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회. 20 죽다】
"...어.."
한 밤중 적막감이 맴도는 아스란가였다. 모두가 잠든 밤 아스란가의 저택은 고요하고 침묵을 유지한채 모두가 잠들어 있는 늦은 시각이었다. 그때 안느란테의 방에서 부터 서서히 고요함에 금이가기 시작했다.
안느란테는 놀란 얼굴로 잠에서 깨어 자신의 배를 어루어만졌다. 찰나였지만 차갑고도 고통스러운 느낌이 배쪽에서 밀려왔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자기도 모르게 한 움큼의 피를토해낸 안느란테의 눈이 사시나무처럼 떨려오기 시작하더니 곧 떨림은 몸 전체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아..아....안돼!!!!!"
갑작스런 안느란테의 비명에 고요하던 아스란가를 깨우기엔 충분했고 곧 저택의 모든 불들이 켜지더니 안느란테의 방에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야!!"
가장 먼저 달려온건 레이니였다. 뒤이어 엘레니아와 세리스를 비롯해 사무엘과 라이아가 안느란테의 방으로 뛰어왔고 집사과 하녀들 역시 웅성거리며 안느란테 방 주위에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이 안느란테 방에 도착하자마 본것은 하얀 이불을 적신 붉은 피의 웅덩이었고 안느란테의 절망에 빠진 얼굴을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었다.
"무..무슨 일이야?"
레이니가 급히 안느란테에게 다가가 물었다. 허나 안느란테는 연실 안된다는 말 만 되풀이하며 사시나무처럼 계속해서 몸을 떨어 갈 뿐이었다.
"일단 사제..사제님을 부르지. 혹 친입자가 있는 확인해보고!"
사무엘이 급히 집사 루소를 보며 말하자. 루소가 다급히 사제를 모셔오기위해 저택을 나서야했다. 몇몇 하녀들은 아스란가의 기사단 숙소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한편 라이아와 엘레니아 그리고 세리스까지 모두 안느란테에 곁으로 다가가 계속 무슨 일이냐고 묻자. 그제서야 안느란테가 떨림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당장 루크님에게 가야해요..."
"뭐? 루크에게 왜?"
뜬금없는 안느란테의 말에 레이니가 다급히 물어왔다. 라이아와 엘레니아도 심각한 표정으로 안느란테를 바라보자 안느란테가 눈물을 터트리며 외쳤다.
"그..그가 죽어가고있어요. 저와 연결된 인연의 끈이 끊어지려고해요 어서요...한시가 급해요 어서요!!"
"그게 무슨소리야?"
레이니가 헛 웃음을 보이며 다시 되물어왔다. 엘레니아와 라이아도 안느란테의 말에 믿을 수 없다는 투로 물었지만 안느란테의 표정과 눈물은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는듯 깊은 절망감과 공포심이 서려있었다. 그제서야 모두의 얼굴이 굳어지며 심각해져가자. 사무엘이 안느란테를 보며 말했다.
"정말입니까?..."
"네.. 한시가 급해요 어서 가야해요 루크님이 죽어가고 있어요 어서요!!"
안느란테가 사무엘을 보며 다급히 외쳤다. 사무엘은 잠시 라이아를 바라보자 라이아 역시 심각한 표정으로 사무엘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무엘은 라이아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고민했다. 선천적으로 엘프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기에 사무엘은 안느란테의 말을 믿고는 금세 상황을 인지하고 입을 열었다.
"지금당장...윈랜드로 가겠소."
어느세 기사단과 사제를 대려온 루소는 사무엘의 갑작스런 말에 놀라 고개를 갸웃해 했으나 곧 상황을 인지하고는 급히 가문의 마차를 대동하러 바삐 움직였다.
"저도 갈게요."
레이니가 사무엘을 향해 외쳤다. 엘레니아역시 급히 레이니에 곁에 서며 가겠다고 했다. 사무엘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상황에서 안된다고 하면 혼자서라도 몰래 따라올 것이 분명하기에 사무엘은 그들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라이아 세리스와 가문을 부탁하오 금방 다녀오겠어요."
"여보...만약..루크가 잘못된다면....어떡하죠..여보.."
"괜찮을거요....아버지도 있을테고.. 일단 내가 가보겠소."
그 말을 뒤로 아직 동이 터올 지도 않은 이른 시각 아스란가의 저택을 나서는 한대의 마차는 안느란테와 엘레니아 그리고 레이니와 사무엘을 태우고 급히 영지를 빠져나가는 모습을 볼수 있었다.
☆ ☆ ☆
"잘했다. 클루드 큭큭. 죽은건 확인했겠지?"
"숨이 멎는 모습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크하하하 으흐흐 잘했어 아주 잘했어. 클루드!! 우리의 흔적은"
"절대 찾지 못 할 겁니다."
클루드의 말을 듣고 제리스가 비릿하게 웃어보였다. 끊이지 않는 웃음 속에 제이슨이 말을 이었다.
"이제 남은건 아버지 뿐이겠군."
제이슨의 웃음소리가 잦아들었다. 제이슨은 고개를 돌려 클루드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쩌고 있지?"
"아직 그대로입니다."
"망할 노인네 꽤나 명줄이 길군 좀더 서둘러라. 약에 독을 더 타든 뭘 하든 이제 무아란은 완전히 내것이 되는거야. 크흐흐"
"알겠습니다."
"그래 그만 가봐."
제이슨의 말에 클루드는 곧 어둠속에 몸을 감추었다. 방안에 혼자 남게된 제이슨은 멈추지 않은 웃음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클루드-
"..무슨 일이지?"
방안에서 나온 클루드의 귓가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럼에도 클루드는 당황하지 않은체 대답했고 곧 자신의 품속에 작은 수정구를 꺼네 보였다. 그러자 수정구에 미미하게 빛이 새어나오더니 의문의 목소리가 다시금 들려왔다.
-두번째 재물들이 들어왔다.-
"아. 그렇군.-
-그쪽은?-
"아 순조롭게 진행중이다. 곧 무아란도 우리 손아귀에 들어갈거야."
-그렇군.. .알았다. 일단 의식을 진행할테니 이 곳으로 와라.-
"그러지"
더이상 수정구가 빛을 발하지 않았다. 그와 동시에 목소리도 더이상 들리지 않자. 클루드는 품속에 수정구를 감추고는 다시 클루드가 몸을 감추자. 한줌의 흑색의 연기가 되어 창문을 타고 모습을 감춘 클루드였다.
☆ ☆ ☆
"자이룬님!!!"
윈랜드의 병영, 제롬이 절규에 가깝게 소리쳤다. 데미아스가 놀란 얼굴로 병실로 뛰쳐오자. 지크문드의 옆에 루크가 누워있었다. 그의 몸엔 짙은 피냄새가 흘러나왔고 옷이 푹 적실 만큼 많은 피를 흘리고 있었다. 데미아스는 분노에 일그러진 얼굴로 급히 병사들을 시켜 습격자를 찾으려 했고 급히 사제를 불러넸다. 사제 자이룬은 급히 루크의 안색을 살피고는 손을 들어 기도문을 읇자 곧 그의 손에 금빛의 신성력이 루크의 온 몸을 훑어지나가기 시작했다.
"제롬....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이게 어떻게 된거냐고!"
보기 어려운 데미아스의 분노에 제롬이 말을 잇지 못했다. 제롬 역시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어있었으나. 데미아스의 눈엔 이미 쓰러져 숨을 쉬지 않고 있는 루크만이 눈에 들어올 뿐이었다.
"죄송합니다...데미아스님...죽여주십시오...루크님을 지키지 못한 죄 죽음으로 갚겠습니다.."
제롬이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바닥에 찧으며 외쳤다. 어느세 제롬의 머리에도 푸르게 멍이 들다 피까지 터져나옴에 데미아스가 그를 제지하며 말했다.
"추후에...벌을 주겠다. 그만하거라.."
"죄송합니다...그나저나 루크님은..괜찮으신겁니까? 자이룬님."
제롬이 급히 사제 자이룬을 향해 물어왔다. 허나 자이룬의 표정이 꽤나 굳어져있다. 데미아스도 자이룬과 루크를 번갈아 보았으나 창백해진 루크의 안색이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자이룬이 신성력을 멈추었다. 그러곤 데미아스를 바라보았다.
"절대..."
데미아스가 손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절대.. 아무런 말도 하지말게...절대..."
간신히 눈물을 참아내며 데미아스가 낮게 일렀다. 제롬은 절망어린 표정으로 자이룬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