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회. 18장】
아리스 갑작스런 빛의 폭사에 급히 제롬이 루크를 막아섰다. 빛에 의해 눈을 뜨기가 여의치 않았음에도 루크를 지켜야 한다는 일념하에 나온 행동이었다.
그렇게 빛은 얼마간 이어지더니 어느순간 흔적도 없이 모습을 감추자. 그제서야 그 곳에 있던 모두가 천천히 눈을 뜰 수 있었다.
"저..저기에!"
한 병사가 손가락을 가르키며 외쳤다. 그러자 몇몇 병사들이 그 병사를 따라 외쳤고 곧 제롬과 루크의 시선도 그 병사가 가르키는 곳을 바라볼 수 있었다.
병사가 가르켰던 곳은 골렘이 있던 자리였는데 어느센가 골렘의 모습은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췄고 그 뒤에 새로운 동굴에 입구가 자리 잡고 있었다.
"아.."
동굴을 바라보던 루크는 마치 동굴에 이끌리듯 새롭게 생긴 동굴의 입구로 걸어들어가려할때였다. 제롬이 루크를 막아서며 말하자. 루크가 제롬을 바라보며 말했다.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아냐..."
제롬의 말에 루크는 여전히 입구를 향해 눈을 떼지 못하면서 말을 이어갔다.
"괜찮아...누군가 나를 부르고 있어."
"예?"
제롬이 의아한 표정으로 루크를 바라보았다.
"괜찮아. 제롬 따라와도 돼."
그말을 뒤로 제롬을 지나친 루크는 동굴에 입구로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고 제롬은 잠시 동굴의 입구를 바라보더니 탐탁치 않은 시선을 하며 결국 루크를 따라 들어가야했다.
동굴은 이 곳에 입구와 마찬가지로 꽤나 크고 인위적을 만들어 졌음을 알 수 있었다 그 이유로 횃불이 없음에도 천장에 박혀있는 빛을 내는 보석과 함께 도중 도중 보이는 인위적으로 깎은듯 보이는 흔적들 때문이었다.
그러한 인위적인 동굴의 모습을 보며 제롬은 연실 불안한듯 한손을 검에 가져다 대며 걷고 있었고 루크는 거리낌 없이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렇게 그들이 도달한곳은 골렘이 있던 동공보단 작은 방이 하나 있었데 그 방 가운데엔 하나의 제단이 놓여있었다. 제단은 척 보기에도 무언가 중요한 것을 놓기 위해 만들어져 있는 듯 싶었다. 석공사가 정성을 들여 만들었는지 제단은 대리석을 잘 깎아 만들어져 있었다.
루크는 그 제단을 바라보며 다시 성큼성큼 걸어가자. 대리석의 제단 위에 에메랄드 색의 별자리와 양의 문양이 그려져 있는 팔찌를 볼 수 있었다.
"이거에요.."
루크가 손을 뻗어 팔찌를 가르켰다. 제롬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루크를 가로막으려 했지만 루크의 행동이 조금더 빨랐다. 손에 닿은 팔찌는 곧 형형색색의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도련님!"
제롬이 소리쳤다. 허나 루크의 대답은 들려오지 않자 다급해진 제롬이 루크를 잡아챘으나 어떠한 움직임도 없이 마치 형형색색으로 밝게 빛나는 빛에 홀리는 멍하니 팔찌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편 루크는 갑작스레 폭사되는 빛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는대 어느순간 루크의 머릿속의 누군가의 음성이 들려 오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약간 중성적인 목소리, 제롬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루크는 자기도모르게 자신의 팔목에 차여진 팔찌를 보며 속삭였다.
"혹시...그쪽에서 말 하는건가요?"
'그대가 내 이름을 불러 깨웠는가..'
루크의 중얼거림에 곧 루크의 머릿속에 다시금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신은 누구시죠?"
'난 마리에테의 첫번째 별이다. 네가 내 이름을 부르고도 알지 못하는 건가?'
자신을 아리스라고 소개한 팔찌에 루크는 놀란 얼굴이 되어 다시 입을 열었다.
"혹 그 골렘을 말한 것인가요?"
'그렇다.'
"대..대단해요. 옛 마도시대는 골렘은 이렇게 대화도 가능 한 것이었나요?..."
루크가 감탄을 자아내며 말하자 다시 한번 팔찌가 떨려오더니 머릿속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지만은 않다. 난 마리에테에 의해 만들어진 특별한 골렘이니까.'
"그러고보니 마리에테라 하셨는대 혹시 마리에테 레예린 말하시는 건가요? 그 연금술사이신.."
'그렇다. 그리고 마리에테가 만들어낸 12개의 신물중 하나가 바로 나이기도 하지. '
"그렇군요!"
루크가 놀랍고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골렘의 목소리에 상기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였다. 제롬이 인상을 찌뿌리며 루크를 불러세웠다.
"도련님!"
"네?"
"도대체 아까부터 누구랑 얘기 하는 것이죠?"
제롬의 말에 루크가 밝게 웃으며 루크의 오른손에 착용되어있는 팔찌를 가르켰다.
"이거에요 방금전 골렘이 이 팔찌였어요."
루크의 말에 제롬은 황당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팔찌를 바라보았다. 그 팔찌엔 전 동공에서 보았던 발게 빛나던 별이 그려져 있었고 양의 얼굴이 그려져있었다. 그럼에도 제롬은 아직 루크의 말에 공감이 잘 되지 않는 듯 싶었다.
"그 아리스라고 하던게?"
"맞아요!"
루크가 손뼉을 치며 말했다. 허나 제롬은 여전히 걱정스런 표정으로 루크에게 물었다.
"혹시 몸에 이상한 점 같은 것 없습니다? 어쩌면 저주라든가.."
"괜찮아요 그런 점은 딱히 느껴지지 않아요!"
"아... 잠시만요!"
그때였다. 루크가 갑작스레 팔찌가 놓여 있던 제단을 이리저리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곧 제단의 뒷편에 작은 단추를 누르자. 제단에 자그마한 문이 열리며 한권의 책이 툭 하니 튀어나왔다.
"이건?"
루크가 놀란 얼굴로 중얼거렸다.
'마리에테의 일기장이다.'
"...일기장이요?"
'그렇다. 그 곳에 자세한 이야기가 써 있을 거다. 그리고 넌 아직 나에게 완전히 인정 받은 것이 아니란 점을 알아야 한다.'
"그게 무슨 소리죠?"
'나에게 너의 의지를 보여라. 난 아직 마리에테 대신 너를 나의 주인으로 인정하지 않았으니.'
아리스는 여전히 아리송한 말을 해왔고 루크는 고개를 갸웃 하며 속삭였다.
"무엇을 보이라는 것이지요.. 전...가진 게 없는데 그렇다고 힘도 약하고.. 마나의 저주 때문에.."
'그러한 것이 아니다. 너와 같이 있으면서 너의 의지를 내가 볼 것이다. 그 때 내가 널 정하겠다. 넌 그저 평소대로 지내기만 하면 된다.'
"그..그런가요?"
'그렇다. 그리고 마나의 저주는 아무것도 아니다 나를 만들어낸 마리에테 역시 마나의 저주를 받은 엘프였으니까 말이다.'
아리스의 말에 루크는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러곤 조심스럽게 마리에테의 일기장을 펴 보았다. 그 안엔 빽빽하게 글자들이 적혀 있었다. 대충 훑어 본 루크는 일기장을 품속에 넣어두곤 제롬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이 곳에 볼 일은 없어요 돌아가요!"
"괜찮은거 맞은 십니까?"
"응 괜찮아 정말이야! 어서 이 사실을 할아버지께 알려드리고 싶은걸"
"아..알겠습니다."
그렇게 제롬과 소수의 병사들을 대리고 다시 부대로 복귀한 루크는 황급히 데미아스와 지크문드가 있다는 상황실로 향했다. 그 곳엔 꽤나 심각한 표정에 데미아스와 지크문드가 있었지만 곧 루크의 모습을 보곤 표정을 풀며 밝게 루크를 맞이했다.
"그래. 오늘은 일찍 돌아왔구나?"
데미아스의 말에 루크는 밝게 미소를 보였다. 그러자 눈치가 빠른 지크문드가 놀란 얼굴로 다급히 물어왔다.
"골렘의 비밀을 푼 것이냐?"
지크문드의 말에 루크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오른손을 뻗어 보였다.
"무엇이냐?"
그런 루크의 행동에 지크문드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거 보세요 이 팔찌. 그 커다란 골렘이 이 팔찌가 되었어요. "
"...뭐?"
지크문드와 데미아스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루크의 팔찌를 바라보았다. 에메랄드 색의 빛을 내는 심플한 팔찌에는 지크문드도 익히 알고 있는 별자리가 그려져 있었고 양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