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루크 아스란 전기-90화 (90/412)

【90회. 22 깨어나다】

"아니에요...제가 아니라..로제스님 덕분이에요. "

"그 다닐루가의 아가씨 말이더냐 그렇지 다닐루가에게도 꽤나 빚을 지게 되었구나 그나저나 네가 다닐루가 아가씨와 친분이 있었는 줄 몰랐구나?"

"아 예.. 예전에 조금 친분이 있었어요 그나저나 정말 다행이네요 잊지 않고 약재를 잘 챙겨다 주어서"

루크의 말에 지크문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사무엘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그런대 그 메르니스 상단에서 귀한 약재를 선뜻 내주는 것이 참으로 수상쩍구나 친분만으로 그들이 그렇게 손해를 보진 않을텐데."

"하하..그게..."

사무엘의 말에 루크가 이마를 긁어보이며 헛 웃음을 지어보였다.

"역시 루크 너랑 무언가 거래를 했나보구나?"

모두의 시선이 루크에게 쏠렸다. 루크는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2가지 부탁을 들어준다고 했거든요, 물론 아스란가에게는 피해를 보는 일은 아니라고 하니.. 그때 급해서."

"그랬구나..뭐 그건 그때 알아보자꾸나."

사무엘의 말에 루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였을까 제롬이 한 달음에 달려와 무릎을 꿇으며 외쳤다.

"도련님 죄송합니다!"

"제롬??"

루크가 놀란 눈으로 제롬에게 다가가 몸을 일으켜 세우려했으나 요지부동이었다.

"도련님을 지키지 못한 죄 무엇이든 달게 받겠습니다."

"왜 이러는거야 갑자기 일어나! 난 괜찮으니깐."

루크는 제롬의 행동에 안절부절 못해하자 결국 한숨을 내쉬며 사무엘이 나섰다.

"제롬 너의 임무는 루크를 최우선으로 지키는 것이었지."

"그렇습니다."

사무엘이 나름 근엄한 목소리가 되어 일렀다. 그러자 제롬이 고개를 조아렸다.

"그러나 지금 루크가 살아 돌아왔다 해도 임무는 재대로 지켜지지 않은 점 인정하겠느냐"

"그렇습니다."

"기사가 임무를 실패하게 된다면 어떻게 되는지 아느냐?"

사무엘의 말에 제롬은 거리낌 없이 대답했다.

"가사의 작위를 내려 놓아야 합니다."

"아버지.!"

제롬의 말에 루크가 놀라 외쳤으나 곧 데미아스에 의해 제지당했다.

"그렇지...허나 제롬 그간 네가 아스란가를 위해 해왔던 그간의 노고를 생각해 기사단장에 대한 직책을 해지하는 것 만으로 하겠다. 그리고 루크의 수호기사로 임명할테니 평생 루크의 방패가 되어 평생 갚도록 하거라"

"네!..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 사무엘님!"

자신을 용서한 사무엘에게 감격에 젖은 제롬이 다시한번 고개를 조아리며 외쳤다. 그러자 사무엘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제 네가 충성을 다짐할 사람은 내가 아닌 루크이다. 수호기사로서 루크를 잘 지켜주거라."

"네!"

☆ ☆ ☆

"로제스 미안하구나."

"아니에요 아버지 어쩔수 없잖아요 다닐루가를 고작 상단만으론 더욱 키울수 없으니깐요. "

"....로제스."

"호호 그리고 제가 또 한 인물 하잖아요"

다른 때 보다 더욱 밝게 이야기하는 로제스의 모습에 그녀의 앞에 서 있는 중년의 신사의 표정은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너무 걱정말아요 아버지."

"로제스 굳이..이럴 필요는 없다. 그래도 메르니스 상단은 제국 제일이야..그리고 백작이란 칭호까지 받았지 않았느냐?"

중년의 노신사 마르텐스 다닐루의 말에 로제스가 고개를 저었다.

"아무도 우릴 귀족으로 보질 않아요. 그러니 아무도 무시 못하게 더 높은 칭호가 필요해요. 아무도 무시 할 수 없게 적어도 후작이나 공작가 처럼 그정도의 힘이 필요해요 그래야 다신 우리 가문을 무시하지 못 할 거에요."

로제스의 눈이 불꽃이 튀어오르는 듯 싶었다. 그만큼 굳은 결심을 했음을 보여주었다.

"...이제 제가 나서야 할 차례에요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백작을 얻었고 집안을 키웠으니 더 높은 곳은 딸이 제가 나서야지요. 어디 참한 남자 얻어올테니 기달려보세요 "

"...."

그 말을 끝으로 로제스가 밝게 웃어보이며 방을 나섰다. 마르텐스는 그런 로제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여전히 걱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만 볼 뿐이었다.

"자 그만 가보자."

"네 아가씨"

다닐루가의 저택 앞 로제스가 자신의 하녀인 제시를 보며 말했다. 제시는 급히 마차 앞으로 달려가 문을 열어보이자. 로제스가 천천히 마차에 올라탔다. 뒤이어 제시가 타고 문이 닫혔다.

마차 안은 한참을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어느세 로제스의 얼굴에도 밝았던 미소가 사라졌음은 물론 오히려 불안한 느낌이 든다. 제시는 어떻게든 분위기를 바꿔보려 노력아닌 노력을 했으나 결극 모든게 물거품이 되어 결국 제시 역시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조용하던 마차 안에 로제스가 제시를 보며 침묵을 깼다. 제시는 잠시 로제스를 바라보다 평상시처럼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요 아가씨는 똑똑하고 아름답잖아요"

"후후...넌 언제나 나에게 좋은 말만 해주는구나. 하지만 과연 그들도 너처럼 날 있는 그대로 봐줄까?"

"...."

제시의 말문이 막혔다. 그녀의 말대로 귀족들이 중시하는 순혈에 적합하지 않은 로제스로서는 꽤나 마이너스로 작용할 것임이 분명했다.

"한낱 상인의 딸을 좋게 봐줄 사람이 있을까..."

"아가씨.."

"조금 두렵기도 하네...."

처음으로 로제스의 약한 모습을 보는 제시는 그런 로제스가 안타깝고도 가엽게 보였다. 평소 모든 것에 자신감으로 가득했고 언제나 밝은 성격을 유지하던 로제스가 처음으로 약한 모습을 보이자 제시 역시 불안한 감정이 샘솓기 시작했다.

로제스의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일궈놓은 백작의 가문과 차고 넘치는 재력 속에서도 영지와 재력을 지킬 힘이 너무나 부족한 것이 현실이었다. 상인의 가문으로 기사단하나 만들기가 평탄치 않았고 심지어 기사단을 직접 키우기 위해 중앙귀족의 과반수의 찬성이나 제국의 아즈문 황가에서만 허락이 있어야만 기사 아카데미를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벌써 몇 년째 재력을 지킬 힘을 만들기위한 기사단을 창설하기 위해 애를 썼으나 번번히 거절을 당한 다닐루가 였다. 아마 제국 제 일 상단인 메르니스 상단이 무력까지 갖게 된다면 그 기세가 만만치 않을 것에 대한 걱정때문일지도 몰랐다.

그렇다고 좋은 기사들을 영입하기엔 순혈 귀족이 아닌 상인의 피가 섞인 잡종이라는 이유만으로 기사들은 다닐루가에 들어오려 하지 않았고 그렇기에 결국 웃돈을 더 주어서 나름 기사를 영입하려 했으나 그들은 곧 다른 유망한 귀족가들에 오퍼에의해 금새 다닐루가를 떠나기 일 수 였다.

결국 다닐루가가 마지막으로 생각한 것은 자신들보다 더욱 강대한 힘을 자랑하는 타 귀족과 친교를 맺는 일이었다. 처음에는 다닐루가의 재력을 탐내고 접근해오는 귀족들이 꽤나 있었으나 그들로 인해 오히려 쌓아놓았던 상단의 힘이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마치 상단의 재력을 자신의 것 처럼 마음대로 휘두르려 하기에 결국 친교를 끊어야 할 수밖에 없었고 친교를 끊은 다닐루가에 불만이 있던 귀족가문들은 없던 이야기까지 만들어내 좋지 않은 소문을 내기 시작했다. 그러하자 결국 다닐루가의 이미지와 메르니스 상단에 좋지 않은 인상을 심어주어 막대한 피해를 입기까지 했다.

그렇게 힘을 키우는대 많은 방해가 있었던 다닐루가로서는 이제 로제스가 마지막 희망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그 점 역시 똑똑하고 현명한 로제스가 모를리가 없기에 이렇게 억지로 밝은척하며 집을 나와야 했다.

침묵을 유지한채 얼마나 깊은 고민에 빠져있었는지 몰랐다. 어느센가 목적지에 도착했는지 마차가 멈춰서 있었고 로제스가 마차 밖으로 나갈 준비를 했다.

"그럼 가볼게."

"네.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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