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회. 14장】
"확신할수 없지요....아무튼 알겠습니다. 이미 지나간 일이기도 하고...어떻게 하실 겁니까?"
루크가 다시 묻자 안느란테와 아크로페트가 서로 바라보더니 고개를 푹 숙였다. 하긴 노예상인으로부터 도망쳐야 된다는 생각은 했지만 도망치고 난 후를 생각하지 않았음이 분명했다. 루크 역시 그 점을 알았는지 고개를 끄덕여보인다. 그때 안느란테가 말을 이었다.
"저..저기..루크님..'
"네 안느란테님?"
안느란테가 앞으로 나서며 우물쭈물거렸다. 루크는 그런 안느란테에게 살짝 답답함을 느꼈지만 충분히 기다려주자. 곧 안느란테가 무릎을 꿇고는 말을 이었다.
"아..안느란테님 !"
"루크님...염치가 없다 생각할수도 있겠지만...부탁드립니다...저희 일족에게 조금만 더 도와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예..?"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루크님의 종이되라면 종이 되겠습니다. 루크님....아스란가라면 저희 엘프사이에서도 유명하답니다. 커다란 영지를 가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부탁드립니다."
"그..그런."
"안느란테.."
아크로페트가 안느란테를 말리려했지만 안느란테는 요지부동이었다. 그만큼 그녀의 결심이 크다는 것에 아크로페트역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도 같이 루크의 앞에 무릎을 꿇며 말했다.
"저도 부탁드립니다 이대로 다시 숲으로 들어갔다간 세계수가 다 자랄때까지 저희는 몬스터들 침공에 또다시 죽어나가거나 노예상인에게 잡혀버릴지도 모릅니다. 부탁드립니다 루크님"
"그 거참.."
루크가 당황해 제롬을 바라봤다. 제롬역시 당황한듯 싶었으나 금방 평정을 되 찾고는 루크에게 말했다.
"지금 이곳에 리더는 도련님입니다. 도련님이 정하시지요.."
"그런.."
"그리고 남을 도와주려 했다면 끝까지 책임을 지어야겠지요 아니면 애초에 도와주었으면 안됐습니다."
"그런가요."
"사무엘님의 신조이기도 하지요. 남을 도와주려면 끝까지 도와주라고 전 그렇게 배웠습니다."
제롬이 얼굴에 미소가 맴돌았다. 그와 반대로 루크는 심각한 표정이 되어 여전히 무릎을 꿇고 있는 안느란테와 아크로페트가 보였고 뒤편엔 많은 수의 엘프들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루크를 바라보고 있었다. 결국 모든 시선이 루크에게 쏠렸고 결정을 내려야 할 때였다.
"그게..아직 아스란가의 영지가 저의 영지도 아니고 아버지의 권한이에요 제가 어떻게든 편지를 한통 써줄테니 아버지에게 부탁해보시는게.."
"아..감사합니다..정말 감사합니다."
아크로페트가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해오자 루크는 난감하게 이마를 긁적였다.
"그게 아직 확실한건 아닌데.."
"아닙니다 기회를 주신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아버지가 반대하셔도 전 모릅니다.."
"감사합니다!"
결국 루크로부터 편지 한통을 받아낸 아크로페트와 엘프일족들은 금방 정비를 끝마치고는 아스란가 쪽으로 길을 떠나려 했다. 처음에는 마차도 없고 음식도 없이 어떻게 가려 하는지 걱정했지만 엘프들은 인간들보다 덜 먹고 숲으로 가면 빠른속도로 움직이며 도중 도중 음식도 얻으며 갈 수 있다고 했다. 어차피 더이상 줄 도움도 없거니 한 루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을 보냈것만 안느란테는 그들을 따라 가지 않았다.
"저기 안느란테님은 안가시나요?"
저만치 엘프일족들과 얘기를 나누던 안느란테가 다시 루크에게 돌아오자. 루크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저...그게."
안느란테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그...전 엘프에요..약속은 꼭 지키거든요.."
"...그게 무슨?"
루크가 도저희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제롬을 바라봤지만 제롬도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그..기억 못하시나요...그..."
안느란테가 우물쭈물 했다.
"그??"
루크가 다시 되묻자 안느란테가 길게 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처음에 도와주실때 아니면 일족을 도와주실때도 제가 했던 말이..종이든...노예든 뭐든 하겠다고..그..그러니..같이...갈려구요 안될까요?.."
"예!?"
뒷 말을 흘리며 자그맣게 얘기하는 안느란테의 말을 듣고 화들짝 놀란 루크가 다시 되물었지만 얼굴을 붉히며 안느란테는 더이상 말이 없었다. 제롬도 당황하며 헛웃음을 지었고 뒤에서 구경하던 제이크와 넵튠도 웃음을 터트렸다.
"아..아니 굳이 그럴필욘 없어요. 그런 것을 생각하고 도와준게 아니에요."
"..하..하지만.."
"정말 괜찮아요."
"혹시 제가 싫으신건가요? 그런가요?"
안느란테가 눈가에 살짝 눈물 방울이 맺히며 슬픈 표정을 지어보였다. 루크는 다시금 놀라며 손사래치며 고개를 저었다.
"아..아니요 그건 당연히 아니죠 "
"그러면 괜찮다는건가요?"
"아니!.. 노예라뇨 저는 노예는 원치 않아요 정말이에요."
"저가 싫으신거군요? 그런거군요....흑...흑.."
"아니.."
안느란테가 엎어져 눈물을 흘린다. 루크는 놀란 얼굴로 제롬을 바라보자. 제롬이 헛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알았어요 일단..같이 가요 하지만 노예는 아니에요 알았죠! 하녀도 아니구요!"
"그럼 전 뭐죠!"
"음.. 친구? 그래! 친구요!"
루크가 당황해 하며 외쳤다. 그러자 안느란테가 언제 울었냐는 듯이 씩 웃어보였다.
"헤헷 역시 제가 여태 느낀 루크님다워요!! 좋아요!! 같이 가요!! 사실 진짜 노예처럼 대하면 어떡하나 하고 걱정까지 했거든요 히힛"
안느란테가 방긋 웃어보이며 루크에 팔짱을 끼며 말했다. 폭신한 그녀의 가슴이 루크의 팔에 닿아 루크를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저..저."
"어서요!! 헤헷"
"...."
루크를 잡아 끌며 마차가 있는 쪽으로 가자 제이크와 넵튠이 웃음을 터트렸고 제롬도 여전히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여난이구나..여난이야...이거 엘레니아님이나 레이니님이 알게되면 또...쯧쯧."
"저..저.."
"어서 가요!"
안느란테는 적극적으로 루크를 이끌고 마차로 향해갔다. 어느세 떠오른 태양은 다시금 새로운 여정의 시작을 알려주듯 밝게 빛나고 있는듯 싶었다.
"모두들 안가나요?"
어느덧 루크와 마차에 들어앉은 안느란테가 창문으로 얼굴을 빼꼼히 내밀고 제이크와 넵튠 그리고 제롬을 향해 외쳤다.
"아..가..갑니다."
제이크와 넵튠이 화들짝 놀라며 마부석에 앉았고 제롬은 한숨을 내쉬며 마차에 탑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