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회. 16 윈랜드】
"혹시 안느란테님 이 골렘으로부터 무슨 기운 같은건 안 느껴지나요?"
"기운이요?"
안느란테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예 혹 마법적인 느낌이나. 아니면 어느 한 곳에 마나가 모여있다던가 그런 거요."
안느란테는 루크의 말을 듣고는 곧장 기감을 펼쳐 보았다. 정령까지 소환해 조금이라도 마법적인 기운을 찾아보려한듯 형형색색의 정령이 골렘의 온 몸을 훑어 지나간뒤 다시 안느란테에게 다가갔다.
"흠.. 그닥느껴지지 않는데..."
안느란테가 이리저리 둘러보며 말했다. 그러고는 한번에 도약으로 골렘의 어깨까지 뛰어오른 안느란테였다.
"대단하네요.."
그런 안느란테를 보며 루크가 놀란 얼굴로 안느란테에게 말하자 안느란테가 얼굴을 붉히며 웃었다.
"이 머리 쪽 부분에서 무언가 느껴지긴 해요 하지만 그게 다에요. 이렇게 커다란 골렘을 움직이기엔 너무나 티끌 같은 흔적이에요."
"흠..그런가요 동력원이 이 머리쪽에 있다가 사라진건가?..고마워요 일단 내려가보죠."
루크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고개를 끄덕이곤 말했다. 그러자 안느란테가 루크를 덮썩 안아들자. 놀란 루크가 안느란테를 바라보았다.
"저..저기."
"가만히 있으세요! 꼭잡아요!"
"예? 엇!"
안느란테는 다시 골렘의 어깨를 박차고 뛰어올랐다. 그러곤 사뿐하게 골렘의 바닥으로 내려 앉는다. 루크는 놀라 안느란테를 꼭 끌어안았다. 그러자 그녀의 폭신한 가슴이 루크에 가슴팍에 느껴지자 괜시리 얼굴이 붉혀졌다.
"자 다 내려왔어요"
안느란테가 방긋 웃으며 대답하자. 루크가 황급히 안느란테의 품안에서 내려 왔다.
"고마워요..."
"헤헤 아니에요~ 루크님이라면 매일"
"예?"
"아..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나저나 지크문드님이랑 데미아스님은 가셨나봐요."
안느란테가 주변을 돌아보며 말하자 루크도 그제서야 그 둘의 행방을 찾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보자 병사들의 수도 조금 줄어있었고 데미아스와 지크문드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오직 소수의 병사와 제롬과 넵튠 제이크의 모습만이 보였다.
"아...그런가보네요.."
오랫동안 골렘을 관찰했었는지 몇몇의 병사들은 각자 바닥에 앉아 쉬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제롬과 넵튠 제이크는 서로의 검술을 맞춰보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표정에는 꽤나 무료한듯 싶어보인다.
"괜히 저 때문에 다른 분들이 심심한가보네요."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루크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하자. 안느란테가 루크에게 가까히 다가와 말했다.
"저는 루크님과 둘이 있는게 좋은걸요~"
"그..그런가요?"
루크가 이마를 긁적이며 말했다. 안느란테는 기쁜듯 고개를 끄덕여보이자. 순간 둘의 입이 열렸다.
"저..저기."
"그게..."
"아..먼저하세요."
서로 동시에 열린 입에 루크가 황급히 안느란테에게 선수를 양보했다. 안느란테도 고개를 내저었지만 루크가 괜찮다며 안느란테를 바라봤다. 결국 안느란테가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루크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어진 잠깐의 정적. 안느란테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잠시 우물쭈물하다 힘겹게 말을 시작했다.
"루크님은 혹시 좋아하시는 분이 있나요?"
수줍게 물어오는 그녀의 얼굴은 붉게 홍조가 자리잡고 있었다. 루크는 설마했던 우려가 진짜였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러자 괜시리 한숨이 나왔다.
"안느란테님 그게 사실.. 저는 이미..약혼을 맺은 사람이 있어요..."
"...예?"
루크의 말에 충격으로 다가온것일까? 안느란테의 밝았던 표정이 금세 굳어지며 다시 루크에게 되 물었다.
"..진작에 말했어야 하는데...그게.."
"아..저..전.. 그것도 모르고..."
안느란테의 눈가에 어느샌가 촉촉해졌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밝게 웃어보려 노력하는 그녀를 보며 괜시리 안쓰러움이 느껴진 루크였다. 허나 확실히 해야 함을 알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안느란테도 안느란테지만 자신에겐 레이니와 엘레니아가 있다는 것을 계속해서 상기하며 루크는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는 안느란테를 바라보았다.
"죄송해요..전 바보같이...그럼 그렇죠 루크님 같은 좋은 분이라면 당연히..."
결국 안느란테의 눈가에 눈물방울이 떨어지자 루크가 꽤나 당황한 얼굴로 안느란테를 바라보며 말했다.
"울지말아요.."
"헤헤...전 괜찮아요...죄송해요 루크님 잠시 저 혼자 있고 싶어요.."
그 말을 뒤로 안느란테가 빠르게 동공 밖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루크는 잠시 뒤따라 갈까 하는 고민을 했지만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어느세 모습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밖으로 사라진 안느란테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런 둘의 모습에 제롬과 제이크 그리고 넵튠까지 고개를 저었고 다른 병사들도 무슨 일인가 싶어 루크에게 시선이 쏠려 있었다.
그렇게 안느란테가 사라지고 다시 골렘을 조사하기엔 심난한 마음에 골렘이 눈에 들어오지가 않았다. 결국 더이상 골렘에 대한 조사를 할 수 없다고 판단한 루크는 부대로 돌아가기로 결정해야 했다.
"안느란테님은 먼저 돌아간건가.."
제롬이 중얼거렸다.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안느란테 때문에 결국 동굴 주변을 샅샅이 뒤졌지만 안느란테의 모습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자 루크의 표정에 걱정이 묻어나왔다.
"일단 부대로 돌아가지요 어쩌면 그 곳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제롬의 결정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서서히 날이 저물려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부대로 돌아온 그들은 어느세 노을이 지고 있었고 땅거미도 굉장히 짙어지고 있었다. 부대로 돌아온 루크는 급히 부대 내에 있는 안느란테의 방으로 향했지만 여전히 인기척이라곤 조금도 느껴지지 않자 더욱 다급해진 마음으로 말했다.
"...이 곳에도 없어요."
루크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제롬에게 말했다. 어느세 데미아스와 지크문드도 돌아와 그간의 사정을 듣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말했나보구나?"
데미아스의 말에 루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크문드는 연실 혀를 찼고 데미아스도 난감한 상황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 곳은 분쟁지역이야 게다가 몬스터들도 가끔 출몰하니 어서 찾아보는게 좋을게다."
"...네."
루크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모든게 마치 자신 때문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렇게 루크는 제롬과 제이크 넵튠 이 넷이서 함께 부대를 나섰고 몇몇 병사들도 조를 이루어 안느란테를 찾기 위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일단 도심지로 가요! 그 곳에 있을수도 있잖아요. 각자 따로 따로 떨어져서 찾아봐요"
루크의 말에 제롬이 고개를 끄덕였다. 윈랜드 도심지역은 여전히 밤인데도 여기저기 불이 많이 켜져있었다. 군인들과 장사치들을 상대로 연 술집들도 많았고 길거리 지나다니는 사람도 아직 많이 있었기에 그 누구도 이 곳이 분쟁지역이라 생각하지 않을 정도였다.
"후..이 곳에서도 없는건가."
얼마나 찾아 다녔는지 어느세 어두컴컴한 하늘에는 밝은 달이 떠올라 윈랜드를 밝혀주고 있었다. 높이 떠오른 달빛을 바라보며 루크는 윈랜드 도심 내에 있는 중앙 분수대에 터벅터벅 걸어가자. 저만치 제롬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뒤이어 제이크와 넵튠이 뒤따라 보였다. 그들 역시 안느란테를 발견하지 못했는지 분수대로 다가오는 루크를 보며 고개를 저어보이자 루크의 표정이 더욱 심각하게 굳어져만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