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회. 20 죽다】
"제롬 하얗고 꽃잎이 세개인 꽃이야! 잘 찾아야해!"
"네"
안느란테와 자신이 이야기를 나누던 윈어드 호숫가였다. 그 크기는 어두어서이기도 하지만 넓기도해 그 끝을 보기 힘들었고 물의 수심 역시 몇 미터나 될 정도로 높은 수심을 자랑하는 호수였다. 다행이도 호숫가에 달빛이 환하게 비춰 꽃을 찾기에는 나쁘지 않았으나. 호숫가의 크기가 문제였다. 그럼에도 루크와 제롬은 연실 호숫가 주위를 돌며 꽃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얼마나 호숫가 주변을 돌아다녔을까? 이미 겨울의 날씨임에도 옷이 땀과 흙으로 더럽혀져 있음은 물론 지쳐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였다. 그럼에도 포기 하지 않고 주변을 돌아보았으나 비슷한 꽃 조차 찾을 수가 없자 제롬이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도련님 내일 다시 찾아보는게 어떻겠습니까?"
걱정스런 표정으로 제롬이 물었다. 허나 루크는 고개를 저으며 여전히 발 밑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조금만 더요...조금만.."
언제 지크문드가 흑마법에 의해 잠식 당할지도 모를 상황에서 루크는 자기 편하자고 찾는걸 포기 하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만약 이 윈어드 호수에 꽃이 없다면 정말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했기에 오기를 부려서라도 좀더 찾고 싶어한 루크였다. 그런 루크를 보며 제롬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면서도 다시 꽃을 찾기위해 분주히 몸을 움직였다. 그렇게 또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제롬 역시 땀이 흐르고 마르길 여러번 지친기색과 함께 으슬으슬 떨리는 추위가 점차 제롬을 잠식해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동안 훈련으로 수련해온 제롬도 이러할진데 루크는 평범한 사람보다 약한 몸을 가지고 있음을 안 제롬은 다급히 루크를 막아서며 말했다.
"너무 늦었습니다. 이러다 도련님이 먼저 골병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알아..하지만 조금만 더."
"도련님.."
루크가 고집을 부렸다. 허나 이곳에서 더이상 있다간 루크의 몸이 남아질 않을 것 같은 제롬은 계속해서 루크를 막아서려하자 루크가 바닥에 털썩 주저 앉으며 말했다.
"정말...없는걸까.."
한숨 섞인 목소리로 제롬에게 묻자. 제롬도 루크의 옆에 털썩 주저 앉으며 말했다.
"내일 아침에 병사들과 함께 찾아보면 오히려 쉽게 발견할지도 모릅니다.
"응..후..만약. 지크문드님이 잘 못 되면 어쩌지? 엘레니아누나는 어떻게 보고.."
"괜찮으실 겁니다."
"그래..그랬으면 좋겠다.."
루크의 걱정어린 말에 제롬은 그저 묵묵히 답해줄 뿐이었다.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루크.'
그때였다. 제롬과 루크가 흙바닥에 앉아 있을때 아리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제롬이 이상한 눈으로 보자. 루크가 팔찌를 가르켰다. 제롬은 여전히 익숙치 않은 모습으로 루크를 보며 헛웃음을 지어보였다.
'책에는 호숫가 주변에 자란다고 나와있진 않았다.'
"예?"
뜬금없는 아리스의 말에 루크가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되물었다.
'나도 확실치는 않지만 호숫가 주변이 아닌 호수에서 자라나는 꽃이 아닐까 싶다.'
"아!.그래요..어쩌면 아리스님 말이 맞을지도 몰라요!"
루크가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제롬은 갑작스런 루크의 행동에 고개를 갸웃하며 루크를 바라보았고 루크는 급히 달려가 호수가를 바라보았다. 달빛이 환하게 빛춰 검은 바탕에 노란빛이 일렁이는 듯 신비로움을 주는 호숫가였다. 잔잔한 호숫가에 루크가 제롬을 돌아보며 외쳤다.
"제롬 어쩌면..이 호수 안에 그 꽃이 피어나고 있을지도 몰라"
"호수 안에 말입니까?"
심각해진 표정으로 제롬이 몸을 일으켜 루크에게 다가왔다. 루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호수를 가르키며 말했다.
"책에서도 호수에서 자라난다고 했지 주변에 자라난다고 하진 않았어. 틀린 말일지도 모르지만. 어쩌면...정말 이 호수 안에 있을지도 몰라."
"그 말은.."
"들어가봐야겠어."
루크가 외쳤다. 제롬은 그런 루크에게 다급히 루크를 가로막으며 말했다.
"안됩니다! 지금 이 시기에 호수에 들어가면 도련님은 1분도 버티지 못할 겁니다."
"하지만!"
"제가 대신 들어가겠습니다."
제롬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루크는 걱정스런 표정을 지어보이며 제롬을 바라보자 제롬이 웃어보이며 말했다.
"저는 아스란가에 기사입니다. 이정도 추위와 물은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도련님이 들어가서 잘못되는것보단 제가 들어가는게 나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부탁할게.."
제롬의 말에 루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오직 부탁한다는 말만 해줄 말이 없었다. 그 말을 뒤로 제롬은 두꺼운 코트를 벗어던지고 간편한 복장으로 천천히 호수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맨발이 차가운 호숫물에 닿자. 차가운 한기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마치 순식간에 얼어버릴 정도에 추위를 느꼈으나. 제롬은 자신의 마나를 끌어내 전신을 감싸않기 시작하자 그나마 추위가 조금은 가시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걸음 한걸음 호숫가로 들어간 제롬은 곧 완전히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고 그 모습을 확인한 루크는 그저 호숫가 주변에서 발만 동동 구를 뿐이었다.
30분이 지나고 한시간이 지났고 또 얼마나 더 지났을지 몰랐더 어느세 달빛조차 구름에 가려져 있었다. 칠흑같은 어둠속에 루크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마치 별 하나 없는 밤하늘과도 같은 호숫가를 바라볼뿐이었다. 누가 본다면 호숫가라고는 믿지 않을 정도로 어두워 앞뒤 양옆이 분간조차 하기 어려웠는대 루크 역시 만약 달빛이 있을때 이곳을 호수란걸 보지 못했다면 호수가 어디있는지 몰랐을지도 몰랐다. 그정도로 어두운 호숫가에 루크가 표정이 점차 굳어지며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