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회. 23 로제스 다닐루】
침묵이 맴도는 방안 누군가의 노크 소리에 로제스는 잠시 상념에서 빠져나왔다. 어느센가 차도 다 식어 있었고 바깥도 어눅어눅해진 상태였다. 그만큼 오래동안 상념에 빠져 있었던 로제스는 노크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몸을 일으켰다.
"들어와요. "
"반갑습니다. 로제스 다닐루님"
익숙한 갑옷 익숙한 문양 아즈문을 대표하는 두마리의 사자 문양이 그려진 갑옷을 입은 병사였다. 그 병사는 들어오자마 짧게 고개를 숙여보이고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로제스에게 다가왔다.
"네..반갑군요 그런대 어쩐 일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병사를 보며 로제스가 의아함에 물어오자. 병사가 로제스의 앞에 멈춰섰다. 그러고는 품속에 하나의 편지지를 꺼네며 로제스에게 건네자 얼떨결에 병사가 건넨 편지를 받아든 로제스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병사에게 물었다.
"이건.."
"초대장입니다."
"초대장이요?"
로제스가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되묻자 병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대장군 데미아스님과 지크문드님께서 다닐루가와 메르니스 상단에 감사를 표하고 싶다고 저녁식사에 꼭 참석해주셨으면 하는 전언이 있었습니다. 상세한 내용은 편지지에 적혀 있을 겁니다."
"그렇군요...그런대 지금 부대는 좀 어수선하지 않습니까.. 장례를 치러야 하던가 말이지요."
로제스의 말에 병사가 고개를 갸웃해 하며 말했다.
"장례라니요?"
".... 루크 아스란님 말이에요"
잠시 뜸을 들이던 로제스가 살짝 떨려오는 어투로 말하자. 병사가 짧게 웃어보이며 말했다.
"하하 그게 참으로 이상한 일이지만 루크 아스란님께서 건강히 쾌차하셨답니다."
"예?"
뜻 밖에 소식에 로제스가 당황하며 소리쳤다. 병사는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루크가 깔끔하게 완치를 했다고 말해자. 로제스의 신형이 서서히 떨려왔다.
"주..죽었다고..들었는데."
"허허 그런 헛소문이 나돕니까? 어느 누가 감히 아스란가의 도련님에 대해 모함을 하는지 모르겠으나. 사실이 아닙니다. 다친것은 맞지만 말끔히 쾌유하고 일어나셨습니다."
"정말...입니까?"
믿기지 않은 병사의 말에 로제스가 다시한번 재차 확인하자 병사가 고개를 위 아래로 흔들었다.
"그럼 저는 전했으니 이만 가보겠습니다."
데미아스의 전언을 전하고 병사가 인사를 하며 방을 나섰다. 다시 혼자가 된 방안에서, 로제스는 지금의 현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그러면서 아까와는 다른 감정이 샘솓기 시작했다. 그때였을까 마침 제시가 들어왔고 로제스는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는 오랜만에 밝은 미소로 제시를 덥썩 끌어안아 보였다.
"앗..아..아가씨?"
갑작스런 로제스의 행동에 놀란 제시가 로제스를 불러 세웠음에도 로제스는 기쁨이 가시지 않은지 꼭 끌어안은체 제시를 놓아주질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끌어안던 로제스가 제시를 바라보며 외쳤다.
"살아있대!"
"누가요?"
"누구긴! 루크 말이야!"
"예? 그분이요?"
그제서야 왜 로제스가 기뻐하는지 알게 된 제시였지만 분명 상단의 정보로는 그가 죽었다고 했기에 쉽사리 믿기지가 않았다. 허나 다른 누구가 아닌 로제스가 이리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어쩌면 메르니스 상단의 정보가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 했다.
"정말이에요? 분명 정보에는."
"응. 그런대 틀린 정보였어! 그럼 그렇지 누가 찜한 남자인데! 메르니스 상단에 정보 담당자들 두고 봐 다 해고시킬테니깐!"
"하..하 그건 참아주세요 아가씨..그나저나. 그렇다면 방금 병사는 그럼?"
"응! 데미아스님께서 초대해주셨어 저녁식사에 내일이야."
"그렇군요! 정말 잘 됐어요 아가씨! 그런대 정말 믿기지가 않아요 어떻게 루크님이 살아 돌아온거죠?"
이제서야 제시가 로제스만큼 기뻐해주며 그녀의 등을 토닥여주며 말했다. 그러면서도 어떻게 루크가 살아 돌아왔는지 궁금함이 일었지만 로제스는 지금 그 것이 크게 중요해보이진 않았다.
"아무렴 어때!! 살아있다는데!!! 어떻게 살아 돌아왔는지는 차차 알아가면 되고 이럴게 아니야!"
로제스가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제시를 바라보며 말하자 제시가 다시 한번 고개를 갸웃해했다.
"예?"
"쇼핑을 해야겠어!!"
"네? 쇼핑이라니요? 내일 저녁 약속이 잖아요?"
"무슨소리! 지금부터 준비해야지! 그리고 보여주어야지 다닐루가의 여식이 얼마나 단아하고 고풍스러움을 가졌는지 말이야!"
"하..하..그런가요?"
"그럼!! 나가자 제시!~"
"이렇게 늦은 시간에..어!..어! 알겠어요 손좀 놔줘요!"
흥분한 로제스가 제신의 손을 붙잡고는 빠르게 방을 나서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음날 저녁이 되었다. 한껏 차려입은 로제스가 당당하게 부대의 입구를 들어서고 곧 한 병사의 에스코트를 받아 식당으로 향했다.
병영이라 단촐하지만 많은 음식이 차려져 있었고 꽤나 분위기까지 낸듯이 고풍스런 음악까지 흘렀다. 그리고 그 앞에 단정한 제복의 차림인 데미아스와 지크문드와 그 옆에 아스란가의 가주 사무엘이 보인다. 그리고 3명의 여인에 둘러 싸여 있는 그립고도 아련한 루크의 얼굴이 보였다. 로제스는 한껏 상기된 얼굴로 루크를 바라보았다.
'정말이야..살아있어!'
로제스의 얼굴이 미소가 깃들기 시작했다.
"로제스님!"
잠시 3명의 여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루크가 로제스를 확인하자. 곧 많은 시선들이 로제스에게 향하기 시작했다. 뒤이어 루크가 한달음에 달려와 자신을 부르자 로제스는 괜시리 울컥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간신히 참아야만 했다.
"고마워요! 로제스님이 아니었으면 약재를 구하기 힘들었을거에요."
"별거 아닙니다 루크님 그나저나 많이 다치셨다 들었는데 그것 역시 루크님의 소문처럼 헛 소문이었나봅니다."
단아하게 웃어보이며 로제스가 대답했다. 루크는 그런 그녀를 보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때 마침 다른 이들이 로제스에게 다가왔다. 가장먼저 안느란테가 다가와 루크의 팔을 잡아챘다. 로제스는 그런 안느란테를 보고 뒤이어 불만 가득한 엘레니아와 레이니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웃어보였다.
"또 한명이 느셨군요 루크님?"
로제스가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했다. 루크는 그런 안느란테를 보며 헛웃음을 지어보였으나 로제스는 루크가 반박을 하지 않는다는 것에 확실히 안느란테도 그의 여인이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자 괜시리 마음에 조급함이 자리잡았지만 지금은 잠시 인내를 가져야 할 때였다..
"이거 저도 가만히 있으면 안되겠습니다 루크님! "
로제스가 매혹적으로 웃어보이며 귓가에 속삭였다. 그러자 엘레니아와 레이니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