적인 실력차이 기사와 용병의 차이를 그대로 보여준 대목이었기에 제롬은 비릿하게 웃어보이며 잭크를 노려보았다.
"크흐흐...흐...흐..."
잭크가 허탈함에 웃기 시작했다. 그 웃음은 더욱 커져 올랐고 한점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제롬을 노려보며 외쳤다.
"인정하마! 끌끌끌 하지만 이렇게 끝내진 않을 것이다!!!"
잭크가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다리는 이미 후들 후들 거렸고 온몸이 부르르 떨려온다. 심한 고통에도 간신히 참아내는 잭크의 모습이 보였다. 얼굴은 이미 붉어져 터질것만 같았다.
"후우...후우..."
"가만히 쓰러져있다면 목숨은 부지했을터인데 한심하구나."
제롬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곤 눈으로 쫒을 세도 없이 검을 한번 휘둘렀다. 정확히 잭크의 목부분에 검상이 새겨진다. 아까보다 더 많은 피가 솓구쳤고 제롬은 한발 뒤로 빼며 뿜어져나오는 피를 피해냈다.
"끄으윽."
거대한 잭크의 거구가 바닥에 곤두박질 쳤다. 한동안 몸을 꿀렁이며 피를 토해내던 잭크의 몸이 서서히 잠잠해졌다. 그렇게 완전히 숨이 멎은것을 확인한 제롬은 뒤로 돌아 루크를 바라봤다.
"다행입니다. 어디 다치신곳은 없습니까?"
잭크의 움직임이 멈춘것을 확인하고나서야 제롬은 급히 루크에게 안부를 물어왔다. 루크는 잭크가 쓰러짐에 모든것이 끝났다 생각이 들었는지 자기도 모르게 다리에 힘이 풀린듯 싶었다. 조금만 늦었어도 잭크의 도끼가 자신의 몸을 갈랐다는 생각이 드니 온몸에 피가 싹 빠지는 것 같았다.
"난..괜찮아요..후..다행이야. 제때 와줘서. 그나저나 그 많던 용병들을 다 해치우신거에요?"
"그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도련님이 주신 그 폭탄으로 용병들이 대부분 전멸했습니다."
제이크가 신나 외쳤고 제롬도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네요...후...어... 조..조심하세요 제롬!!!"
갑작스런 루크의 외침 제롬은 급히 몸을 틀었다. 그러자 베틀엑스가 제롬을 향해 날라왔다. 제롬은 황급히 검을 들어 막아내려했으나 너무나 순식간이라 결국 재대로 베틀엑스를 막지 못하고 오른쪽 어깨에 길다란 자상이 생겼다.
"크윽.."
제롬의 오른쪽 어깨를 부여잡으며 인상을 썼다. 제이크와 넵튠은 놀라 당황하면서도 검을 빼들어 앞으로 나서 잭크를 막아섰다.
"어떻게?"
제롬이 신음을 흘리면서도 잭크를 노려봤다. 분명 숨이 멎은 것 까지 확인했것만 잭크가 다시 몸을 일으킨것이었다. 허나 아까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가 뿜어내는 기운과 그의 모습이 전과는 판이하게 달라 보였다.
"그르르르.."
마치 짐승이 된듯 잭크는 그로울링을 내뱉으며 제롬 일행을 노려보았다. 심지어 그가 뿜어내는 기운도 일반적인 마나도 아니었다. 무언가 찐득하고 옥죄어오는 느낌, 마치 늪 속으로 빨려들어갈 것 만 같은 기분 나쁜 느낌에 제롬이 인상을 찌푸렸다.
"...이..이럴수가.."
안느란테가 창백해진 안색으로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