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루크 아스란 전기-81화 (81/412)

【81회. 20 죽다】

"제롬!..어디있어?"

고요한 호숫가 제롬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호수는 여전히 잔잔했고 여기저기서 들리는 풀숲에서 나는 벌레소리만이 귀를 멍하게 할 정도로 울릴 뿐이었다. 루크는 왠지모르게 주변을 자주 돌아보았고 마치 누군가 있지 않을까? 하는 망상까지 들기 시작하자 괜시리 두려움이 일기 시작했다. 허나 그 무엇보다 더 두려운건 혹여라도 제롬이 잘 못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었다. 벌써 들어간지 꽤 시간이 지난듯 싶었으나 아무런 미동 조차 느껴지지 않아 그 걱정이 더해가기 시작했다.

"제롬!!"

루크가 걱정을 참지 못해 크게 소리쳤으나 여전히 돌아오는 대답이 없었다. 루크는 자신 때문에 제롬이 무슨 일을 당했다라는 자괴감까지 들기 시작했다. 이 어두운 물속에 시야도 보이지 않은 곳에 꽃을 찾기위해 들어간다니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말이 되지 않았다. 아무리 마나를 사용하는 기사라해도 굉장히 힘들거라 생각한 루크는 더욱 발을 동동 구르며 연실 제롬의 이름을 외쳤다.

"제롬!!"

루크가 결국 호숫가로 한걸음씩 다가갔다. 신발에 묻은 호숫가에 물에 찬기운이 확하고 올라오는 듯 싶었다. 그럼에도 제롬에대한 걱정에 그 조차 느끼지 못해 다시 한걸음 호수로 들어가려던 찰나였다. 루크의 옆에 파동이 일어나더니 곧 한바탕 물보라가 튀어올랐다. 뒤이어 제롬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후우...후우..."

꽤나 지친듯 축 처진 어깨로 간신히 한발 한발 움직여 호숫가 주변으로 나온 제롬의 모습에 루크는 급히 제롬에게 다가갔다. 제롬에게 다가가자 주변에서 까지 차가운 한기가 물씬 풍겨오는 듯 했다.

"제롬 괜찮은거야?!!"

루크의 말에 제롬이 숨을 헐떡이면서도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더이상 꽃은 괘념치 않았다. 그저 제롬이 무사히 돌아왔다는 것에 안심이 큰 루크였다. 그렇게 루크가 안심을 하고 있을 때였다. 제롬이 자신의 품속을 뒤지더니 하나의 하얀 꽃을 루크에게 건넸다.

"이거.."

"찾았습니다...후...호수..호수 안에 있었습니다 루크님의 말대로..후우...후우..전 조..조금만 쉬겠습니다."

제롬이 그대로 땅 바닥 털석 주저 앉으며 외쳤고 루크는 건네받은 꽃을 조심스럽게 주머니에 넣고는 제롬을 향해 말했다.

"제롬 고마워...모두 제롬 덕분이야..."

"별거 아닙니다..일단..좀 쉬다 어서 돌아가지요...지쳐서 손하나 움직이기 너무 힘들군요."

제롬이 숨을 고르면서 힘들게 말을 이었다. 루크 그렇게 하자라는 말을 하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달려가 급히 제롬의 코트와 검을 건네주자. 제롬이 재빠르게 코트를 입고 자신의 애검을 허리에 착용했다.

어느정도 휴식을 취하고 다시 부대로 돌아가기 위해 몸을 일으켜 걸음을 옮겨가려 할 때였다. 바람을 가르며 무언의 소리와 함께 화살 하나가 루크의 발치 앞에 박혀들어갔다.

"으앗!!"

"뒤로!!"

제롬이 거칠게 루크를 뒤로 밀치며 검을 뽑아들었다. 여전히 지친기색과 얼굴색은 창백해진 상태였지만 그것이 중요치 않은 제롬은 다급히 다시 마나를 끌어내 어두운 시야를 밝히자. 저만치서 검은 실루엣의 몇몇의 흑의를 입은 사내들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었으며 루크와 제롬의 신경세포에 무언의 위험신호를 계속해서 보내주고 있었다.

"누구냐!"

제롬이 외쳤다. 허나 들려오는 대답 대신 다시 들려오는건 바람을 가르는 여러개의 소리와함께 화살비가 루크와 제롬을 향해 내리치기 시작했다. 제롬은 급히 마나를 검에 모아 이리저리 휘둘렀으나. 내리는 화살비에 어깨와 허벅지에 각각 한발씩 허용해야만 했다. 다행이 제롬의 뒤에 몸을 피한 루크는 화살비에 피할 수 있었다.

"제롬! 괜찮아!"

"저..전 괜찮습니다. 일단 피해 있으십시오!"

화살비가 끝나고 서서히 구름속에 숨었던 달빛이 모습을 드러내자 어두웠던 숲속을 조금씩 밝게 비춰주기 시작했다. 제롬과 루크는 곧 몇명의 흑의를 입은 사내들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각자 활과 검을 들고 있는걸로 보아 암살을 주 업으로 삼고 있는 자들로 보였다. 제롬은 검으로 어깨와 허벅지에 박혀있는 활의 깃대를 부수고는 다시 검을 들어보이자. 곧 사내들도 활 대신 검을 들어보였다.

"누구냐고 물었다. 감히 아스란가를 노리고 온 것이냐."

제롬의 외침에도 여전히 대답이 없다. 제롬은 더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러자 흑의인들이 하나둘 땅을 박차며 쇄도해 들어왔다. 달빛을 받아 번뜩이는 여러개의 검날들이 어두운 허공을 갈랐다. 제롬은 검을 세워 막거나 또는 몸을 틀어 피했으나 화살에 맞은 어깨와 허벅지가 아려와 제대로 몸을 움직이가 여의치 않아보였다. 게다가 숫적으로도 상대가 우새하니 도통 검을 들어 빈틈을 노리기가 쉽지 않았다.

"젠장!"

계속해서 검을 막아내고 피하던 제롬이 소리쳤다. 그러곤 억지로 검을 뽑아내며 가로로 크게 그어냈다. 그럼에도 어느세 양 옆으로 돌아선 다른 흑의인들이 제롬에게 검을 찔러갔다. 제롬은 급히 바닥을차고 뛰어올라 덤블링을 하며 피했으나 어느새 앞에 있던 두명의 흑의인들이 다가와 검을 찔러들어왔다.

"흡!"

기합성을 토해내며 찔러들어오는 검을 허공에서 검을 휘둘러 막아내고는 다시 검을 베어갔다. 그러자 한 흑의인에 가슴이 갈라져 내렸으나 어느센가 다른 흑의인 한명이 제롬의 뒤에서 검을 그어 내리자. 핏방울이 튀기며 제롬이 땅을 굴렀다.

"큭...."

"제롬!!!"

땅을 구르는 제롬의 모습에 루크가 놀라 소리쳤다. 그러나 제롬을 도와줄수 없는 현실에 발만 동동 구를 뿐이었다. 그런 루크의 앞에 흑의인의 사내가 다가오자. 루크가 뒷걸음질 쳤다.

"도련님!"

제롬이 급히 루크에게 달려가려 했으나 다른 흑의인에 의해 제지당해야했다. 흑의인에 검이 제롬의 목을 향해 찔러들어왔고 제롬은 달려가던 자세에서 어정쩡하게 검으로 흑의인에 검을 쳐내야 했다.

"젠장 비켜!!! 도련님!!"

"어....제롬..."

섬뜩한 소리가 호숫가를 가득 울려퍼졌다. 찰나의 시간 루크의 배에 뼛속까지 시릴정도의 차가움이 느껴져 고개를 내려 바라보니 하얀 옷 위에 붉은 혈화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러곤 다시 고개를 들어 흑의인에 눈을 바라보았다. 흔들림 한 점 없는 사내의 눈에 루크는 순간 엄청난 공포심을 느껴야했다.

"안돼...안돼!!"

제롬이 소리쳤다. 자신의 마나를 모두 검에 불어 넣어 검을 휘둘렀고 곧 흑의인들이 제롬의 검에서 뒷걸음치며 피해가기 시작했다.

"...제롬.."

루크가 중얼거렸다. 점차 루크의 신형이 스르르 쓰러졌고 작은 떨림이 있던 눈빛이 서서히 흑빛이 돌며 감기기 시작했다. 제롬의 목소리가 계속 귓가에 울려퍼졌지만 재대로 알아들을 수 없게 멍하게 들려왔다. 그렇게 서서히 목소리가 잦아들기 시작했고 곧 루크의 시야도 짙은 어둠이 내리깔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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