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회. 24 황녀와 공주】
"후후후"
로제스와 레이니의 눈이 순간 번쩍이는 듯 불타오르는듯 싶었다. 레이니가 급히 인상을 쓰며 로제스의 팔을 잡아 때어내자 엘레니아와 안느란테와는 다르게너무나 쉽게 때어진 로제스의 팔이였다. 루크로서는 갑자기 사라진 따스하고 야릿한 느낌에 조금 아쉬운 기색을 보였으나 레이니가 한차례 루크를 째려봄에 결국 시선을 돌려야 했던 루크였다.
"하..하..."
"역시 힘으론 레이니님을 당해낼순 없네요"
로제스가 아픈지 자신의 팔을 만지작 거리며 말하자 루크가 아파보이는 로제스의 팔을 손으로 감싸주었다. 그러자 로제스가 금세 표정이 풀렸다.
"그나저나 일찍 오셨네요?"
"한숨도 못잤는걸~ 루크는 나 없이도 잘 잤어?"
"하..하..그게.."
"역시 내 생각에 못잤구나? 후훗"
로제스의 얼굴이 급격히 가까워지자 급히 안느란테와 엘레니아 레이니가 막아섰다. 왠지 로제스가 있다면 셋이 편이고 로제스가 그 들을 일방적으로 놀리는 구도가 되는 듯 싶다.
"그나저나 사무엘님과 데미아스님인군요 "
로제스가 대련장에 있는 둘을 가르키며 말하자 강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어느센가 말도 없이 공방을 나눌 뿐이였고 한없이 진지해진 상태였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어느세 병사들 조차 하나 둘씩 모여 둘의 대련을 지켜보고 있었다.
"검을 모르는 제가 봐도 한눈에 대단하다는 걸 알 수 있네요?"
로제스의 말에 루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부럽기도하고요"
루크는 자신도 모르게 내뱉은 말에 순간 모두의 표정이 살짝 굳어지자 루크가 황급히 웃어보이며 분위기를 전환시키려 했다.
"하하하 슬슬 끝내는 거 같은데 어서 가요!"
괜히 일부로 더욱 밝게 웃은 루크가 외치며 데미아스와 사무엘에게 다가갔지만 여전히 모두의 표정은 쉽사리 풀리지 않았다.
"많이 늘었구나 사무엘? 이제 슬슬 난 은퇴해도 되겠어."
"마나를 사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련이였잖습니까? 아직 아버지는 몇년은 더 팔팔 하실 것 같습니다."
"허허허 이놈이? 말년에 힘이라도 있을때 쉬어서 새 장가도 가야지 않겠느냐 나도 네 엄마가 돌아가시고 언제까지 북방에만 있다간 이러다 재미도 못보고 죽겠구나 손자란놈은 벌써 여인들에게 둘러 쌓여 있는데 말이지"
"후후 제가 아버지 선이라도 서야겠군요. 그나저나 이제 돌아가봐야겠습니다. 너무 집을 오래 비워두었습니다. 라이아도 편지를 보냈으나 걱정할테고 말이에요"
데미아스의 말에 사무엘이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같이 맞장구를 쳐주었다.
"그래 그렇구만 모두다 대려가거라. 이제 여기서 할 일 도 없지 않겠느냐? 게다가 너희가 있어 재대로 병사들 훈련도 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배웅은 하지 않으마"
"흠...알겠습니다. 아버지. 조심하십시요"
"그래 그래"
데미아스와 짧게 인사를 나누던 사무엘의 앞에 어느센가 지크문드가 다가와 말을 이었다.
"갈 생각인가?"
지크문드의 말에 데미아스가 고개를 끄덕이자. 지크문드가 사무엘을 보며 미소를 지어보이곤 뒤이어 엘레니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조심히들 가게 그리고 엘레니아를 좀 잘 봐주고."
지크문드가 자신의 손녀딸을 보며 말하자 사무엘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크문드님의 손녀딸이기전에 이제는 저의 며느리이기도 합니다. "
"그렇지..그래..후훗"
그렇게 사무엘과의 인사가 끝나고 루크도 데미아스와 지크문드와 작별인사를 나눠야했다.
"자주 찾아 뵙겠습니다. 할아버지..그리고..음.호칭을...."
뒷 머리를 긁적이며 멋쩍게 말하는 루크의 모습에 지크문드가 코 웃음 치며 말했다.
"아직 나이도 어린녀석에게 높임 말은 어울리지 않다 이놈아. 그냥 나도 할아버지라 부르거라."
"하하.. 역시 그게 차라리 낫겠죠?"
"그래! 몸 조심하고 말이다. 아직 너를 노린 흉수들을 찾진 못했다만 찾는 즉시 내 알려주마 게다가 언제 다시 널 노릴줄 모르니 조심하고 말이다."
지크문드의 걱정어린 말에 루크가 고개를 끄덕여 보이자 뒤이어 레이니와 엘레니아도 금세 작별인사를 나누고는 점심시간이 좀 안되서 윈랜드를 떠나는 두대의 마차를 볼 수 있었다.
"참 다사다난한 했네요.."
루크의의 말에 앞에있던 사무엘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구나.. "
"그래도 여기서 전 루크님을 만날수 있어서 좋았는걸요."
안느란테가 루크의 품을 파고들며 말하자 안느란테 옆에있던 엘레니아가 급히 안느란테를 잡아채자 안느란테가 울상을 지어보였다. 그런 엘레니아의 행동에 레이니가 잘했다는 듯이 엄지손가락을 들어 엘레니아에게 보였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로제스 재밌다는 듯이 웃어보였다. 그렇게 떠들석한 마차는 다시금 아스란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 ☆ ☆
"후우..."
헐떡이는 숨소리 뒤, 제이스의 앞에 발가벗고 있는 한 하녀가 아쉬운듯 제이스를 바라보았지만 제이스는 그런 하녀를 무시했다. 이미 쇄약해진 자신의 분신때문이기도 했다.
"젠장..그만 나가."
"예..?"
"꺼지라고!"
제이스가 버럭 화를 내며 말하자 하녀는 옷도 입지 못한 상태로 옷을 집어들고는 급히 방을 빠져나갔다. 하녀가 나가고 제이스는 옷을 신경질적으로 입었다. 그렇게 몇분 뒤 제이스의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
문이 열리고 들어온 사람은 여전히 흑색 로브를 입은 클루드의 모습이였다.
"클루드 어딜 갔던 거지?"
"무슨 일이라도 있었습니까?"
클루드가 되묻자 제이스가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네녀석이 일처리를 잘 하지 못했다는걸 아직도 몰라?!"
"제가 말입니까?"
"그래!!! 루크 아스란 이 망할 녀석이 살아있다고!! 어떻게 된 일이지?"
"...."
클루드가 말이 없자 제이스가 비웃으며 클루드에게 말했다.
"후후후.. 쓰레기 같은 놈! 그런 약해빠진 새끼 하나 처리 못해 무능한 새끼!"
급기야 제이스가 앞에 놓인 찻잔을 들어 클루드에게 던지며 외쳤다. 둔탁한 음과 함께 찻잔은 클루드의 머리를 맞춰 부서졌고 바닥에 차와 함께 클루드의 피가 조금씩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클루드는 묵묵히 푹 가라 앉은 눈으로 제이슨을 바라볼 뿐이었다.
"후..후..변명이라도 해보시지?"
"..."
여전히 말이 없는 클루드의 모습에 제이스는 간신히 화를 가라안치려했지만 속안에 자꾸만 불타듯이 뜨거워져만 갔다.
"크흐..화가 나 미칠것만 같군!!!! 클루드!!"
어느세 칼까지 꺼네든 제이스의 모습에 클루드가 천천히 로브의 모자 부분을 벗어냈다. 그러자 중년 남성의 얼굴이 온통 피범벅으로 되어있었지만 미소를 짓고있는 모습이였다.
"뭐가 그리 즐겁지 클루드!!!"
점점 표정이 험학해지는 제이스의 모습의 기쁘기라도 한 듯이 클루드가 환하게 미소를 지었지만 왠지모르게 그 미소안엔 섬뜩한 느낌이 물씬 풍겨 제이슨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아닙니다. 그저...시간이 된 것 같아서 말입니다."
"뭐..? 크흑.."
쿠르드의 말에 제이스가 되물어 보려 할 쯤이였다. 무언가 중얼거리기 시작한 클루드의 음성이 조금씩 세어나왔고 곧 흑색의 마법진이 그려지더니 갑작스레 제이스가 머리를 부여잡으며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끄아아악 ... 클루드 무슨 짓을 한 것이냐!!! 끄아아아아악!"
"좀 더 시간을 주려했는데.. 짜증나게 한건 네녀석 아니냐? 제이슨 무아란?"
"끄아악 감히 니까짓게!!! 아아악"
방이 떠나가라 외치는 제이스의 목소리에 누구한명 들어올법했지만 감감무소식이였다. 제이스는 어떻게해서든 발버둥치며 기어서라도 방 밖으로 도망치려했지만 뒤에서부터 착 가라앉은 클루드의 목소리에 제이슨의 모습이 우뚝 멈춰서게 되었다.
"멈춰"
단 한마디였지만 제이스는 멈추게 하기엔 너무나 충분한 한마디였다. 제이슨은 갑작스레 잃은 자신의 몸에대한 통제권에 놀란 얼굴로 클루드를 바라보았으나 클루드는 그저 제이슨을 바라보며 비릿하게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이..이게 어떻게.."
고통과 두려움을 이겨내며 제이슨이 천천히 중얼거리자 클루드의 입이 차츰 열리기 시작했다.
"내 충실한 부하가 된 것을 축하하마.."
"그..그게무슨..."
"후훗..전쟁을 좀 하자꾸나. 제이슨 무아란..흐흐흐.."
"무..무슨소리냐! 끄아아악!"
다시금 찾아온 고통에 결국 제이스는 의식의 끈을 놓아야 했다 그저 클루드의 음흉한 웃음소리를 들으면서 말이다.