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루크 아스란 전기-83화 (83/412)

【83회. 20 죽다】

서서히 동이 터오르고 있었다. 부대앞 익숙한 마차가 다시 멈춰섰다. 멈춘 마차에선 하녀 제시와 이번엔 녹색계통에 드레스를 입은 로제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번엔 직접 루크님과 약속이 되어있어요."

제시가 당당하게 경비병을 향해 말했다. 그러나 경비병의 표정이 굳어지며 잠시 우물쭈물하다 간신히 입을 열었다.

"오늘은 만나실수 없습니다."

"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어제 루크님과 직접 약속을 잡았다니깐요 그러니 가서 다닐루가의 로제스님이 왔다고 말해보세요 그럼 나올거에요."

"하..그게 안된다니깐요.."

제시의 말에도 경비병은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계속해서 안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로제스는 그런 경비병에게 의아함을 느끼며 제시를 물리고는 로제스가 한걸음 앞으로 나섰다.

"우린 직접 루크님과 약속을 잡았는대도 안된다는 말씀인가요?"

"그게.."

병사가 여전히 무언가 곤란하다는듯이 말을 잇지 못했다. 로제스는 그런 경비병을 보며 무언가 있음을 의심하며 경비병에게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했다.

"무슨일이지요 어서 말해보세요. 아무리 다닐루가가 상인에 가문이라해도 엄연히 귀족입니다. 경비."

로제스가 경비병에게 살짝 언성을 높히며 날카롭게 묻자 경비병의 안색이 창백해지더니 그제서야 무거운 입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후..저한테 들었다고 하지마세요...그리고 절대 소문을 내서도 안되구요."

"알았으니 어서 말해보세요."

잠시 주위를 살피던 경비병이 목소리를 낮춰 신신당부하자 로제스도 자연스럽게 목소리가 낮아졌다. 경비병이 그런 로제스를 보며 한숨을 내쉬고는 말을 이었다.

"그게 루크님이 어제 저녁 호숫가에서 습격을 받았습니다."

"습격이요?!"

로제스가 놀란 얼굴로 크게 소리치자. 경비병이 급히 로제스를 향해 손을 들어보이며 조용히하라는 신호를 내었다. 그러곤 다시 주위를 둘러보곤 말했다.

"루크님이 지금 꽤나 위독한 상태라고 들었습니다. 게다가 마나의 저주를 받아 사제님의 신성력도 받지 못하는 상태이구요. 아마 치료는 불가능할거라 생각하고 있는것 같습니다."

"....그게..무슨 소리죠? 분명 어제 같이 이야기..했는데.."

"지크문드님을 치료할 약재가 윈어드 호수에서 구할 수 있는 약재였나 봅니다. 그런대 하필 그 곳에서 암살자들에게 습격을 받아 칼에 찔렸다고 합니다."

"..."

병사의 말에 로제스의 신형이 잠시 휘청거렸다. 제시는 급히 로제스의 손과 어깨를 감싸 안아주었으나 로제스가 제시를 제지하며 말했다.

"루..루크님은 그럼.."

"아마..가망이 없을거라 생각되는구요..신성력이 하나도 통하지 않아요."

"..말도 안돼.."

"아가씨.."

로제스가 헛웃음을 지어보이며 고개를 저었다. 병사는 그런 로제스를 향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고 제시도 걱정스런 표정으로 로제스를 바라보았다.

"제시..분명 어제 저녁에만해도..."

"...일단 아가씨..오늘은 이만 돌아가시죠.."

"내가 그 호수를 가르쳐주지만 않았어도...제시...내...탓인가봐...."

"아니에요! 아가씨. 그렇지 않아요 일단...일단 돌아가요 "

제시가 급히 억지로 로제스를 이끌고 마차에 올라타자 마차는 곧 다시 윈랜드의 도심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아가씨.."

슬퍼보이는 로제스의 표정에 걱정어린 제시가 로제스를 불러왔다. 그럼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던 로제스가 빠르게 변해가는 바깥 창문을 바라보며 무거웠던 입이 열렸다.

"왜...내가 그에게 관심가졌는지 궁금하지?"

".....아가씨.."

"그가 처음이었어..내 출신을 알고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대해준게..알잖아 돈으로 얻게 된 귀족의 칭호, 그리고 순혈을 중시는 귀족들이 얼마나 상인들을 무시하고 천시여기는지...그런대 그만이 나에게 진심으로 대해줬어...."

여전히 창밖을 바라보는 로제스는 쓸쓸하기도 아련함이 묻어나오기 시작했다.

"내가 만약 그때 윈어드에대해 말하지 않았다면....그는 충분히 살아있었을 텐데.."

"아가씨 탓이 아니에요."

자책하는 로제스를 향해 제시가 다급히 외쳤다. 로제스는 그런 제시를 보며 살짝 미소를 보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왜 이렇게 신은 가혹한지 모르겠네... 이제 좀 괜찮은 사람좀 만나보나 했는데 그걸 못 참고 그새 대려가버리네..."

"...."

로제스는 씁쓸하게 웃어보이며 속삭였다.

☆ ☆ ☆

"루크는..괜찮을거야."

윈랜드로 향하는 마차 안 점차 거세지는 추위를 뚫고 한달음에 달려가는 마차 안에서 레이니가 엘레니아와 안느란테를 다독여주고 있었다. 처음엔 안느란테를 북방으로 대려가려 하지 않았지만 줄곧 꼭 따라가야 한다는 그녀의 말과 오직 자신만이 루크의 상황을 알 수 있다는 말에 마차에 태우게 되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안느란테가 점차 악화되는 루크의 상황을 말해주며 한동안 눈물을 멈추지 못했고 안느란테를 따라 엘레니아와 레이니 역시 마찬가지였다. 결국 사무엘이 나서서 모두를 다독여주자 그나마 레이니가 정신을 차리곤 곧 엘레니아와 안느란테를 다독여주기 시작했다.

"루크가 위독하긴 하나 아직 확실하게 잘못된건 아니잖아. 분명 루크는 이겨낼거야."

레이니가 엘레니아와 안느란테를 보며 말했다. 사무엘도 그런 레이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으나 엘레니아와 안느란테의 눈물과 걱정이 쉽사리 멈추지 않았다. 특히 안느란테는 루크의 좋지 않은 상황을 알기에 더욱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안느란테 지금 루크는 어때?"

레이니가 급히 안느란테를향해 묻자. 안느란테가 간신히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내며 말했다.

"너무 추워요 어둡고 심연에 빠진듯 온통 어두워요 루크님에게서 느껴지는 미미한 기운이 더욱 가늘어졌어요. 이대로 있다가...정말 이대로 있다간..."

결국 안느란테가 뒷말을 채 다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그만큼 루크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였기에 레이니도 순간 북 받쳐 오르는 감정을 최대한 억누르며 떨리는 목소리로 괜찮을거란 말만 되풀이했다. 그런 그들을 보며 사무엘도 마찬가지였다. 어서 빨리 윈랜드에 도착하기만을 바라며 애꿎은 마부와 말들만 닥달 할 뿐이었다.

"최대한 속도를 내주게."

조급한 마음에 사무엘이 소리쳤다. 그러자 마차의 속도가 조금은 올라간듯 싶었지만 그래도 불만이 가득한 사무엘이었다. 아직 윈랜드에 도착하기엔 너무나 많이 남은 거리에 불안한 사무엘이 자신의 입술을 잘근 앂으며 루크가 살아있기만을 빌고 또 빌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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