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회. 22 깨어나다】
루크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어오자 순간 방안에 깊은 정적이 맴돌았다. 엘레니아와 레이니역시 멍한 눈으로 방 문 앞에 있는 루크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어떻게 다들 오셨어요? 안느란테님도 있으시네?"
"....어떻게.."
레이니와 엘레니아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한걸음 한걸음 조심스럽게 루크에게 다가오기 시작했고 루크는 그런 둘을 바라보며 여전히 고개를 갸웃해 하며 있었다.
"왜 말이 없어요? 왜 울고 있어요?"
"꿈..아니지?"
다가온 레이니가 루크의 얼굴을 만지작 거리며 중얼거리자. 루크가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엘레니아 역시 루크의 얼굴과 몸을 이리저리 만지며 지금 상황을 이해하려 노력했다.
"넌 분명 죽었었어..루크.."
엘레니아가 걱정스런 어투로 말을 했다.
"그게 무슨.. 물론 칼에 찔리긴 했지만 봐요 이제 멀쩡해요!"
루크는 수척해진 둘을 번갈아 바라보며 괜시리 가슴을 쭉 피며 밝게 말했다. 그러자 배 쪽에 살짝 어려오기 시작했다.
"아고고.."
"괜찮아?"
"그럼요. 일단 좀 앉을 까요?"
여태 방 문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좀 그랬는지 루크가 방 안을 가르키며 말하자. 엘레니아와 레이니가 황급히 방 안으로 들어가 의자를 준비했다. 그렇게 모두 자리에 앉고 엘레니아와 레이니가 루크를 바라보았다. 루크 역시 그 둘을 바라보자 어색한 침묵이 잠시 맴돌기 시작했다.
"저..정말 괜찮아요."
"꿈...아닌거지? 그런거지?"
레이니가 여전히 꿈 타령을 하자. 루크가 살짝 레이니의 볼을 꼬집었다.
"아얏."
"것 봐요 아니죠?"
"저..정말이야....정말 꿈이 아닌거야..."
루크가 살아 있음을 그제서야 피부로 와닿기 시작한 걸까? 레이니의 촉촉한 눈가에 커다란 눈물 방울이 맺혀 흐르기 시작했다. 엘레니아 역시 레이니와 별반 다를거 없이 이미 숨을 죽이며 울기 시작했다. 그런 둘의 모습에 오히려 루크가 당황해 어쩔줄을 몰라했다.
"우..울지마요 하하 것 참.."
결국 둘의 등을 토닥여주며 끌어안아주길 몇분여가 지나서야 안정을 되찾았는지 훌쩍임이 덜해지기 시작했다. 다시 가라 앉은 분위기에 루크가 멋쩍은듯 웃어보이며 말했다.
"하핫.. 그러니깐? 제가 죽은 줄알고?"
간신히 진정된 엘레니아와 레이니를 바라보며 루크가 말하자. 레이니가 눈물을 닦아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루크의 옆에 붙어 루크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미안해 정말 죽은 줄 알았어. 얼마나 슬펐는지 알아? 얼마나 무서웠는지 아냐구.."
"하하..제가 죽긴요...."
멋쩍은듯 루크가 대답했으나 이번엔 엘레니아가 루크의 다른 옆자리를 점하고는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그만 돌아가자. 위험한 곳에서 그만 집으로 돌아가자."
그때였다. 곤히 잠들어있던 안느란테가 레이니와 엘레니아가 만들어낸 소음에 의해 차츰 눈을 뜨자 곧 그녀 역시 루크를 바라볼 수 있었다.
"어...어..루크님."
"아 일어나셨어요?"
안느란테가 급히 몸을 일으키고는 급히 루크에게 안기며 외쳤다.
"어떻게 .. 어떻게 된거에요!! 루크님!! 분명..분명.."
"하하 그게..."
이제 좀 레이니와 엘레니아가 진정 된다 싶었더니 이번엔 안느란테까지 합세해 다시 또 방안에 눈물바다가 되어버렸다. 결국 한동안 안느란테를 달래주다 못해 레이니와 엘레니아까지 나서서 안느란테를 달래주어 간신히 안정을 되찾은 안느란테였다.
"그나저나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 분명 루크님은.."
어느정도 안정을 되찾은 안느란테가 모두를 돌아보며 물어왔다. 루크는 잠시 고민하다가 자신이 쓰러지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건지 기억하려 했지만 생각 나는건 그저 배에 칼을 맞고 쓰러진 기억 만이 루크의 기억속에 남아 있을 뿐이었다. 그 것 말고도 분명 누군가 이야기를 나눴던 기분이 들기도 했으나 마치 안개에 가려진듯 재대로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하하 저는 그저 푹 자다 일어난 것 같은걸요. 그나저나 잘 얘기가 됬나보네요? 안느란테님에 대한거.."
루크가 머리를 긁적이며 물어왔다. 그러자 셋의 신형이 잠시 움찔하몀 멈췄다. 안느란테 역시 루크를 끌어안은 상태에서 멈칫하는 느낌이 들어왔고 곧 레이니와 엘레니아의 시선이 안느란테에게 쏠리기 시작했다.
"하하 다행이에요 말이 잘 통했으니 같이 있는 거겠죠?"
아무것도 모르는 루크가 밝게 웃어보이며 안느란테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후....상관 없어. 어차피 내가 1순위니깐 그렇지 루크?"
결국 한숨을 내 쉰 레이니가 루크를 바라보며 말했다. 서로 한동안 울고 슬퍼해서 그런 것일까? 조금 애증이 생긴듯 레이니가 안느란테를 바라보며 말했다. 엘레니아는 여전히 불만족스러웠지만 레이니가 결국 안느란테를 허락하자 따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엄연히 자신도 레이니와 루크의 관계에 껴든 입장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레이니가 방금 한 말은 인정하기 싫은듯 싶었지만 말이다.
"전 순위는 상관 없어요 루크님의 사랑만 있으면"
"맞아 상관 없어 나도 레이니만 상관하는걸 안그래?"
엘레니아가 레이니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레이니가 인상을 찌푸린다. 언제 울었냐는듯이 찌푸린 얼굴에 불만이 한 가득했다. 그마저도 귀엽게 보였으나 정작 당사자는 불만이 많은지 안느란테와 엘레니아를 힘으로 떨어트리고는 루크의 입술에 달려들어 빠르게 훔치더니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
"앗!! 레이니! 힘으로!"
"너무해요!"
☆ ☆ ☆
"도대체 어떻게 된거냐! 병실에 네가 없어서 얼마나 놀랐는지 아느냐?"
사무엘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외쳤다. 루크는 멋쩍은듯 뒷 머리를 긁적이고는 어제 저녁에 깨어나 방으로 갔다는 이야기를 했다.
"더이상 아픈 곳은 없느냐?"
데미아스가 여전히 걱정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예 괜찮아요 조금 아리긴 하지만 못 참을 정도는 아니에요. 그리고 푹 자고 일어난거 같은걸요."
"그...그렇더냐..허..어찌 그렇게 생사를 오락가락하던 녀석이 하룻 밤 사이에 이렇게 깨어날 수가....정말 라우엘님의 은총이나 다름 없구나."
"누구요?"
처음 듣는 이름에 루크가 고개를 갸웃해 했다. 분명 처음 듣는 이름이었것만 어디서 많이 들어본듯한 익숙함이 느껴져 왔다.
"왜그러느냐?"
고민에 빠진 루크에 모습에 혹여나 다시 루크에게 이상이 생기지 않았나 싶은 사무엘이 급히 루크에게 물어왔지만 루크는 그저 어깨를 으쓱해보이곤 고개를 저었다.
"그나저나 다행이에요. 지크문드님."
"모두다 네 녀석 덕분이구나"
한동안 엘레니아와 대화를 나누던 지크문드가 루크를 보며 말하자 루크가 고개를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