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회. 15장】
안느란테가 잠시 뜸을 들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무언가 큰 일이 있는 듯 싶자 루크가 대답했다.
"아..힘든 얘기라면 안하셔두 돼요."
"아니에요 이미 지나간 일인걸요. 사실 푸른 바다 일족이 하룻밤 사이에 사라졌어요. 특히 그들은 저희 푸른 달빛 숲의 일족이랑 교류가 많았거든요. 그래서 자주 찾아가보기도 했는대. 어느날 세계수도 뽑혀있었구 숲이 불타 있었어요.. 마치 저희가 당했던 것처럼 게다가 그들 일족은 단 한명도 발견하지 못했지요.."
안느란테의 목소리가 살짝 다운되어있었다. 표정도 씁쓸함이 물씬 풍겨왔다. 안느란테는 괜시리 손에 들린 찻잔을 어루어만지며 말을 이었다.
"전 그래도 그들이 살아있을거라 생각해요..언젠간..언젠간 만나게 되겠죠?.."
안느란테가 일부러 밝게 연기하며 얘기하자 루크도 안느란테 따라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고 맞잡은 팔에 힘을 주며 말했다.
"안느란테님이 믿으니 당연히 모두 건강하게 살아있을거에요 저도 꼭 그들이 살아있길 기도할게요!"
"고마워요 헤헷.."
루크의 말에 안느란테가 얼굴을 붉혔다. 제롬은 그런 루크를 보며 혀를 차며 속삭였다.
"선수야.. 선수.."
"제..제롬!"
루크가 당황해 하며 제롬을 바라보았고 제롬은 그런 루크의 얼굴을 피하며 차를 한모금 음미했다. 안느란테만이 고개를 갸웃 할 뿐이었다.
"그나저나 마리에테님은 어디에 계신줄 아시나요? 만날수만 있다면 연금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요 마나의 저주도 그렇구."
"그게.."
안느란테가 이마를 긁적이며 말했다.
"사실 저희 푸른 달빛 숲의 일족들도 그분의 행방을 알지 못해요...세계수에서 새로운 하이엘프를 지정해주지 않았다는 것을 보면 아직 살아계시다는 것 같은데.. 저희도 그분을 만나뵙질 못했거든요.. 굉장히 바쁘신 분 같아요."
"그렇군요..."
루크가 아쉬워하며 대답했다.
"아쉽네요..뵙고 싶었는데."
"꼬..꼭 뵙게 될거에요 저도 응원하고 도와줄게요!!!"
"하하 감사합니다. 안느란테님"
"헤헤.."
안느란테의 웃음에 루크가 황급히 고개를 돌려 붉어진 자신의 얼굴을 감추려했다.
☆ ☆ ☆
"그..그러니깐 루크가 보냈다구요?"
"하하 그게 그렇습니다..하핫..."
아크로페트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리고 그의 손에 들린 편지를 사무엘에게 건넸다. 사무엘은 당황스럽게 그 편지를 받아들이며 뒷쪽을 바라보았다. 이미 영지 사람들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많은 수의 엘프들에 의해 진풍경을 이루고 있었고 어느센가 저택 앞에 모여 그들과 얘기를 하거나 또는 구경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엘프들도 스스럼 없이 영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는데 꽤나 화기애애 하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사무엘은 물론 뒤쪽에 당황한 얼굴로 서있는 라이아와 세리스는 물론 레이니도 마찬가지였다.
"...이..일단...들어오시지요.."
사무엘은 급히 당황하며 아크로페트와 몇몇 엘프들을 저택에 초대했다.
"흠..."
아크로페트에게 받아든 편지를 읽으면서 사무엘의 표정이 굳어져갔다. 라이아와 레이니그리고 세리스도 사무엘이 읽는 편지가 궁금한지 힐끔 힐끔 쳐다보곤 했었다.
"루크가 다치거나 그런건 아니겠지요?"
사무엘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아크로페트에게 묻자 아크로페트가 급히 대답했다.
"예 걱정하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조금 다치신거 말고는 괜찮아 보였습니다."
"그..!"
조금 다쳤다는 아크로페트의 말에 레이니가 놀라 사무엘을 쳐다보자 사무엘이 레이니를 제지 시켰다. 여전히 표정이 굳어 있었지만 그리 심하게 다친건 아니라는 아크로페트의 말에 조금 안심이 되었다. 사무엘은 다시금 편지를 읽어갔다. 그 내용엔 자신들의 안부와 함께 그동안 루크가 겪었던 일을 간략하게 써 있었다. 노예상인들과 엘프들에관해 이런저런 이야기에 한편으론 루크가 대견스럽기도 했지만 걱정이 먼저 앞선 사무엘과 라이아였다. 레이니는 두말 할 것 없이 자기도 윈랜드로 가겠다고 하는걸 막아야 했지만 말이다.
"아무튼...이야기를 좀 나눠보지요."
편지를 라이아에게 건네고 사무엘이 아크로페트를 향해물었다. 아크로페트는 고개를 숙여보이며 말했다.
"터전을 잃었다지요..."
"그렇습니다. 편지에 어떻게 써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몬스터들과 노예상인들에 의해 저희 터전이 불탔습니다 저희를 지켜줄 세계수역시 불타 이 것만이 남았지요.."
아크로페트가 주머니에서 하나의 씨앗을 건네 보였다. 사람 주먹보단 조금 자그마한 씨앗이었지만 웬만한 씨앗보단 그 크기가 달랐다. 사무엘은 잠시 씨앗을 받아들어 손에 쥐어보자. 아주 조금이지만 씨앗에 특별한 기운이 느껴짐을 알 수 있었다.
"그렇군요..."
"그래서 부탁드립니다. 잠시 이 곳에 몸을 의탁하고 싶습니다. 사고는 치지 않겠습니다! 도와주십시오!"
아크로페트가 다급히 고개를 숙이며 부탁해왔다. 사무엘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들을 받아들이는 것엔 문제가 없었다. 영지역시 아직 비어있는 곳도 있었으나 그들은 이종족, 자신의 영지민들과 잘 지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영지민들과 사는 생활방식이며 문화차이가 꽤나 극명할것임이 분명했다. 지금에서야 급하니 잘 지내겠다고는 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다보면 그 차이가 곪아 터져버릴지도 몰랐다. 사무엘의 고민을 하며 라이아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힘든걱정할때마다 옆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자신의 아내를 보자 라이아가 사무엘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전적으로 사무엘의 의견을 믿는다는 듯 했다.
"부탁드립니다."
다시 아크로페트가 고개를 숙여왔다. 사무엘은 괜시리 이 당황스러움에 루크를 원망하며 결단을 내려야 했다.
'루크..돌아와서 보자꾸나....후..'
사무엘이 아크로페트를 바라봤다. 그 늙은 엘프는 기대감에 가득찬 얼굴로 사무엘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