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회. 23 로제스 다닐루】
로제스가 필요 이상으로 밝게 웃어보인다. 그럼에도 제시는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미소 안에 숨어있는 슬픔과 고뇌를 너무나 잘 알기에 제시의 표정도 쉽사리 풀리지 않았다. 그렇게 아즈문의 연회장으로 입성하는 로제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제시는 쉽사리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았다.
한동안 지루한 연회의 연속이었다. 아직 고위층 귀족가의 자제들은 자리를 하지 않았으나. 곧 연회장에 사람들이 차오르기 시작했고 로제스의 눈도 동시에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귀족가의 자제들이 보일 때마다. 메르테스 상단에 정보에 의해 그들의 신상정보를 꽤뚫어 보고 있었기에 그들의 관심사를 이용해 쉽게 접근 할 수 있었다. 그들은 로제스의 미모와 몸매는 물론 상인의 딸이라 그런지 언변까지 있어 말이 잘 통하니 꽤나 좋은 분위기를 유지했으나 곧 자신이 다닐루가라는 것을 알게되자. 하나둘씩 찝찝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로제스의 곁에서 떠나갔다. 그럼에도 로제스의 노력은 끊임 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저 먼치 보이는 익숙한 사람들의 무리, 그중 대화를 주도하고 있는 무리에 수장으로 보이는 금발의 사내가 보였다. 로제스는 눈을 빛내며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그와 가까워 질 수록 상단의 정보로 얻게된 사내의 정보가 하나둘씩 머릿속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반갑습니다. 제이슨 무아란님
"아.. 반갑습니다. 레이디, 이렇게 아름다운 분이 이 곳에 있을 줄이야. 죄송합니다 신사로서 먼저 찾아뵙어야 하는데말이지요"
제이슨은 손짓과 몸짓으로 과장되게 표현하며 로제스를 맞이하자. 로제스는 무아란과의 시작이 나쁘지 않다고 느꼈다. 허나 이제 초반이었지만 그래도 분위기가 좋게 시작하자 입가에 미소가 맴돌았다. 물론 제이슨의 행동과 몸짓 그리고 말투에 살짝 오그라드는 느낌함을 느꼈으나. 다른 타 귀족들보단 예의가 있었다.
"레이디 그대의 이름을 말 해주실수 있겠습니까?"
그제서야 올 것이 왔다. 로제스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이내 결심을 하곤 천천히 고개를 숙여보이며 말했다.
"반갑습니다. 저는 로제스 다닐루라 합니다."
"아.."
작은 탄성과 함께 찰나 였지만 제이슨의 표정이 살짝 흔들렸다. 수많은 상인들과 교류를 나누고 거래를 어릴때부터 해왔던 로제스가 그런 제이슨의 표정을 눈치재지 못할 일이 없었다. 로제스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어 보였다. 흔들렸던 무아란의 표정은 다닐루란 귀족가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듯 보였다. 하긴 고위급 귀족 중에서도 제국내 오직 두개의 공작가중 한 곳인 무아란가가 다닐루가를 좋게 볼 일이 없었다. 그들 만큼 높디 높은 명예의 주축이되고 모든 귀족가문들의 근본이 되어 오랜 역사가 유지되는 가문일테니 돈으로 얻게된 역사와 근본따위 없는 귀족가문은 천하게 볼 것이 분명했다.
"아직도 이 곳에 드나드나요 천한 년 주제에."
잠시 무아란과 침묵이 흘렀을 때였다. 로제스의 귓가에 들리는 모욕적인 언사에 절로 인상을 구기며 로제스가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곳엔 보라색 계열의 드레스를 입은 한 여인을 볼 수 있었다.
"아..반갑습니다...라이올린 아가린.."
로제스의 입가에 억지웃음이 걸렸다. 자신에 대해 모욕적인 언사를 날렸음에도 로제스는 상인의 가문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데 능했다. 허나 라이올린은 여기서 끝이아니라 더욱 로제스를 향해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어디 감히 그 천한 입으로 제 이름을 올리나요 로제스? 천한 상인의 피가 감히 이 위대하고도 고귀한 귀족들 앞에 고개를 들고 있다니 참으로 통탄한 일 이군요 제이슨님."
라이올라가 직접적으로 로제스를 비난하며 제이슨을 개입시키자. 제이슨이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제이슨의 눈이 한차례 로제스의 몸을 훑으다가 입맛을 다셨다. 로제스는 그런 제이슨의 모습에 진저리가 쳐질 정도로 소름이 돋음을 느낄 수 있었다.
"어디서 역겨운 냄새가 나더니, 로제스 그 잘난 얼굴과 몸뚱아리를 믿고 가랑이 좀 벌려 떡고물이라도 좀 얻어보려는 속셈인것 같은데 너같은 천한 상인의 피를 이은 아이를 원하는 귀족들은 아무도 없으니 썩 꺼져. 냄새난단 말이야"
인상을 찌푸리며 외치는 라이올라의 목소리에 어느센가 주위 타 귀족들에 시선이 로제스에게 쏠리기 시작했다. 로제스는 잠시 주위를 돌아보았다. 모두의 시선엔 역겨움이 느껴져 왔고 웅성거리는 모든 소음들이 자신을 욕하는 듯 느껴졌다. 그러자 로제스의 몸이 벌벌 떨리기 시작했고 울음이 터질듯 싶었다. 그리고 지금 당장에라도 자신의 앞에 있는 라이올라의 입을 찢어 버리고 싶은 분노가 치 솓아 올랐다.
"로제스 내 말이 들리지 않은거야? 인사 다했으면 꺼지라고 더러운년아"
낮게 깔린 라이올라의 목소리가 로제스의 귀가 아닌 심장에 밖혀들었다. 아무도 빼지 못할 가시처럼 그녀의 단어 하나 하나가 심장을 찔러 들어갔고 모든 피가 역류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 당장에라도 눈물이 터질 것만 같았으나. 로제스는 다시금 자신을 숨겨야 했다. 이 곳에 초대받지도 못한 자신의 가문을 생각하며 허물 뿐이 백작의 지휘를 생각해서라도
"자 그럼 제이슨 무아란님 이런 천한 년은 관심끄고 다른 분들이 있는 곳으로 가시지요."
라이올라가 로제스를 향해 등을 돌리고 제이슨을 바라보며 말했다. 제이슨도 그런 라이올라의 행동에 잠시 로제스를 바라보았으나. 이내 고개를 돌려버렸다. 찰나였지만 제이슨의 시선도 다른 타 귀족들과 별반 다를게 없는 경멸과 더러움을 보는 듯한 눈빛을 띄었었다. 그렇게 혼자 남은 로제스는 씁쓸하게 미소를 지어보이며 중얼거렸다.
"괜히 왔네.."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버릴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래도 예의상이라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고 싶었으나. 그 전에 모든게 끝나버렸다. 특히 저 얄미롭고 재수없는 라이올라 아가란에 의해 이젠 시도조차 해볼 수가 없게 되자 허탈과 허무함이 동시에 밀려오기 시작했다. 로제스는 심난한 마음에 결국 한쪽에 놓여있는 와인잔을 들어 연거푸 들이키고는 하염없이 연회만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